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미래 사피엔스] [56] 민주주의의 위기
민주주의의 위기를 많은 사람이 이야기한다. 대한민국만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에서조차도 포퓰리즘, 신(新)파시즘, 그리고 신냉전 때문에 민주주의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걱정한다.
모든 정치 체제는 무한일 수 없는 공동체 자원을 어떻게 투자하고 분배할지 결정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정치는 사회가 잘 작동할 수 있게 해주는 ‘운영체제’, 그러니까 OS라고도 볼 수 있다. 마치 컴퓨터 OS가 한정된 메모리와 CPU 자원을 언제, 어떻게, 그리고 어떤 기능을 위해 사용할지를 결정하는 것같이 말이다. 컴퓨터 OS와 ‘정치’라는 사회적 OS에는 물론 큰 차이가 있다. 기계를 작동하는 운영체제는 측정 가능한 목적함수를 기반으로 있는 자원을 분배한다. 더구나 목표가 정해지면 실행 그 자체는 객관적 계산을 통해 빠르게 자동으로 진행된다. 반대로 사회적 OS는 우선 구성원들이 어떤 목적함수, 그러니까 어떤 사회를 원하는지부터 명백하지 않다.
개인이나 가족, 또는 특정 정당이나 종교가 사회 모든 자원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사회를 우리는 독재라고 부른다. 반대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주기적 투표를 통해 사회 구성원들이 선호하는 목적함수를 결정하고 사회적 OS를 업데이트한다. 개인의 자유, 경제, 그리고 도덕성 면에서 민주주의가 독재보다 절대적으로 우월하기에, 지구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달한 사회들은 민주주의 OS를 선택했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민주주의의 위기를 논하는 걸까? 사회적 합의와 토론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는 구조적으로 비효율적이고 느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원하는 것은 언제든지 바로 얻을 수 있는 세상에 살게 된 인류. 아침에 주문한 물건이 저녁에 도착하는 시대에 적응해 버린 우리에겐 어쩌면 민주주의가 요구하는 인내심과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워졌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진정한 위기는 그렇다면, 민주주의를 지키고 유지해야 할 우리 자신이 너무나도 ‘비민주주의적’으로 변해 버렸다는 점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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