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모성보호 3법', 여당 반대로 폐기된다
21대 국회 종료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가 저출산 극복을 위해 지난해 야심차게 내놓은 이른바 '모성보호 3법'이 야당이 아닌 여당의 반대로 자동 폐기되는 모순적 상황에 처했다. 여당이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반발 차원에서 국회 상임위를 보이콧한 것인데, 정쟁 때문에 민생 법안을 희생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모성보호 3법은 육아휴직과 난임치료 휴가를 비롯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기간을 확대하고, 관련 급여를 늘리기 위한 3개 법률 개정안으로, 지난해 10월 정부가 내놓은 법안이다.
현재 육아 중인 부모는 남녀고용평등법상 육아휴직을 자녀당 1년씩 2년 사용할 수 있다. 정부는 이를 개선하려는 취지에서 육아휴직을 1년6개월씩 3년 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에 담았다.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에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신청이 가능한 자녀 대상도 8세(또는 초등학교 2학년)에서 12세(또는 6학년)로 확대하고, 사용하지 않은 육아휴직 기간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기간에 2배로 가산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아울러 난임치료 휴가 기간은 현재 연간 3일인데 이를 6일로 확대하고, 이때 유급휴가일을 최초 1일에서 2일로 늘리는 방안도 담았다.
정부는 또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통해 배우자 출산휴가 급여 지급 기간을 최초 5일에서 휴가 전체 기간(10일)으로 늘리도록 했다. 여성 근로자가 하루 2시간 근로시간 단축할 수 있는 기간을 현행 '임신 후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로 정한 근로기준법도 '임신 후 12주 이내 또는 32주 이후'로 확대하도록 했다.
지난해 10월 이같은 입법 계획에 대해 예비 부모, 출산을 계획 중인 부부들은 출산 및 육아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방안이라며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여야 간 큰 이견도 없어 21대 국회 내 통과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21대 국회가 불과 사흘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이들 법안은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 문턱도 넘기지 못했다. 채상병 특검법으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자 국민의힘이 국회 출석을 거부해 비쟁점 법안 처리마저 물거품이 된 것이다.
이에 환노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은 지난 5월 2일 '채 해병 특검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 이후 정권의 눈치보기에 급급해 '모성보호 3법' 등 민생법안마저 거부하며 국회를 파행으로 몰아가고, 국회에 적극적으로 입법을 요청해야 할 정부는 국민의힘과 정권의 눈치만 보며 국회 출석의무마저 위반하는 무책임과 오만의 극치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제 '모성보호 3법'과 '임금체불방지법'을 비롯해 시급한 민생법안들이 안타깝게도 제22대 국회로 넘어가게 되었다"며 "더불어민주당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일동은 국민과 대한민국 미래는 안중에 없이 '모성보호 3법'과 '임금체불방지법' 등 민생입법을 거부한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을 강력히 규탄하며, 제22대 국회에서 이들 법안들을 재발의해 신속히 입법을 추진할 것임을 밝힌다"고 했다.
모성보호 3법이 자동 폐기 수순에 놓이자, 예비 부모들은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육아 커뮤니티에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모성보호3법) 자동폐기라는 말에 좌절감이 든다"고 했다. 이에 다른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댓글에서 "이것만 기다렸는데 진짜 너무하다", "당연히 통과될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반발이 거세게 일자, 정부는 이같은 지난 21일 동일한 법안을 입법예고했다. 현재 환노위에 계류 중인 법안들과 똑같은 내용이다.
정부는 개정 취지에 대해 "배우자 출산휴가의 분할 사용 횟수를 개편하고, 난임치료 휴가 기간을 확대하며 난임치료 휴가 급여 지원의 근거 마련 및 난임치료 휴가에 관한 사업주 비밀유지의무를 신설하여 모성보호 제도를 강화하고자 한다"며 "부모 맞돌봄 문화 확산과 여성 경력단절 예방을 위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대상 자녀 연령과 사용기간을 확대하고, 국가는 육아기 재택근무 등을 지원하는 사업주에게 세제 및 재정을 통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여 일·가정의 양립 지원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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