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골리앗 쓰러뜨린 데이비스 라일리
[골프한국] '다윗과 골리앗'은 성경에만 나오는 얘기가 아니다. 24~27일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콜로니얼CC(파70)에서 열린 PGA투어 찰스 슈와브 챌린지에서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이 벌어졌다. 물론 1대1 맞대결은 아니었지만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27)와 무명의 데이비스 라일리(27)의 경쟁이라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PGA투어 통산 10승의 스코티 셰플러는 2022년 3월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뒤 무려 80주 넘게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PGA투어 최강자다. 올 시즌에만 벌써 RBC 헤리티지, 마스터스, 더 플레이어스, 아놀드파머 인비테이셔널 등 4승을 거머쥐었다. 라운드 중반 쳐져 있다가도 언제라도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올 수 있는 능력자라 우승 경쟁을 벌이는 선수들은 한시라도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다.
스코티 셰플러에 비하면 데이비스 라일리의 존재감은 초라하다. 2부리그인 콘페리투어를 거쳐 2021년부터 PGA투어에서 뛰기 시작한 라일리는 2002-23시즌 츄리히 클래식 오브 뉴올리언즈 대회에서 PGA투어 첫 승을 올렸다. 2021-22시즌 발스파 챔피언십에선 연장전서 샘 번스에게 패했다. 올 시즌 14번 출전해 7번이나 컷 탈락했다. 세계랭킹도 250위에 머물고 있다.
대회에 임할 당시의 상황 역시 최악이었다. 대회 직전 누나 캐롤라인이 직장에서 발작을 일으켜 입원하는 일이 벌어져 스윙 자체를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누나의 머리에서 급성 종양이 발견돼 수술을 받아야 했다. 대회 포기까지 생각했었다.
"여동생의 수술 결과가 좋으니 경기에 집중하라"는 스윙 코치 제프 스미스의 조언에 마음을 추스린 그는 1라운드를 찰리 호프먼에 1타 뒤진 66타를 쳐 3명의 공동 2위에 포함됐고 2라운드에서 6타를 줄이며 1위로 나섰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스코티 셰플러와 키건 브래들리의 집요한 추격을 5타 차로 뿌리치고 최종 합계 14언더파 266타로 우승했다.
PGA투어에서는 무명으로 지냈지만 그의 주니어 시절은 전도유망했다. 미시시피주 주니어 타이틀을 4년 연속 차지했다. US 주니어 아마추어 챔피언십 최종전에도 2년 연속 진출했는데 이는 타이거 우즈와 조던 스피스 이후 처음이다. 스코티 셰플러와의 인연도 이때 시작됐다. 2013년 이 대회 결승전에서 그는 스코티 셰플러에게 패했다. 마지막 라운드 16번 홀 그린에서 어드레스를 한 상태에서 볼이 살짝 움직이자 경기위원에 자진 신고, 결국 3홀 차로 졌다.
셰플러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던 일이었다"고 라일리의 양심선언을 회고했다. 둘은 지난해 델 테크놀로지스 매치 플레이 조별리그 1차전에서도 맞붙어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셰플러가 1홀 차로 라일리를 꺾었다.
라일리는 2014년 미국과 유럽간 대결인 주니어 라이더컵 대회에 출전, 미국팀이 16대 8로 승리하는 데 기여했고 2015년엔 USA투데이 선정 '전미 올해의 주니어선수'로 선정되었다. 2015년 앨라배마대학에 진학해 골프선수로 활약하고 2019년 프로로 전향, 2020년 2부 투어인 콘페리투어에서 2승을 올린 뒤 이듬해 PGA투어로 합류했다.
이번 우승으로 2025년까지 PGA투어 카드를 보장받았고 메모리얼 토너먼트와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등 특급대회 출전권도 따냈다. 페덱스컵 랭킹은 55위로, 세계랭킹은 78위로 뛰었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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