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포커스] 최원호 감독 사퇴… 올해도 ‘잔인한 5월’
5월이 프로야구 한화 감독들에겐 ‘잔인한 달’이 돼간다. 한화는 27일 “최원호 감독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고 구단이 이를 수락했다”고 밝혔다.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작년에도 5월 11일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사퇴했다. 직전 한용덕 감독은 6월 초, 그 이전 김성근 감독은 5월 23일 물러났다. 최근 4명 감독 중 3명이 5월에 지휘봉을 내려 놓았다. 자진 사임이란 형식을 빌렸지만 사실상 경질이다. 최 감독은 지난 23일 키움과 롯데에 밀려 리그 최하위까지 떨어진 날 사퇴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찬혁 대표이사도 동반 사임했다. “구단 프런트도 성적 부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이유다. 손혁 단장도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구단에 남아 현 상황을 수습해달라”는 박 대표 당부에 따라 차기 감독 선임을 마무리하게 될 전망이다.
27일 현재 한화는 51경기 21승29패1무(승률 0.420)로 리그 8위다. 선두 KIA와는 9.5경기, 포스트시즌 진출권인 5위 NC와 5.5경기 차다. 당초 류현진과 안치홍이 합류하면서 5강에 충분히 들 것이란 분석과는 거리가 있다. 시즌 초반 1위를 달리다 급전직하한 측면은 책임을 물을 만한 상황이긴 하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는 데 있다. 지난주 5경기에서 상위권 LG·SSG를 상대로 4승1패를 기록했다. 시즌 초반 흔들렸던 문동주와 류현진, 신구 에이스들이 살아나면서 반등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타격에선 김태연(타율 0.314 홈런 6개)이 최근 10경기 홈런 4개로 활발한 타격감을 선보이는 가운데 채은성, 노시환, 김강민 등 부진했던 주축 타자들이 분발하면서 안정되어 가는 분위기였다.
작년 수베로 때도 6경기 5승1패라는 호성적을 거두는 시점에 느닷없이 경질 발표가 나는 바람에 팬들이 의아해 했는데 이번에도 비슷했다. 올 시즌 프로야구가 유례없이 치열한 순위 경쟁이 벌어지는 구조라 5위와 5.5경기라면 아직 충격 요법을 쓰긴 좀 이르다.
한 야구 전문가는 “수베로 감독도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갔는데 최 감독도 거의 같은 방식으로 나가게 됐다”며 “상승 분위기에서 감독을 교체하는 게 과연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수베로는 3년 임기 중 마지막 해라 쳐도 최 감독은 부임한 지 1년밖에 안 됐다”면서 “너무 성급하게 결정을 내리고 밀어붙였다”고 지적했다.
한화 팬들도 “차라리 한참 내리막이던 지난달에 바꿨으면 이해가 가겠는데 시기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전문가는 “이렇게 시즌 도중 감독을 내보내고 새 감독이 와서 좋은 성적을 낸 선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빙그레 시절부터 한화는 13명 감독이 거쳐갔다. 그중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한 감독은 6명. 이 중 4명이 최근 감독들이다. 4명 연속 중도 하차했다. 한화는 지난 2년간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투자했다. 지난해는 128억원, 올해는 250억원을 쏟아부었다. 그럼에도 아직 투자 대비 효과를 충분히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뭔가 한화 프런트와 현장 사이 엇박자가 일어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대안(후임 감독)을 마련해놓고 진행한 결정인지도 관건이다. 최 감독은 작년 3년 계약을 맺고 임기에 들어갔는데 3분의 1이 막 지난 시점에서 내려오게 됐다. 야구계에서는 “이런 식으로 운영한다면 한화는 야구 감독의 무덤이라는 오명이 더 굳어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한화는 선발진은 좋지만 전체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치가 다소 부족했다”면서 “기본 전력이 탄탄하면 감독 관리 능력이 중요하지만 한화엔 경기 흐름을 읽고 이기는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는 경험 많은 감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화는 최 감독과 박 대표 동반 퇴진에 이어 부진했던 외인 투수 페냐(9경기 3승 5패 평균자책점 6.27)를 내보내고 미국 메이저리그(6시즌 134경기 22승32패) 경험이 있는 파나마 국적 우완 투수 하이메 바리아(28)를 영입, 마운드 쇄신을 노리고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