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구상의 마지막 프런티어… ‘한국·아프리카 정상회의’ 시의적절하다
최초의 한국·아프리카 정상회의가 다음 달 4일과 5일 이틀 동안 우리나라에서 열린다. 이번 정상회의가 아프리카 국가 전체를 초청 대상으로 하고, 많은 아프리카 국가 정상들이 참석한다는 점에서 이례적이고 의미가 크다.
일본은 이미 1993년부터, 중국은 2000년부터 아프리카 대륙과의 정례적인 정상회의를 개최해 오고 있다. 인도,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그리고 가장 최근에 이탈리아 등 다수의 국가들도 아프리카와의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케냐의 패트릭 루뭄바 교수는 “유독 아프리카만이 대륙 전체가 역외 국가들로부터 초청을 받는 특징이 있는데 이것은 아프리카가 뭔가 아주 매력이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밝힌 바 있다.
G20 국가로서 ‘글로벌 중추 국가’를 표방하는 한국이 아프리카와 정상회의를 갖는 것은 시의적절하다. 그것은 아프리카가 지니는 경제적, 외교적 중요성뿐만 아니라, 우리가 처한 도전과 기회에 비추어 지금이 놓칠 수 없는 호기(好機)여서다.
아프리카는 세계 주요 광물의 30%가 매장된 곳이며, 세계 미개척 농지의 60%를 보유하고 인구가 2050년에 약 25억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거대한 잠재 시장이다. 특히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가 2021년에 출범하는 등 대륙 통합이 본격화되고 있다. 54개 유엔 회원국을 보유하여 상당한 외교력을 갖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한국은 특히 중국의 기술·산업 추월로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저출산·고령화라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면서 저성장이 고착될 수 있는 위기에 놓여 있다. 우리가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고 제반 시스템과 복지 제도가 선진화되고 있으나 절대 안주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이지만 효율성, 창의성, 혁신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부단한 노력과 실천 의지, 열정으로 얻어질 수 있다. 한국이 지구상 ‘마지막 프런티어’인 아프리카와의 협력 관계를 질적으로 격상시켜야 할 당위성은 자명하다.
다행히도 한국은 어느 때보다도 이런 흐름을 기회로 만들 역량이 있다. 그것은 바로 세계인을 사로잡고 있는 한국의 소프트파워이다. 하드파워 지표인 국내총생산(GDP)은 객관적인 경제 실적에 따라 산출되므로 우리로서는 급격한 순위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세계인들의 인지도, 평판 등 주관적인 요소들을 훨씬 많이 반영하는 소프트파워 유형의 지수에 있어, 우리는 상대적인 강점을 갖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 국가 브랜드 가치(Brand Finance’s National Brand Value) 10위(2023년), 모노클 소프트파워(Monocle’s Soft Power) 지수 4위(2022년), 유에스엔드월드리포트 종합 국력 순위(US and World Report’s Most Powerful Countries Ranking) 6위(2022년) 등 소프트파워 순위가 세계 10위권 안에 들어있다.
한국 정부와 한국인은 이 같은 강점과 매력에 착안해야 한다. 소프트파워 강국인 북유럽 국가들과 아시아의 싱가포르는 적은 GDP 규모에도 불구하고 소프트파워를 잘 관리, 활용해 국가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선진국으로서의 지위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아프리카와 같은 개도 국가들에는 모든 영역에서 국가 발전을 이룬 개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에는 한국의 IT·과학기술·제조업 강국으로서의 면모가 돋보인다. 특히 아프리카 청년들 사이에서 한류는 세계적인 매력 요인이 되었다.
이러한 점들을 유념하여 우리는 여타 주요국들과 차별화된 전략을 펴면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진정한 미래 동반자적 관계를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번 정상회의 주제인 ‘함께 만드는 미래: 동반 성장, 지속 가능성 그리고 연대’를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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