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라파 '안전지대' 난민촌 공습…최소 35명 사망

김효진 기자 2024. 5. 2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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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신월사 "이스라엘군이 인도주의 구역으로 지정한 곳"…이스라엘 "민간인 피해 보고 인지·조사중"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를 공격 중인 이스라엘이 대피령을 내리지 않은 라파 서부 피난민촌을 공습해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로이터>, <AP> 통신, <뉴욕타임스>(NYT)를 종합하면 가자지구 보건부는 26일(이하 현지시간) 밤 라파 서부 탈 알술탄 지역 피난민촌에 이스라엘 공습이 가해져 최소 35명이 죽고 수십 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와파>(WAFA) 통신은 사망자 수가 적어도 40명에 이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해당 지역은 이스라엘이 이달 초부터 라파 동부를 공격하며 도망쳐 온 난민 수천 명이 머물던 곳으로 이스라엘의 대피령이 내려진 곳도 아니었다. 유엔(UN)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북부에서부터 공격을 시작하며 남부 라파에 몰려 있던 140만 명 가량의 난민 중 80만 명이 라파 공격 뒤 재차 피난을 떠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슬람권 적십자격인 팔레스타인 적신월사는 폭격 지역이 "이스라엘 점령군에 의해 인도주의적 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라고 주장하며 민간인들이 이곳으로의 대피를 강요 받던 중 공격을 당했다고 비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국제적십자위원회는 라파에 위치한 야전 병원에 사상자가 밀려 들고 있고 다른 병원들도 수많은 환자를 받아 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국경없는의사회(MSF)도 탈 알술탄 피난민촌에 대한 이스라엘 공습으로 발생한 15명 이상의 사망자와 수십 명의 부상자가 MSF 지원 시설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라파에 위치한 쿠웨이트 병원에 도착한 한 주민은 <로이터>에 "공습으로 텐트가 불탔고 텐트가 녹아내렸으며 사람들의 몸도 녹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탈 알술탄 공습이 "정확한 정보"에 근거해 "정밀 탄약을 사용해 국제법상 합법적 표적에 대해 수행됐다"며 이를 통해 하마스 지도자 2명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민간인 피해 보고에 대해선 "인지하고 있다"며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공격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텔아비브를 겨냥한 로켓 공격에 이어 발생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을 보면 이스라엘군이 라파 서부를 공습하기 몇 시간 전인 26일 오후 하마스는 이스라엘 중부를 향해 로켓 8발을 발사했고 이 중 세 발은 이스라엘 대공 방어 시스템에 의해 격추됐으며 다섯 발은 개활지에 떨어졌다.

텔아비브 지역이 하마스 로켓 공격의 표적이 된 건 지난 1월 말 이후 처음이다. 매체는 경찰에 따르면 텔아비브 교외 주택 한 채가 파편에 맞아 경미한 피해를 입었고 두 명이 경상을 입었지만 심각한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마스 쪽은 이스라엘의 "민간인 학살"에 대응해 해당 공격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이번 라파 서부 공격은 라파에 대한 군사 공격을 즉시 중단하라는 유엔 최고법원 국제사법재판소(ICJ)의 24일 명령을 전날 라파 폭격에 이어 다시 한 번 정면으로 무시한 것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 당국자들이 ICJ 명령에 대해 "다소 모호하다"고 주장하며, 해당 명령을 라파 공격을 완전히 중단해야 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지 않다고 보도했다.

차치 하네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은 이스라엘 방송 채널 12에 "그들(ICJ)이 요구하는 건 라파에서 대량학살을 저지르지 말라는 것인데 우리는 대량학살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6일 성명을 통해 ICJ 명령이 이행되지 않는 것에 "크게 실망"했다며 법원의 결정이 "구속력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27일 국제앰네스티는 자료를 내 지난달 가자지구 중부 알마가지 난민촌 및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세 차례 공습으로 어린이 32명을 포함해 민간인 44명이 사망한 사건을 전쟁 범죄로 조사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이집트가 가자지구 남부 케렘 샬롬 국경 검문소를 통한 구호 트럭 이동을 허용함에 따라 이스라엘군은 26일 케렘 샬롬 검문소를 통해 126대의 구호 트럭이 가자지구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이스라엘군이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잇는 라파 국경 검문소를 점령해 라파 검문소를 통한 구호품 전달이 막히며 가자지구의 굶주림 위험이 극도로 커졌다.

이스라엘의 라파 검문소 점령 및 라파 공격에 항의해 자국에 머무는 라파 검문소를 향한 구호 물품을 케렘 샬롬 검문소를 통해 가자지구에 반입하는 것을 거부해 왔던 이집트는 지난 24일 이를 "임시" 허용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전쟁 발발 전 가자지구엔 하루 500~600대의 구호 트럭이 진입했다.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은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위치한 팔레스타인 난민촌이 화염에 휩싸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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