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꽃의 영화뜰] 퓨리오사는 왜 임모탄 아내들을 구출했나

박꽃 이투데이 문화전문기자 2024. 5. 27.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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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박꽃 이투데이 문화전문기자]

▲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스틸컷.

※ 주의 :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의 주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는 영화 최대 시장인 미국을 제외하면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작품이다. 호주 출신 조지 밀러 감독이 첫 번째 '매드맥스'(1979)를 내놓은 지 무려 35년 만에 재소환한 이 세계가 낯설 법도 했건만, 국내 관객은 사막을 가로지르는 광기의 8기통 차량 액션과 '빨간 내복'으로 회자된 두프워리어 록음악의 결합 앞에서 열광했다. 영화적 쾌감에 목말랐던 관객의 눈높이를 만족시키는 볼거리였고, 삶에 대한 메시지마저 던지는 데 성공한 노장의 관록에 390만 관객이 매료됐다.

22일 개봉한 프리퀄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그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사령관 퓨리오사의 지난 역사에 관한 이야기다. 샤를리즈 테론이 연기했던 강인한 수송 지휘관의 어린 시절을 보다 젊은 배우인 안야 테일러 조이가 맡았고, 척박하고도 잔혹한 임모탄의 세계에 종속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자세히 드러낸다. 핵으로 문명이 멸망한 이후 모래사막으로 뒤덮여가던 세계에도 과일과 야채로 상징되는 자연의 풍요를 사수하는 집단은 존재했으며, 퓨리오사는 바로 그곳에서 태어났다.

▲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포스터(왼쪽)와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포스터.

이 작품의 재미는 퓨리오사가 나고 자란 땅이 어디인지, 어떤 연유로 디멘터스(크리스 햄스워스)에게 납치됐고 다시 임모탄에게로 팔려 가게 됐는지, 여성을 출산 도구 정도로 취급하는 세계에서 어떻게 사령관 자리에 올랐는지 그 전말을 모두 공개한다는 점일 것이다. 고향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벌인 탈주, 그 과정에서 만난 지지자와 대항자, 왼팔이 잘려 나가는 사고와 복수의 절정까지 목격하고 난 관객은 그가 왜 임모탄의 아내들을 구출하는 위험한 동행을 감행하게 됐는지를 기어코 이해하게 된다. 이 대서사(Saga)는 퓨리오사라는 주요 인물을 움직인 힘의 근원을 깊이 들여다보는 헌사에 가깝다.

물론 어떤 작품의 이전 시점을 돌이키는 프리퀄(prequel)의 속성상, 작품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라는 이미 알려진 결말로 향해갈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시간순으로 전개되던 퓨리오사의 지난날은 결국 9년 전 극장에서 즐겼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영상으로 이어지며 끝을 맺는다. 새로운 세계관으로 확장하기 쉽지 않은 프리퀄의 특성은 전에 없던 자극을 원하는 관객에게는 일종의 아쉬움으로 남을 여지도 있다. 대결 구도로 시작해 상호 지지 관계로 변모했던 샤를리즈 테론과 톰 하디의 '케미'를 떠올리면 안야 테일러 조이와 톰 버크의 감정선도 밋밋한 편이다. 전반적인 호평에도 “전작에 비해 덜 흥분된다”(정시우)거나 “특별함을 잃은 영화”(김혜리)라는 평가가 함께 나온 이유일 것이다.

▲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스틸컷.

그럼에도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가 그 어느 시리즈와 비견해도 흠잡을 데 없는 독보적인 사막 액션 시퀀스를 다시 들고 돌아왔다는 점만큼은 인정하지 않기 어렵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달리는 차량에서 긴 장대에 몸을 맡기고 좌우를 왔다갔다하던 폴캣 군단과 '빨간 내복' 두프 워리어의 기타 액션이 강렬하게 눈길을 사로잡았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행글라이더로 공중을 날아다니는 전투 세력이 시선을 강탈한다. 쾌속 질주하는 차량의 내부는 물론이고 위, 아래, 옆의 모든 공간을 속도감 있게 활용하는 입체적인 차량 액션은 2시간 30분에 달하는 상영시간을 지루할 틈 없이 채워 나간다.

무엇보다 극단의 고통을 경험한 퓨리오사가 오직 디멘터스에 대한 복수에만 전념하기보다는 '새로운 생존의 가능성'을 도모하는 쪽을 택한다는 결말은 여전히 관객에게 울림을 준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퓨리오사는 임모탄에게 구속된 젊은 여인들을 구출해 풍요의 땅으로 탈주하는 무모하리만큼 위험한 도전을 예고한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관람한 우리는 이미 그 도전의 결과와 가치를 알고 있다. “변화하고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누군가는 항상 새로운 생존 방법을 찾아 떠나고 삶을 일궈낸다”던 조지 밀러 감독의 이야기까지 떠올려본다면, 이 작품이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이라는 장르적 명명을 넘어 인류의 보편적인 공감대를 끌어내는 대서사라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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