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현이법, 국회 핵심 법안으로 다뤄야

-21대 국회 종료 땐 자동 폐기… 법 개정 절실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사망한 고 이도현 군의 사례로 발의된 이른바 ‘도현이법(제조물 책임법 일부법률개정안)’이 자동 폐기될 상황에 놓였습니다. 오는 28일 열리는 마지막 본회의를 끝으로 21대 국회는 종료돼, 상임위에 계류된 각종 법안은 결국 처리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법안은 차량 결함 입증 책임을 소비자가 아닌 제조사가 갖도록 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책임 소재를 가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안타까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제도입니다. 이번 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한다면, 22대 국회에서 핵심 법안으로 다루어야 합니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억울한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일은 국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입니다.

‘도현이법’은 지난 2022년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교통사고가 계기가 됐습니다. 60대 A 씨가 손자인 12세 도현 군을 태우고 차를 몰던 중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해 도현 군이 숨졌습니다. 문제는 사고의 발생 원인을 누가 입증하느냐입니다. 현행 제조물 책임법은 피해자가 ‘제조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우선적으로 증명해야만 제조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운전자의 경우, 급발진 원인을 기계적으로 입증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자동차 부품이나 제작 시스템을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과학적인 증명이 어렵습니다.

법 개정 필요성은 전국적으로 공감을 얻었습니다. 도현 군 가족이 지난해 2월 국회 국민 동의 청원에 올린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결함 원인 입증 책임 전환 청원’ 글에 5만 명이 동의하면서 제정 논의를 위한 발판이 마련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 여부를 밝힐 ‘재연 시험’이 진행됐습니다. 원고측은 시험 결과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에 의한 급발진이 아니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결함 입증을 제조사에 전적으로 부과할 경우 사회적 비용이 생길 수 있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장을 이해한다 해도, 억울한 희생자가 발생하는 현 제도는 전향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이도현 군의 안타까운 사고가,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공정위가 기존의 논리를 고수한다면, 정부가 운전자보다 기업을 대변하고 있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또한 법 개정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국회는, 차량 결함으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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