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멸을 향하여[임용한의 전쟁사]〈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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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5월 27일, 항공모함 4척, 경항공모함 2척으로 구성된 일본군 연합함대가 동쪽을 향해 발진했다.
당시 기준으로 세계 최대의 함대였다.
4척의 이 함대에는 세계 최대의 전함인 야마토도 포함되어 있었다.
항모가 전멸하면 미군은 6개월에서 1년은 태평양으로 진출할 수 없게 될 것이고, 미국 본토인 하와이가 진주만 습격 같은 공습이 아니라 일본군 육상 병력의 침공 위협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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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대한 구상과 거대한 함대는 일주일 후 미드웨이에서 침몰할 예정이었다. 나중에 연구자들은 일본군의 계획이 출발 전부터 터무니없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전략은 급조되었고 준비는 다급했다. 작전계획은 빈 곳이 많았고, 전술과 장비는 균형이 맞지 않았다. 일례로 광활한 태평양에서 해전의 승부는 적을 먼저 탐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항공기의 성능은 전반적으로 일본군이 우세했지만, 장거리 탐지 능력에서는 미군이 훨씬 앞섰다.
디테일하게 파고들어 가 보면 이렇게 엉성한 부분이 꽤 많았다. 물론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역사상 어떤 전쟁이든 완벽하게 준비되는 경우는 없다. 세부로 들어가 보면 다 훈련은 촉박하고, 장비는 부족하고, 상황은 불투명하다. 성공했다면 이런 준비 부족은 오히려 지휘관의 용기와 결단을 칭송하는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꽤 맞는 말이다. 전쟁사에서 이런 여백들은 언제나 지휘관의 예지와 신념, 때로는 독단으로 채워졌다. 그러나 승자와 패자의 결단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승자의 신념은 객관적이고 정직한 분석기반 위에 서 있다. 반면 일본군 수뇌부는 이 여백을 이 전략의 당위론,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채웠다. 반대 의견은 증오로 묵살했다. 즉 패자의 신념은 외면의 결과였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패자의 길로 가고 있다.
임용한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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