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응접실] 주한 EU대사 "남·북과 한반도 평화 해법 모색 위해 협력"

박계교 기자,김소연 기자 2024. 5. 27.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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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박계교 디지털뉴스2팀장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유럽연합(EU) 대사는 27일 대전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대전은 창의적인 아이디어 도출을 위한 시간·공간적 여유가 필요한 과학기술 연구원들에게 부합하는 도시"라고 말했다. 김영태 기자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유럽연합(EU) 대사는 27일 대전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EU대사는 인터뷰 중간에 가지고 다니는 스크랩북에서 최근 코리아타임즈에 난 이장우 대전시장의 신문기사를 뽑아 보여줬다. 지역을 다닐 때마다 그 지역과 관련된 기사를 꼼꼼히 챙겨본다는 그다. 일종의 사전학습인 셈이다. 몇 차례 대전을 방문한 적이 있다는 그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 연구원들에게 대전은 서울과 비교했을 때 삶의 질이 좀 더 높은 곳이라고 했다. 1박 2일 대전에 머물면서 대전·충남의 여러 곳을 다녔다는 그는 마지막 일정으로 본지와 인터뷰를 잡았다. 2000-2005년까지 EU 한반도 이슈를 담당할 만큼 남북 관계에 대해 관심이 많은 그는 "EU는 언제나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모든 노력에 있어 한국 정부의 편에 서서 협력해왔다. 앞으로도 한국과 북한 간의 평화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EU대사를 만났다.

-대전에 대한 인상을 설명한다면.

"앞서 과학기술 연구소 방문을 목적으로 대전에 들른 바 있다. 이번에는 대전이라는 도시를 더 밀도 있게 봐야겠다는 생각에 1박 2일 일정으로 찾게 됐다. 과학기술 연구원들의 경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해 낼 수 있는 시간·공간적 여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대전이 딱 이 부분에 부합하는 도시가 아닐까 싶다. 특히 서울과 비교했을 때 여러 면에서 삶의 질이 좀 더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보다 교통체증이 덜하고 녹지 공간도 풍부할 뿐 아니라 도시 전반적인 분위기가 '빨리빨리'가 아닌 '천천히' 느낌이었다. 연구원들이 스트레스 없이 뭔가 혁신적인 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충남대와 같은 우수한 학교가 있는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어제(26일) 충남대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환경과 시설 등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대전은 산학연이 잘 연계돼 있어 '세계적인 혁신 허브'로 기능할 수 있지 않나 생각된다."

-충청권 대표 사찰 중 하나인 천년고찰 마곡사를 방문하셨다.

"마곡사는 한국에서 가장 유서 깊은 오래된 사찰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문화적으로 중요성을 가진 곳이라 생각한다. 평소 서울을 벗어나 다른 지방을 방문할 때마다 직원들에게 '그 근처에 갈 만한 절은 없냐'고 물을 정도로 한국으로 따지면 사찰과 같은 문화유산을 좋아한다. 국가 문화유산은 그 나라의 역사를 비롯해 여러 부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보고 느낀 마곡사는 굉장히 아름다운 자연과 조용한 환경, 역사적 중요성 등이 어우러진 고찰이었다. '천년 고찰'이라는 타이틀처럼 그곳에 머물면서 사찰의 주는 웅장함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또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문화유산 보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본인들이 가진 해박한 불교·사찰 지식을 설명하는 데 자신의 시간을 할애할 만큼 굉장히 헌신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들을 통해 마곡사의 역사적 의미를 들으니 더 생생해졌다."

-대사께서는 2000년부터 2005년까지 한반도 주요 이슈를 담당하셨다. 그때와 현재의 한반도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다고 보나.

"그때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적용되던 때다. 이후 노무현 대통령으로 이어졌다. 김 전 대통령은 그런 노력을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EU는 북한과 뜻을 모아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이뤄야 한다는 햇볕정책을 지지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안보와 관련해 많은 도전과제에 직면해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 환경도 많이 달라졌다. 북한 지도자가 현재 안보 상황을 본인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용하려는 모습을 보이며 한반도 긴장이 더 고조되고 있다. 심지어 오늘(27일) 북한이 일본에 위성 로켓을 발사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건 명백한 유엔(UN) 안전 보장 이사회 제재 위반이다. 이처럼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망각하는 상황이 자주 펼쳐지면서 지금과 과거는 많이 달라졌다고 할 수 있겠다."

-EU의 기본 정신은 '성평등'이다. 한국의 성평등 문화는 어떤가.

"한국이든 유럽이든 성평등 이슈에 있어서는 여전히 발전 단계, 개선해나가는 단계에 있다고 본다. 유럽도 완전한 성평등을 이뤘다고 말할 순 없는 상황이다. 한국도 성평등 부분에 있어 큰 진전을 이룬 것은 맞지만 여전히 많은 도전과제에 맞닥뜨려 있는 것 같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한국이 임금격차 등 성평등 정책 부분 관련 가장 하위권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오늘날 한국에서 여성과 남성 모두 대학 입학 등 동등한 기회와 절차를 부여받는 것은 맞다. 또 예전에 비해 많은 한국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문제는 여성들이 커리어를 이어나가는 데 있어 개선돼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가령 결혼 후 직장을 떠나야만 하는 경우 등이다. 삶과 일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거나 그와 관련된 정책들이 미비한 것 같다. 다만,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한국에 매우 많은 여성협회나 모임이 있다는 점이다. 굉장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여성 단체가 관련 정책·제도 마련을 한 목소리로 요구하고 압력을 가하는 등 사회적 의식을 형성하고, 또 변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본다. 정책 변화 만큼이나 중요한 게 사회적 인식 변화다."

-주한 EU대사로서 대전과 유럽연합 간 경제 교류 등 가교역할을 해줄 수 있는지.

"우선 머크사가 대전에 바이오 프로세싱 생산시설을 건립하기로 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전하고 싶다. 앞서 제가 '연구혁신이 이뤄지면 산업도 따라온다'는 취지로 언급한 바 있는데, 이번 머크사 생산센터 대전 건립이 좋은 예가 아닌가 생각한다. 유럽과 대전은 이미 기후 정책과 관련해 협업이 진행 중이다. 대덕구의 경우 저탄소 에너지 전환 로드맵에 대한 협업이 이뤄지고 있고, 핀란드·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와도 꾸준히 기후·환경정책 관련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협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대전은 구도심과 신도심으로 나눠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역 에너지 전환 정책에 있어 EU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EU 회원국들의 한반도 평화 지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김영호 통일부장관께서 하신 말씀(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통일외교)이 맞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직면한 모든 안보 문제들이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한반도 여러 이슈들, 중동 문제 등은 상호 연관돼있다. 모두 안보리 결의안 위반 사례다. 유엔 헌장과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지키기 위해 우리 모두 다같이 노력해야 한다. EU는 언제나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모든 노력에 있어 한국 정부의 편에 서서 협력해왔다. 앞으로도 한국과 북한 간의 평화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협력해나갈 것이다."

-K컬쳐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

"한국 문화 대부분을 좋아한다. 현재 한국에 살고 있으니 최대한 많이 즐기고 또 즐거움을 발견하려고 노력 중이다. 대전에 와서 처음으로 성심당에 가게 됐는데, 그곳에서 처음으로 K-빵을 즐겼다. 개인적으로 성심당은 'K-빵의 발견'으로 다가왔다. 최근 한국이 문화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 이것은 한국을 더 잘 알리고 이해시킬 수 있는 외교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문화 중 드라마나 영화도 좋지만, 미술 분야에 대한 홍보도 적극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공예도 탁월하고, 특히 현대미술·디자인에 있어 한국에 좋은 작품들이 많다. 또 한국의 문화유산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다. 작년에 전주 판소리 축제에도 참여했었는데, 참 좋았던 기억이 있다."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한국과 EU의 협력관계는 어떠할 것으로 전망하는지.

"한국이 950억 유로 규모의 연구혁신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유럽에 준회원국으로 참여하게 됐다. 아시아에서 첫 사례다. 한국은 내년 1월부터 정식회원으로서 EU 회원국과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행사할 수 있게 된다. 한국이 호라이즌 유럽에 참여하게 됨으로써 친환경적인 산업 전환·디지털 전환에 있어 혁신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 EU는 앞으로도 연구기관 간 더 많은 협업을 하게 될 것이다. 연구소와 연구원들의 네트워크도 더 확대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끝으로 한 말씀 해준다면.

"더 많은 외교관들이 서울을 벗어나 다른 지방도시들을 방문해 한국의 다른 부분도 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교관은 어떤 도시에 가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동시에 또 그 도시를 배우고 경험하고 오기 마련이다. 이번 대전 방문이 저에게 그런 의미를 준 것 같아서 대전시민들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대전 방문을 통해 많은 것을 발견하고 배울 수 있었다.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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