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Why] 회사 다니며 부모 돌보는 日 ‘비즈니스 케어러’ 급증
일본에서 70~80대 부모를 돌보면서 회사를 다니는 40~50대 중년 직원을 지원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일손 부족 현상에 시달리는 일본 기업 입장에선 허리 역할을 하는 관리직 직원들이 나이 든 부모의 간병 탓에 퇴사하면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건설 회사인 다이세이건설은 최근 부모를 간병하는 직원에게 연간 최대 15일의 유급휴가를 주기로 했다. 돌봐야 하는 부모가 두 명인 경우에는 최대 20일까지 유급휴가를 쓸 수 있다. 간병 유급휴가는 기본 휴가와는 별도로 활용 가능하다. 다이세이건설은 1917년 설립된 회사로, 매출 1조6400억엔(약 14조3000억원)에 종업원 수 1만4000여 명인 대기업이다. 일본 5대 건설업체 중 한 곳이다.
직원 수 9000여 명인 가전 판매 회사인 에디온은 올해 부모를 간병하는 직원을 위한 단축 근무 제도를 도입했다. 부모를 돌보려는 목적으로 하루 근무시간을 5~7시간으로 줄일 수 있는 제도다. 이 회사는 당초 단축 근무 제도의 활용 기간을 최대 3년으로 정했다가 이런 제한도 해제했다. 나이 든 부모의 간병은 치료가 아니라, 마지막까지 돌봐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전 제조사인 후지전기는 부모 간병 직원의 재택근무를 대폭 확대했다. 이 회사는 원칙적으로 최대 월 10일까지만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 부모 간병 직원에게는 예외를 둬, 이 같은 상한선을 없앴다. 히타치제작소는 계열사 60곳에 간병 상담소를 설치했다. 상담소는 외부 전문가를 채용해 직원들에게 간병 보험의 활용 방법이나, 간병 시설 정보 등을 제공한다.
일본에선 일과 부모 간병을 동시에 하는 회사원을 ‘비즈니스 케어러(carer)’라고 부른다. 비즈니스 케어러가 짊어질 부담은 저출산과 초고령화에 따라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내년은 일본의 전후 베이버부머인 단카이(團塊·덩어리)세대가 75세를 넘는 시점으로, 비즈니스케어러는 307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정부의 공식 추산은 2030년 노인 치매 환자가 523만명, 비즈니스케어러가 318만명이다. 부모 간병 탓에 직장을 옮기거나 그만두는 사례를 감안하면, 경제 손실 규모도 9조엔(약 78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정적인 초고령화 사회를 구축하려면 비즈니스 케어러가 경제 활동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일과 간병을 병행하는 부담을 최대한 줄여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일본 정부는 기업에 부모 간병 직원에게는 최소한 연간 5일의 유급휴가를 지급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부모가 갑자기 쓰려졌을 경우엔 최장 93일간 간병 휴가를 쓸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에선 여전히 90% 정도의 기업이 (법이 강제한) 연간 5일만 휴가로 인정하고 있다”며 “300만명이 넘는 비즈니스 케어러에 대한 대책 마련이 급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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