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사자기] '어우덕'의 덕수인가, 15년 만의 복수 노리는 대구상원인가?

김현희 2024. 5. 28.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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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수고, 객관적 전력 우위 바탕으로 시즌 2관왕 '정조준'
- 대구상원고, 15년 전 대통령배 결승전 설욕 위해 졸업생까지 응원
이마트배에 이어 황금사자기까지 시즌 2관왕을 노리는 덕수고

(MHN스포츠 김현희 기자) '어우덕'이라는 단어를 내심 떠올리고 싶은 무패의 덕수고인가, 15년 만에 복수를 노리는 대구상원고인가.

오는 2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는 제78회 황금사자기 쟁탈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이하 황금사자기) 결승전이 열릴 예정이다. 결승전 대진은 덕수고와 대구상원고의 맞대결로 결정됐다.

덕수고는 도개고와의 첫 경기에서 3-1로 승리한 이후 청원고에 15-3 콜드게임, 광주일고와의 8강전은 7-3 승리로 마감했다. 그리고 이틀간 열린 서울 컨벤션고와의 준결승전은 10-5로 승리하면서 결승에 올랐다. 올해 친선전을 포함하여 현재까지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대구상원고는 1회전 경기상고에 6-0으로 영봉승한 데 이어 경동고에 10-6으로 승리, 전주고와의 16강전에서 2-1로 극적인 승리를 거둔 이후 8강전 중앙고전에서 5-2로 승리했다. 그리고 26일 열린 강릉고와의 준결승전에서 6-4로 승리하며 결승에 올랐다. 대구상원고 역시 주말리그 무패 행진을 이어갔고, 이마트배 8강에서 전주고에 1-8 패배가 유일한 1패였다. 결코 만만치 않은 팀이라는 반증이다.

황금사자기 결승전 확정 직후 기뻐하는 대구상원고 선수단

공교롭게도 양 팀은 무려 15년 만에 전국 결승무대 '리턴 매치'를 펼치게 된다. 2009년 대통령배 이후 처음인 것. 당시 덕수고는 나경민(前 롯데)과 양효석(前 KT), 이인행(前 KIA), 김경도(前 두산)을 비롯한 타선과 김진영(前 한화), 한승혁(한화)을 앞세워 대구상원고에 10-9로 승리하면서 대통령배 2연패를 기록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당시 선수로 뛰었던 대구상원고의 에이스 박화랑(前 삼성)과 4번 타자 황석호(前 KT)가 현재 모교 코치로 재직중이다. 김승관 감독 역시 당시 모교 수석코치로 그라운드에 있었기에 오히려 코칭스태프가 더욱 우승 타령을 할지 모를 일이다.

이에 비해 덕수고는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정윤진 감독이 이끌고 있다. 30대 후반의 젊은 사령탑이었던 패기의 정 감독도 이제는 고교 감독들 중에서도 제법 선임에 오른 셈이다.

객관적인 전력 자체만 놓고 보면 덕수고의 우위다. 큰 경기 경험이 많은 덕수고는 결승전 여부에 관계없이 선수들이 본인들의 힘 이상의 실력을 발휘하는 능력을 갖췄다. 일례로 지난 이마트배 결승전만 해도 덕수고는 에이스 트리오(정현우-김태형-임지성)를 가동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우주가 버틴 전주고를 꺾고 2연패에 성공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결승전에서 셋을 모두 가용할 수 있다. 마운드 싸움에서부터 덕수고가 한 수 위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최근 고교야구는 스케치북을 이용한 더그아웃 응원이 유행이다. '어우덕' 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알았는지, 덕수고 1학년생들이 정성스럽게 스케치북에 이 단어를 사용했다.

타선 역시 마찬가지. 1번부터 9번까지 피해갈 수 있는 이가 없을 정도. 우정안-배승수-박준순-엄준상의 내야 라인도 그렇지만, 안방을 지키고 있는 박한결도 한 방을 갖췄다. 2학년생 오시후도 4번을 치고 있을 만큼 빼어나다. 여기에 벤치에서 응원을 하는 1학년생들은 '어우덕(어짜피 우승은 덕수고)'이라는 단어로 선배들의 선전을 돕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대구상원고의 기세까지 가볍게 봐서는 곤란하다. 에이스 이동영을 쓸 수 없지만, 또 다른 우완 에이스 이세민이 105개까지 던질 준비를 마쳤다. 여기에 남태욱이 얼마나 뒤를 받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외야수 최대어 함수호가 버티는 타선의 힘은 덕수고 못지 않다는 것이 중평. 특히, 내야수 여동욱을 비롯하여 사이클링을 기록한 이민준과 석승민이 전국 본선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포수 김민재도 묵묵하게 자기 역할에 충실하고 있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바라볼 수 있다.

여기에 대구상원고는 본인들의 스승이 2009년 대통령배 대회에서 덕수고에 패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스승을 대신하여 후배들이자 제자들이 '이번에야말로 승리하자!'라는 다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가볍게 볼 수 없다. 이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졸업생 선배들도 후배들의 기를 불어넣어 주기 위해 피자 30판을 통 크게 후원했다는 후문이다. 이승현(삼성), 임상현(NC), 이호준(롯데), 강태완(두산) 등이 후배들의 후원을 위해 앞장섰다.

박화랑 코치(사진 중앙)는 이세민(사진 좌)과 이동영(사진 우)의 성장을 가장 가까이서 도왔다.

'어우덕(어차피 우승은 덕수고)'이냐 '15년 만의 리턴매치 복수승'이냐의 여부가 눈 앞으로 다가왔다. 왠만한 프로야구 경기보다 스토리가 많다는 점에서 꽤 주목할 만 한 매치업이다.

사진=MHN스포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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