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회고록 “읽지도 않고 이념적 잣대 들이미는 건 마음 아파” [김은지의 뉴스IN]

김영화 기자 2024. 5. 27.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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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목요일 오후 5시,〈시사IN〉 유튜브 라이브 ‘김은지의 뉴스IN’이 찾아갑니다. 한 발 더 깊이 있게, 뉴스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해당 녹취는 일부 내용으로 전체 내용을 확인하기 원하시는 분들은 방송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김은지의 뉴스IN]

■ 방송 : 시사IN 유튜브 〈김은지의 뉴스IN〉(2024년 5월24일(금) / https://youtube.com/sisaineditor)
■ 진행 : 김은지 기자
■ 출연 : 최종건 연세대 교수(전 외교부 차관)

“〈변방에서 중심으로〉 책 낸 시점? 지금 아니면 언제…외교안보 영역이 가장 마음 아파”
“전임 대통령의 ‘절치부심’ 담은 책…문재인 미화하거나 정당화하려 하지 않았다”
“현 정부가 하는 건 ‘편식 외교’, 그 결과가 부산 엑스포 29표 사태”

“홍범도 흉상 이전 논란 외교적 파장 커…왜 이념의 잣대로 무장 독립 역사 재단하나”
“한미일 정상회담 당시 일본 측 변하지 않고 경직된 사고 보여”
“라인 사태 대응은 우리의 정보 인프라 어떻게 지켜내느냐의 문제…정권 실력 드러날 것”
“김정숙 여사 인도 방문, 인도 총리실과 사전 논의된 것…반박하는 외교부 안타까워”

■ 진행자 / 최종건 교수님은 5년 내내 문재인 정부에서 외교 안보 영역의 실무를 담당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 회고록의 대담자가 되어 감회가 새로울 것 같은데, 어쩌다 대담자가 되었나요?

■ 최종건 / 2023년 6월 양산의 (문재인 전) 대통령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었어요. 문 대통령님은 현직일 때도 그러셨지만 기록에 대해서 늘 신경을 쓰셨어요. 한 번쯤 체계적이고 정제된 대화를 해서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고 하셨고요. 학자로서 5년 동안 대통령 지근 거리에서 문재인 정부의 외교 안보, 평화 프로세스 정책에 봉사했으니까 아예 모르는 ‘스트레인저’와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나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소위 ‘짜고 치는 고스톱’이 되면 안 되잖아요. 그 부분을 조정하려고 했어요. 이를테면 대통령이 아파할 만한 질문들에 있어선 조금 세게 힘주어 말했던 경우도 있고요. 전직 대통령에게 “그때 왜 그랬어요?” “후회가 뭐예요?” 묻는 게 쉽지 않습니다. 대통령과의 인간적 신뢰가 중요했던 것 같아요.

■ 진행자 / 대담자가 된 이유 중 하나로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책임자들 중에서 상당수가 재판을 받게 되어 본인이 된 것 같다는 말도 책에 썼죠.

■ 최종건 / 좀 조심스럽게 해야 될 부분인 것 같은데요. 그분들의 성함을 거론하지는 않겠으나 그분들이 더 대통령님과 가까운 거리에서 구상을 하고 저희에게 지침을 주셨던 분들인데, 이런저런 이유로 불합리하게 지금 자유롭게 활동할 수 없어요. 제가 일종의 대타라고 생각합니다.

■ 진행자 / 책을 낸 시점이 왜 지금인지 궁금합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대통령 퇴임하고도 한참 후에야 회고록이 나오곤 했는데, 그에 비하면 좀 빨리 나온 것 같습니다.

■ 최종건 / 2024년 5월 며칠에 책을 내자라는 구상은 없었어요. 기록이 우선이었고요. 그러다 보니 책이 두꺼워진 거고요. 두 번째로는 대통령님의 연세, 또 우리 모두 현업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여기서 주로 이야기하는 것들이 이미 6~7년 전 이야기에요. 기억이 희미해질수록 그것이 왜곡과 미화로 채워지거든요. 결국 정당화하는 일이 많아지잖아요. 그러지 말자는 거죠. 특히 외교안보편을 다룬 이유는 지난 2년 동안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외교안보 영역이 가장 좀 마음 아프게 다가오셨던 것 같아요. 어느 대통령이든 임기를 마치고 돌아오면 경제 정책, 복지 정책은 어느 정도 자기의 시각에서는 연속성이 있을 텐데 외교안보 정책은 특히 이번 정부 들어서 확 뒤집히는 경우가 많아서 ‘지금 아니면 언제’ 이런 느낌인 거죠.

2018년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 후 서로 손을 잡고 위로 들어 보이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 진행자 / 문재인 전 대통령이 쓴 부분에 “눈떠보니 후진국이 되었다는 말을 듣는다”라는 대목이 있는데, 결국 지금 현 상황에 대한 평가라고 이해하면 될까요?

■ 최종건 / 아마 전임 대통령으로서는 조금 길게 보시는 거죠. 저자의 글을 자세히 보시면 ‘절치부심’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하시거든요. 대통령님이 청와대에 계셨을 때도 저희 참모들한테 절치부심을 많이 말씀하셨어요. 왜 우리는 지난 일에 대해서 반성하거나 지난 우리가 미처 대응하지 못한 일들에 대해서 회고하고, 또 새로운 거를 만들어내지 못하느냐 이거죠. 임진왜란부터 병자호란, 독립 주권 상실, 6.25 전쟁까지도요. 역설적으로 지금 정부가 (전 정부 정책에 대해) ‘이어달리기’를 하고 있다고 하면 이런 책이 안 나왔을까? 그건 아닐 것 같아요. 대통령이 ‘대한민국호’를 5년 동안 선장으로서 항해하다가, 이제 항구로 돌아가서 그 떠나보낸 배가 잘 항해하길 바라는 마음일 거예요.

■ 진행자 / 특히 정치 영역에서 고민하시는 분들은, 정파를 떠나 읽어야 되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최종건 / 5년이라는 시간을 정부에서 보내고 학교로 돌아오니 한 가지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이 있더라고요. 노태우 정부부터 역대 대통령의 임기 중 우리가 했던 외교 정책이 있었을 텐데 거기에 대해서 원문을 참고할 데가 별로 없어요. 그 당시 정책적 결정자가 ‘나는 이런 생각으로 이걸 했어’라는 말이 없고, 대부분 영어로 된 외국 사람 걸 보게 되더라고요. 이 책은 참고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정치학, 외교학을 하시는 분들이 좀 많이 보셨으면 좋겠어요.

■ 진행자 / 책을 보다 보니 신남방 정책에 대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애정, 그리고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그걸 뒤집어버린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회한이 있더라고요.

■ 최종건 / 그만큼 우리나라가 어깨가 넓어진 나라더라고요. 그건 역대 정부가 촘촘히 쌓아놓은 겁니다. 특히 신남방 국가라고 하는 동남아 지역의 국가들은 우리와 이런저런 지식을 많이 공유하길 바라요. 동남아, 아프리카 지역 혹은 중남미 지역에 접근해서 협력하고자 하는 나라들은 예전엔 제국주의 국가들이었어요. 식민의 의도를 가지고 자기네들을 침탈했거나 자원을 가지고 갔던 나라죠. 근데 우리는 그들이 겪고 있는 일들을, 이미 겪었거든요. 식민도 당했고, 탈식민도 했고, 전쟁도 했고, 민주주의도 어려움을 겪었고, 쿠데타도 있었고요. 게다가 우리는 빠른 산업화 그다음에 탈산업화를 이루기 때문에 우리가 일종의 모범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의 지식을 공유하자고 하는 거고요. 다른 나라들은 ‘인도 태평양 전략’이라고도 부르는데요.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가진 각자의 아이덴티티가 사라지는 거예요. 우리는 ‘신남방 정책’이라고 부르죠. 상당히 비찬탈적인 용어기 때문에 그 국가에서도 상당히 수용성 있게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2023년 11월29일 오전 부산 동구 범일동 부산시민회관에서 열린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성공유치 시민 응원전에서 유치실패로 결정나자 참석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 진행자 / 그러다 보니 한국의 외교적인 전력이 좀 손상된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부산 엑스포 29표 사태’에 대한 언급도 책에 나오더라고요.

■ 최종건 / 되게 아픈 부분이에요. 이제는 말할 수 있지만 우리 정부가 끝날 때쯤 엑스포는 좀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그 당시에 들었던 보고와 이런저런 구도를 보면 사우디가 정말 액티브하게 하는구나 생각했죠. 물론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하는 건 좋은 것 같아요. 근데 윤석열 정부 들어서서 정말 뭐가 되는 것처럼 생각했는데, 결과는 29표 아닙니까? 비록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멀리 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진심을 다해 그들의 상황에 맞게 맞춤형 전략으로 다가가면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필요할 때 그들은 돕는다고 봐요. 이를테면 중남미 지역, 서아프리카 지역도 마찬가지예요. 소위 한국의 친구들이라는 국가는 의외로 많은데, 그들에게 정성을 다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 진행자 / ‘균형 외교’의 반대를 ‘편중 외교’라고 지적했죠.

■ 최종건 / 균형 외교가 미국을 버리고 중국에 편승하자는 게 아닙니다. 대통령님께서도 늘 말했지만 한미동맹은 우리에게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에 그건 그거대로 활용하고 우리 국익을 확대하는 플랫폼인 겁니다. 다만 동맹이 이익 자체는 아니거든요. 이익을 확대하는 수단이죠. 균형 외교는 쉽게 얘기해서 여러 나라랑 골고루 외교 하자는 겁니다. 지금 정부가 하는 건 편식 외교인 거 같고요. 그 편식 외교의 결과가 부산 엑스포라는 결과죠.

■ 진행자 / ‘잼버리 사태’와 관련된 이야기도 책에 나오는데요.

■ 최종건 / 2017년 5월에 정부에 들어가니, 모든 사람들이 놀랐다는 거 아니에요? 내년에 (평창) 올림픽 하겠다는 나라의 준비가 이 정도밖에 안 되었다니…. 평창올림픽 개막식을 하는 곳이 황태덕장이 있었던 곳인데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가서 앉아 있으라고 그랬대요. 얼마나 추운지 체감하려고요. 지붕을 씌울까, 화로를 놓을까 다 고려했었어요. 담요까지 디테일하게 챙겼죠. 뭐냐면 전 정부 탓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정부를 맡으면 이제부터는 내 책임이라고 생각했어요. 또 한 가지는 청와대가 관심을 갖고 추진하면 정부 내각은 따라오게 되어 있으니, 그것 때문에라도 평창올림픽은 흥행이 되었어요. 물론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이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요. 막상 춥고 준비도 허술했으면 어떻게 할 뻔했어요. (현 정부는) 전 정부를 계속 탓하잖아요. 문재인 정부 8년 차 같아요.

■ 진행자 / 책을 낸 시점을 두고 일각에서는 정무적 감각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 최종건 / 그럼 언제가 책을 내기 가장 좋았을까요? 마치 적절한 시기가 있는데 우리가 그걸 피해서 화제를 만들기 위해 낸다는 식이에요. 우리는 과거 세력입니다. 참고서로서 책꽂이에 꽂아두시고 필요할 때마다 참고하시라는 뜻입니다. 왜 그것밖에 못했어, 다른 걸 왜 못봤어 하는 비판은 정말 이 책의 목적에 부합합니다. 다만 책을 읽지도 않고 싸잡아서 이념적 잣대를 들이미는 건 마음 아파요.

■ 진행자 / ‘홍범도 흉상 논란’과 관련해 문 전 대통령이 언급한 게 눈에 띄었는데요. “이렇게 쩨쩨하고 못났나 싶기도 하다. 왜 우리 스스로 못난 나라가 되려고 하는 것인지 안타까움도 크다”라는 표현입니다.

■ 최종건 / (인터뷰) 현장에서도 좀 톤이 올라갔어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카자흐스탄 알마티라는 도시에 고려인들의 상징이라고 불리는 고려극장에 가서, 왜 홍범도 장군을 대한민국에 모셔야 하는지 설명했다는 거 아닙니까? 정작 한국에서는 소위 장군님을 빨갱이니 빨치산이니 하며 육군사관학교에 갖다 놓을 수 없다고 하는데, 그분들께 너무 면구스러운 거예요. 제가 처음 밝히는 거지만, 이거 정말 외교적 파장이 커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지역의 고려인들은 그 사회의 주류입니다. 그래서 홍범도 장군을 빨갱이라고 지적하는 순간, 그들은 자신들의 할아버지가 빨갱이가 되고 모든 것이 부정당하니 한국에 대해 호의적인 마음이 사라지죠. 그래서 고려인들이 성명서까지 발표한 거거든요. 다시 우리가 모셔오겠다고요. 왜 오늘날 이념의 잣대로 무장 독립의 역사를 편향적으로 재단하고, 육군사관학교의 정체성을 반공으로만 채우려고 하는 것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표현대로 정말 못난 겁니다.

■ 진행자 / 2017년 중국 ‘혼밥’ 논란에 대해서도 비슷한데요. 문 전 대통령 표현이 “굉장히 후지게 전락한 것이죠. 기본적으로 공부가 부족하고 상상력이 부족한 것이라고 봅니다”라고 썼어요.

■ 최종건 / (문재인 전) 대통령의 표현이 강했죠. 대통령님이 2017년 12월에 중국을 방문하시고 5~6년 동안 꾹 참은 거예요. 저도 현직에 있었지만 정말 왜 이렇게 후질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우리나라에 외교 안보 문화라는 게 있어요. 소위 언론들이나 지식인들이 대한민국의 외교 행위를 바라보는 시각인데, 이거 엄청나게 중요한 공공외교거든요. 게다가 (20)17년은 사드 배치 이후에 중국의 인민들이 대한민국에 대해 안 좋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대통령 부부가 베이징 시민들이 편하게 아침을 먹는 서민적인 식당에 가서 밥을 드시는 건데, 그걸 혼밥이라니요. 그거는 정말 퇴행적인 것 같아요. 대통령 순방 중 행보는 모든 것이 다 디자인이 되어 있는 겁니다. 이를테면 대통령 부부가 호텔에 잠깐 나가 산책을 하면서 아이스크림 가게를 갔다고 쳐요. 그럼 그 아이스크림 가게를 누군가는 미리 다 짜놓습니다. 어떤 맛을 먹느냐에도 메시지가 있는 거예요.

■ 진행자 / 문재인 정부에서 대북 관여 정책도 있었지만, 국방과 관련해서는 강경한 부분들도 있었다고 썼는데요.

■ 최종건 / (문재인 전) 대통령님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보면 ‘평화’만큼 공허한 단어가 없어요. 어떨 때 가장 공허하냐면 내 힘이 없을 때요. 제가 기억하기에도 (20)17년 초에 북한을 볼 수 있는 힘, 북한을 들을 수 있는 힘이 매우 미약했어요. 미국한테 100% 의존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니 미국에 대한 의존도도 높아지고, 우리의 협상력은 없어지는 거죠. 북한이 도발하고 긴장을 조성할 때는 우리도 맞상대해야 하는 거고요. 북이 미사일 쏠 때마다 우리도 같이 대응을 했던 지점을 책에서 많이 밝혔어요. 특히 미사일 지침을 해제함으로써 이제는 대한민국이 우리 기술력에 따라 미사일을 마음대로 쏠 수 있는 나라가 됐습니다. 국방력도 마찬가지고요. 대통령이 한 말씀이 이건데요. ‘이거 미국 사람하고 협상만 했으면 될걸, 왜 그전에 못 했느냐’는 거죠.

■ 진행자 / 자연스럽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관한 파트로 넘어가면 될 것 같은데요. 대통령의 회고 중에서 흥미로웠던 부분 중 하나가, 일본의 방해가 있었다는 사실을 밝힌 것입니다. 일본이 그 당시 남북미가 대화하는 상황을 불편해했다고요.

■ 최종건 /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면 일본 측 정상의 발언은 참 듣기 힘들었대요. 왜 한미일이 같이 연합훈련을 동해에서 안 합니까, 이런 이야기도 하고요. 또 우리가 뭘 하려고 그러면 아베 당시 일본 총리가 워싱턴으로 간다든지, 아베의 참모들이 미국 대통령 참모들을 만난다든지 해요. 그래서 정의용 당시 실장이나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등 실무진들이 많이 미국에 갔다 왔죠.

■ 진행자 / 일본은 왜 그렇게까지 남의 일에 진심이었을까요?

■ 최종건 / 그러니까 감정적으로는 왜 굳이 저렇게까지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면밀히 따져봐야겠지만 자신들이 배제된다는 것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아요. 왜 한반도의 문제를 미국하고 한국만 이야기해? 이런 거죠. 자기들은 북한발 안보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껴야 된다, 북한 문제가 남북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인 것 같고요. 이제 우리가 아는 일본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일본과 달라진 것 같아요. 매우 경화되어 있어요. 우경화이기도 한데, 뭐랄까 경직되어 있어요. (문재인 전) 대통령도 말했지만, 우리가 어떠한 안을 가지고 가도 그들은 변하지 않고 매우 경직된 사고를 보였다는 거죠.

5월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주최로 열린 '역사, 영토, 기업까지 강탈! 일본 정부 규탄'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라인 사태와 관련해 양국 정부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진행자 / ‘라인 사태’도 결국 일본의 어떤 우경화적인 움직임의 한 모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 최종건 / 이건 정권의 실력이 드러나는 부분이에요. 민족주의적으로 대하면 안 되고요. 소위 우리 미래 산업 혹은 우리가 압도적 우위를 가지고 있는 정보 인프라를 어떻게 지켜내느냐에 대한 실력 문제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좀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해요. 여기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면 네이버라는 회사 하나가 손실을 받는다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미래 먹거리를 얼마나 다른 지역에서도 지켜내느냐의 문제에요. 대한민국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은 대한민국 국익을 지키는 거예요. 그리고 우리 국민들에게 보고할 의무가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한일 관계 개선’이라는 건, 저희 입장에서는 그게 개선은 아니죠. 국민적 자존감 그리고 우리나라의 사법 체계 그리고 여전히 존재하는 피해자분들께도요. 일본은 실제로 우리에게 이런 사안을 섞어서 반도체를 규제했던 국가가 아닙니까.

■ 진행자 / 회고록이 나오고 김정숙 여사와 관련된 논란도 함께 일었습니다.

■ 최종건 / 책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다자외교 부분의 한-인도 관계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중국과의 관계가 안 좋고, 우리의 수출이 중국과 미국에 편중되어 있으니, 다자외교를 통해서 시장을 다변화하자는 거거든요. 인도는 중요하죠.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8년 7월에 국빈 방문하셨고요. 그 당시 인도와 우리나라와의 정상 선언에 허왕후 기념 공원을 같이 만들자는 게 있었어요. 그리고 11월에 김정숙 여사가 가신 거죠. 외교 현장에서는 ‘너희 대통령 오시라’ ‘영부인 오시라’ 이렇게 얘기 안 합니다. 영어로 말씀드리면 ‘하이 레벨 델리게이션(high level delegation)’, 그러니까 고위 대표단을 보내달라고 그래요. 하이 레벨이 붙으면 거의 정상급이라는 뜻이에요. 7월에 모디 총리하고 우리 대통령하고 만났을 때 소위 케미가 잘 맞으셨대요. 예정에도 없었던 일정을 모디 총리가 다 제안해요. 11월에 종교 행사도 있고 허왕후 기념 공원도 있으니 한-인도 관계 중흥을 위해서는 고위급을 좀 보내달라고 그랬다는 거예요. 이 책에 나와 있지 않지만, 실무 차원에서 그럼 우리 영부인이 가면 괜찮아? 어떨 것 같아? 물어본 것이 ‘우리가 먼저 영부인을 제안했다’라고 하는 거죠. 우리도 외교를 하는 나라인데 ‘영부인 간다’ 이렇게는 못해요. 주인도 한국 대사관을 통해서 ‘영부인 정도 가시는데 어떠한 외교적 의전이 가능해? 너희들 할 수 있어?’ 이런 걸 물어보고 인도 총리실에서 ‘알겠다, 고맙다’고 해서 바로 초청장이 온 거죠.

■ 진행자 / 외교부가 반박하는 입장을 냈는데, 왜 그런다고 보세요?

■ 최종건 / 제가 알고 있었던 외교부가 아닌 것 같아서…. 그러니까 이게 지금 정쟁화되어 있는데 외교부가 나와서 확인해줬고 또 자신들이 얘기했던 걸 지금 걷어들이잖아요. 그러니까 모르겠어요. (외교부) 직원들이 고생하신다고만 생각하고 있어요. 안타까워요.

■ 진행자 / 독자들이 책에서 중점적으로 봤으면 좋겠다하는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해주시죠.

■ 최종건 / 한 지도자가 한 시대를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정말 가감없이 담으려고 했습니다. 이 책은 문재인 정부를 혹은 대통령 문재인을 정당화하려고 한 책이 아닙니다. 본인의 실책, 후회 등을 그대로 담았고요. 이 책이 관련 영역에서 연구를 하시거나 업무를 보시는 분들에게는 좋은 교훈서가 되길 바랍니다.

 

제작진

프로듀서: 최한솔·김세욱·이한울 PD

진행: 김은지 기자

출연: 최종건 전 외교부 차관

 

김영화 기자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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