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현의 짧막터뷰] 'E1 채리티 오픈', 무더기 기권 사태가 프로스포츠 대회?
지난 26일 경기도 여주에 위치한 페럼클럽(파72·6605야드)에서 열린 2024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열 번째 대회인 'E1 채리티 오픈(총상금 9억 원, 우승상금 1억 6천2백만 원)'이 막을 내렸다.
올해로 12회째를 맞는 대회로 KLPGA 투어 역사를 쓰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US 여자오픈' 출전과 병가로 인해 '톱'랭커 선수들이 불참하면서 아쉬움이 컸다.
다만, 시드 순위가 하위인 선수들에게는 소중한 출전 기회를 잡았다.
본 대회 이튿날인 25일 경기에서 지한솔과 윤이나를 포함하여 박보겸, 박혜준, 전예성, 김가영, 손주희, 임지유 등 8명의 선수가 무더기 기권을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특히 최민경은 1라운드 윤이나, 박혜준과 같은 조 에서 플레이를 펼쳤지만, 박혜준은 1라운드 종료후, 윤이나는 2라운드 도중 기권하면서 2인 플레이 규정에 따라 뒷 조인 전예성과 함께 플레이를 이어갔다. 전예성이 4번 홀까지 경기를 펼치다 중간에 기권하면서 최민경은 나 홀로 플레이를 하게 되었다. 경기 규정에 따라 경기 위원이 최민경 마커로 경기를 치르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번 대회는 경기 전 시즌 상금 순위 1~3위 선수가 불참을 통보했다. '톱' 랭커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대거 빠져나가면서 흥행에도 비상이 걸렸었다. 그런 상황에서 무더기 기권 사태가 발생하면서 대회 품격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기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어떤 종목이든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진정한 스포츠 정신이 아닐까?
최민경에게 경기 후 당시 심정을 어땠는지 물어봤다.
보기가 드문 플레이를 펼친 최민경은 "저도 처음 겪는 일이라서 좀 당황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최대한 신경 안 쓰려고 노력했다. 스코어가 좋지 않아서 본선을 목표로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거 같다"라고 회상했다.
경기위원과 함께했는데 부담은 없었는지 질문에 최민경은 "경기위원이 따라다닌 것은 아무런 문제 없었다"면서 "괜히 위원님이 고생한 게 아닌가 싶다, 나 혼자 떳떳하게 플레이하고 정확히 마크해 주셨다"라고 웃음을 지으며 상황을 설명했다.
물론 이런 상황이 있을 수는 있지만 흔치 않은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진짜 건강이 좋지 않아서 기권한다면 문제가 없다. 물론 기권 사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은 그것만으로 무분별한 기권은 신중하게 생각 볼 필요가 있다.
대회 1라운드 시작 전 대기 1순위인 임채리는 집에서 새벽 3시에 출발하여 4시 반 정도에 골프장에 도착하여 차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아침이 되어 연습 그린에서 퍼트 연습을 시작했다. 이어 오후 1시 40분까지 대기를 하다 기권 선수가 나오지 않자 현장을 떠났다. 물론 이 상황은 대기 선수면 누구나 겪어야 할 고충이다.
아쉬움이 컸던 임채리는 "저는 이번에 대기 선수로 처음 참가를 하였는데, 제가 출전을 하든 못하든 간에 시합장에 가는 것 자체로 너무 설렜고 행복한 마음이었다. 그래서 제 루틴대로 아침에 퍼팅 연습도 하고 저에게 주어진 그 시간을 충분히 만족스럽게 보냈던것 같고,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만약, 경기 중에 기권했던 8명의 선주중에 한 명이라도 경기 전에 기권했더라면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바라던 소중한 경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번 대회에 초청 선수로 출전한 배경은을 공식 연습 일에 만나 소감을 물어봤다.
오랜만에 투어 복귀한 배경은은 "한때 메이저 대회를 석권한 선수였지만 대회에 초청받는 일이 너무 즐겁게 행복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후배들에게 기회를 빼앗는 것 같아 정말 미안하고 죄송스럽다"라고 대회 출전 소감을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회 중에 모든 선수에게 음료와 음식을 대접하겠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배경은은 1,000명분(약 8백만 원 상당)의 음료와 간식을 1, 2라운드 동안 출전 선수들에게 사비를 털어 통 큰 선물을 안겼다.
스포츠 선수는 어떤 대회든지 참가할 기회를 얻는다는 그것만으로도 매우 소중한 일이다. 정규리그 시드권이 없는 선수들에겐 너무나도 간절한 단 한 번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어떤 스포츠든지 선수가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팬들은 열광하고 환호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STN뉴스=손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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