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환자 점점 늘고 있지만 치료는 16% 그쳐
효과 좋은 뇌졸중 새 치료제 국내 수입도 안 돼
뇌졸중(腦卒中·stroke) 등 뇌혈관 질환이 최근 5년간 20% 이상 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얼마 전 밝힌 최근 5년간(2018∼2022년) 뇌혈관 질환 진료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뇌혈관 질환으로 입원이나 외래 진료를 받은 환자가 117만1,534명이었다. 이는 2018년 96만7,311명에서 21.1%(연평균 4.9%) 증가한 수치다. 이 중 뇌졸중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는데 지난해 63만4,177명이 진료를 받았다. 환자가 2018년보다 7.1%(연평균 1.7%) 늘었다. 하지만 뇌경색 환자 가운데 재개통술을 받은 이는 10년 전과 같은 16% 정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뇌졸중, 사망 원인 4위 올라
뇌혈관이 혈전 등으로 갑자기 막히거나(뇌경색) 터진(뇌출혈) 뇌졸중은 국내 사망 원인 4위다. 전체 뇌졸중 가운데 80%는 뇌혈관이 혈전으로 막혀 발생하는 뇌경색(허혈성 뇌졸중)이고, 20%는 혈관이 터져서 발생하는 뇌출혈(뇌 내 출혈과 지주막하(蜘蛛膜下) 출혈)이다.
뇌는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 수 없어 뇌혈관에서 공급하는 혈액의 에너지와 산소로 살아간다. 뇌 혈류를 공급하는 뇌혈관이 막힌다면 뇌세포는 손상될 수밖에 없다. 뇌 혈류가 끊기면 뇌세포는 1분에 200만 개씩 손상된다. 따라서 막힌 뇌혈관을 빨리 뚫는 것(재개통)이 뇌경색으로 인한 뇌 손상과 후유장애를 줄일 수 있는 최선책이다.
김태정 대한뇌졸중학회 홍보이사(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경색에 필수적인 초급성기 치료는 증상 발생 후 4.5시간 이내 정맥 안에 약을 투여하는 ‘혈전용해술’과 뇌동맥이 막혔을 때 시행하는 ‘혈전제거술’”이라고 했다.
혈전제거술은 증상 발생 후 6시간 이내 시행하지만 뇌 영상에 따라 24시간까지 늘릴 수 있다. 혈전용해술을 시행하면 20~30%의 좋은 예후(치료 경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혈전제거술로는 환자의 50% 이상이 3개월 정도 독립적으로 생활한다. 이들 두 가지 치료를 빨리 시행할수록 예후가 2배 이상 좋으므로 증상이 생기면 즉시 치료 가능한 뇌졸중센터를 찾아야 한다.
뇌졸중의 대표적인 증상은 ‘이웃·손·발·시선’ 등 4가지다. ①‘이웃’은 이~ 하고 웃지 못하는 것이며, 즉 안면 마비다. ②‘손’은 편측마비를 뜻하며,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위약감)이다. ③‘발’은 발음이 어눌한 발음장애와 대화를 할 수 없는 실어증이다. ④‘시선’은 안구 편위를 뜻하며 양쪽 안구가 한쪽으로 치우친 것이다.
이 밖에 심한 어지럼증·자세 불균형·감각 저하·복시(複視)·의식 저하 등도 뇌졸중 증상일 수 있기에 이런 증상이 생기면 119로 전화해 뇌졸중 초급성기 치료가 가능한 뇌졸중센터를 찾아야 한다.
◇재개통술 치료받은 환자 16% 그쳐
뇌졸중 환자가 계속 늘고 있지만 여전히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대한뇌졸중학회가 내놓은 ‘뇌졸중 팩트 시트 2024’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허혈성 뇌졸중(뇌경색) 환자 가운데 증상 발생 후 3시간 30분 안에 병원에 도착한 환자 비율은 26.2%에 그쳤다. 4명 중 3명꼴로 ‘골든타임’ 안에 치료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뇌경색을 앓은 뒤 85%가 후유장애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뇌경색 환자 중 재개통 치료(정맥 내 혈전용해술, 동맥 내 혈전제거술, 병합 시술 등 혈관을 막은 혈전을 제거하는 치료)를 받은 환자는 16%에 불과했다. 김태정 대한뇌졸중학회 홍보이사는 “과거 10년간 동맥 내 혈전제거술을 받은 뇌경색 환자가 증가했지만 정맥 내 혈전용해술을 받은 환자는 오히려 줄면서 재개통 치료를 받은 뇌졸중 환자 비율은 16%로 10년 전과 다름없다”고 했다.
김경문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은 “뇌경색 환자의 퇴원 시 사망률은 2.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7.9%보다 크게 낮다”면서도 “여전히 골든타임 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뇌졸중 환자가 많은 게 안타깝다”고 했다.
이 밖에 현재 뇌경색 환자에게 생긴 혈전을 녹이기 위해 정맥 투여 혈전용해제(tPA)인 ‘액티라제’를 쓴다. 하지만 액티라제는 60분 정도 계속 주입해야 하고, 출혈성 합병증 위험성이 높다.
이에 따라 액티라제와 같은 효능을 나타내면서 단점은 줄인 새로운 혈전용해제 ‘테넥테플라제(제품명 메탈라제·베링거인겔하임)’가 개발돼 캐나다·호주·유럽 등 선진국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김범준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하지만 테넥테플라제를 보건당국이 판매 허가 내주지 않고 해당 제약사도 수입에 적극적이지 않아 국내 뇌졸중 환자들이 이 약으로 치료를 받을 수 없어 안타깝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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