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안전지대 지정’ 라파 난민촌 공습…국제사회 ‘맹비난’
유엔 “사람들 산 채로 불 질러”…팔 서안지구선 항의 시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부 라파 난민촌을 공습한 것을 두고 안전지대로 지정한 곳을 공격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대원을 겨냥한 정밀한 공격이었다고 주장하나, 사상자 대부분이 여성과 아동으로 알려졌다.
27일(현지시간) CNN·알자지라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적신월사는 이스라엘이 지난 26일 공습한 라파 북서쪽 탈 알술탄 난민촌이 이스라엘이 ‘안전지대’로 지정한 구역이었다고 밝혔다.
적신월사는 “이스라엘군은 이쪽을 안전지대로 지정해 피란민을 대피토록 했다. 피란민이 대피처를 찾았을 때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난민촌에는 이스라엘군이 약 3주 전 라파 공격을 시작하자 이를 피해 모여든 가자지구 주민 수천명이 지내고 있었다.
앞서 이스라엘이 지난 26일 탈 알술탄 난민촌에 공습을 가하며 수백명이 사상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45명이 사망했으며 200명 이상이 다쳤다. 사상자 대부분은 아동과 여성”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공격은 하마스가 텔아비브 등 이스라엘 중부로 로켓 공습을 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보인다. 하마스는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으로 이스라엘에 로켓 10여발을 발사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이 해당 지역에 있다는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정밀한 무기를 사용해 합법적인 목표물을 겨냥했다”고 발표했다. 민간인 피해가 뒤따랐다는 점을 부인하진 않았으나 “하마스 고위급 두 명을 살해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이스라엘의 공격을 둘러싼 국제사회 비판이 이어졌다. 국경없는의사회(MSF)는 “이번 치명적인 공격에 경악했다. 이는 가자지구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다시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팔레스타인 정치 분석가 누르 오데는 “가자지구 주민들이 식량, 물, 쉼터를 찾기 위해 여러 달 동안 고군분투한 끝에 완전히 지친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가연성이 높은 텐트가 가득 찬 난민촌을 공격했다”고 했다.
프란체스카 알바니스 유엔 팔레스타인 인권특별보고관도 “이스라엘군은 플라스틱 텐트를 불태우고 사람들을 산 채로 불 질렀다. 이러한 잔인함은 국제법과 체계에 대한 노골적인 반항”이라고 비판했다.
하마스는 “범죄자 점령군이 피란민 텐트에 대해 저지른 학살에 대해 요르단강 서안지구, 예루살렘, 점령지와 해외의 우리 국민들에게 분노하여 봉기해 행진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난민촌 공격 후 제닌과 라말라를 비롯한 요르단강 서안지구, 바카 난민촌 등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항의 시위가 일어났다. 서안지구에서는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주민 간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으며, 이스라엘군이 실탄과 최루탄을 사용했다고 WAFA통신은 보도했다.
한편 국제앰네스티는 아동 32명 등 팔레스타인 민간인 44명을 숨지게 한 이스라엘의 최근 공습을 전쟁범죄로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앰네스티는 지난달 16일 가자지구 중부 알마가지 난민촌, 지난달 19~20일 라파 공습 등 총 3건을 자체 조사하고 생존자와 목격자를 인터뷰한 결과 “공습 장소와 그 주변에 군사 목표물이 있다는 어떠한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70만원짜리 임야, 건설업자가 111배 넘는 3억원에 산 까닭
- “윤석열 대통령에게 훈장 안 받겠다”…교수에 이어 초등학교 교사도 거부
- [스경X이슈] ‘흑백요리사’ 출연진, 연이은 사생활 폭로…빚투→여성편력까지
- “장학사 만들어줄게”…여교사 성추행·스토킹한 교장 법정구속
- 아파트서 후진하던 쓰레기 수거 차량에 쾅…7세 초등학생 한낮 참변
- ‘파우치 논란’ 박장범 선배들도 나섰다···“염치를 안다면 멈출 때”
- 버스 시위 중 체포된 전장연 대표···법원 “국가가 1000만원 배상하라”
- 이재명 만난 윤여준 “민주주의 훈련 덜된 분들이 권력 잡아 문제”
- 어도어, 민희진 대표이사 선임안 부결···민희진 “주주 간 계약 효력은 여전해”
- ‘손자 사망’ 급발진 의심 사고 할머니 재수사에서도 ‘혐의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