[에듀칼럼] 글로컬대학30 사업 성공에 필요한 세 가지

이종승 기자 2024. 5. 28. 03: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종승 기자
시행 두 해째를 맞는 글로컬대학30 사업이 논란을 사고 있다. 이 사업은 지방대학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육성하고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4년간 30개 대학을 선정하고, 대학당 매년 200억 원씩 총 1000억 원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이다. 총사업비만 3조 원으로 천문학적인 규모이다.

그런데 지난달 예비 선정 결과를 두고 대학가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20개 사업단의 33개 대학이 예선을 통과했는데, 이 가운데 입학이나 학생 충원 과정에서 잡음을 일으켰던 대학과 전문대가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세계적인 대학을 육성하겠다는 사업 목표를 고려할 때 예선 결과를 수긍하기 어렵다”라며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지원대상이 될 10개 사업단에 누가 선정될지에 큰 관심이 쏠린다.

예비 선정 결과 두고 논란

글로컬대학30 사업은 막대한 지원 규모 탓에 시행 전부터 큰 화제가 됐다. 지난해에 10개 사업단의 13개 대학이 선정됐다. 9개 국립대, 3개 사립대, 1개 전문대이다. 앞으로 올해 10개, 내년 5개, 내후년 5개 대학이 각각 추가된다.

교육부는 예비 선정 결과에 대해 논란이 일자 “강도 높은 구조조정 등 ’혁신성’에 중점을 두고 공정하게 이루어졌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상 최대 규모의 지방대 살리기 정책이 2년도 안 돼 논란을 사고 있는 건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일차적 책임은 맥락이 어긋나는 ‘대학 혁신+지역균형개발+정주형 인력양성+세계적 대학 육성’을 한데 묶어 글로컬대학30 의 사업 목표로 삼은 교육부에 있다. 대학에 민감한 부분인 대학 혁신이라는 목표에 대해서도 대학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혁신은 구조조정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대학들은 사업 선정의 중요 기준이 “구조조정 수치”가 아닌지 의심한다. 이전에도 정부의 대학 지원사업 때마다 구조조정은 중요한 평가기준이었다. 이는 대학가에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장기간 파격적 지원해야

대학들은 5년간 1000억 원으로 세계적인 대학을 육성한다는 정부 계획의 실효성에도 회의적이다. 비슷한 사업을 추진하는 다른 나라에 비해 지원 규모가 크지 않고 기간도 짧기 때문이다. 특히 10조 엔(90조 원) 규모로 기금을 마련해 매년 수백억 엔을 한 개 대학에 지원하는 일본의 ‘국제 탁월 연구대학’ 프로젝트에 비교하면 초라하다.

독일은 ‘엑셀런트 이니시어티브’라는 스마트 대학 육성책에 따라 2006년부터 10개 대학에 해마다 200억 원을 블록펀딩 형식으로 지원한다. 블록펀딩이란 기관장에게 예산집행의 자율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만큼 자율적인 연구 수행이 보장된다. 반면 한국은 예산마다 꼬리표를 붙인다.

글로컬대학30 성공 위한 3가지 제언

글로컬대학30 사업이 성공하려면 3가지 정도는 반드시 짚고 가야 한다.

우선 지방대의 입학률, 충원율, 중도 탈락률 등은 평가기준에서 제외하는 게 낫다. 지방대 대부분은 이런 지표에서 취약한데,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이다. 50m 뒤에서 100m 달리기를 하는 지방대학에 이런 기준을 들이대는 건 가혹하다.

대신 혁신의 실현 가능성과 창의성 등을 기준으로, ‘대학이 스스로 설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방안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지방대가 스스로 계획에 따라 발전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원하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지표가 높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비윤리적인 방법을 쓴 대학은 평가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마땅하다. 구조조정도 숫자에만 매몰돼서는 안 된다. 그래야 국립대-국·공립대, 국립대-사립대, 사립대 연합 등 지역 사정에 따라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꾀하는 대학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둘째로, 과기특성화대학+거점국립대+사립대를 연합해 특성화 분야를 육성해야 한다. 일본처럼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적은 비용으로 효과를 내려면 유망 분야를 선정해 집중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자율주행, AI, 소재·부품·장비 등 한국의 미래 먹거리 분야에서 역량을 갖춘 학자들은 국·사립대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다. 지금도 비슷한 사업이 시행되고 있지만 과기특성화대학은 교육부 산하 대학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번 사업에서 제외됐다. 이 대학들은 광주, 대구, 대전, 울산, 전남에 흩어져 있어 부처별 칸막이만 넘는다면 지역 국사립대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또 여기에서 성과가 날 때 기업이 오고 지역균형개발의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진다.

마지막으로, 초중등 경쟁교육 완화에 이바지하는 대학을 지원해야 한다. 서울대 입시변화가 고교 교육에 미치는 게 현실이다. 이를 지역대학들도 벤치 마킹해 의대와 유망학과의 입학전형을 바꿔 해당 지역의 고교 교육이 정상화되도록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는 교육 발전 특구와도 연관이 있다. 올해 선정된 교육 발전 특구들의 특징은 교육복지를 강화했다는 점이다. 미래세대를 옭아매는 경쟁교육의 개선 없이 교육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K-에듀는 교육복지와 경쟁교육 대안의 융합으로 이뤄져야 한다. 대학이 경쟁교육의 해결사로 나설 수 있도록 대학의 제안도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