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화산' 윤한솔 연출 "프로파간다 연극 지금도 먹힐지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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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의 사업을 선전하기 위해 만든 프로파간다 공연이 2024년에도 먹힐지 궁금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극작가 고(故) 차범석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희곡 '활화산'을 공연하는 윤한솔 연출은 27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한 인터뷰에서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작품을 선택하고 나서야 '활화산'이 프로파간다 희곡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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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정권의 사업을 선전하기 위해 만든 프로파간다 공연이 2024년에도 먹힐지 궁금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극작가 고(故) 차범석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희곡 '활화산'을 공연하는 윤한솔 연출은 27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한 인터뷰에서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1960년대 말 경상북도 한 벽촌이 배경인 '활화산'은 허례허식과 구습으로 쇠잔해 가는 이씨 집안의 며느리인 정숙이 돼지를 키우며 가문을 일으키는 이야기다.
박정희 전 대통령 정권의 새마을운동을 홍보·독려하는 연극으로 1974년 초연됐다. 당시 이해랑이 연출을 맡고 백성희, 장민호, 손숙, 신구 등 쟁쟁한 배우진을 내세웠지만, 평단으로부터 "은그릇에 담긴 설렁탕"이라는 혹평을 들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윤 연출이 차범석 탄생 100주년 기념 공연으로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윤 연출은 "어떤 분은 '활화산'이 차범석 작가에게 오명을 남긴 작품인데 굳이 왜 재연하려고 하느냐며 분개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다른 작품을 다 읽어도 '활화산'만큼 재밌는 작품이 없어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품을 선택하고 나서야 '활화산'이 프로파간다 희곡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 희곡이 지닌 매력 자체가 많아 결정을 무르지 않았다.
윤 연출은 "여성이 변화의 주체로 등장하는 희곡을 1970년대에 썼다는 게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면서 당대 정치와 양반 가문의 구습에 대한 비판이 담긴 점도 흥미롭게 다가왔다고 했다.
극 중 이씨 집안은 한때 '이 참판 댁'이라고 불리며 권세를 누리다가 갈수록 가세가 기울어 끼니 걱정을 하는 형편이다. 그러나 이런 처지에도 시어머니는 '도리'를 운운하며 삼년상을 고집하고 아들 상석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선거 자금을 댄다.
보다 못한 며느리 정숙은 자신에게 집안의 경제권을 달라고 요구한 뒤 양돈 사업을 벌여 집안을 부흥시킨다.
스토리가 이렇다 보니 2020년대 관객의 공감을 얻어내기 어려울 수 있지만, 윤 연출은 각색이나 윤색을 일절 하지 않았다.
그는 "작품을 수정하지 않고도 (지금의 관객이) 당시 시대상에 공감하게 만들 방법이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미 쓰인 글을 가지고 관객을 납득시키는 게 저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윤 연출은 특히 '활화산'의 마지막 장면을 언급하며 "세상이 발전하면 누군가는 소외되고 배제되지 않느냐"면서 "이런 집단 광기가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읽힐지 궁금하다"고 했다.
"마을이 본격적으로 변하면서 '잉여 인간'이 지워지기 시작해요. 다리가 불편한 상만네 부부, 종살이하는 남자, 잡부…. 이런 집단적 움직임에 개인이 동의하고 동참하는 과정을 관객이 들여다보게 하고 싶었습니다."
'활화산'은 다음 달 17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강민지가 정숙 역을, 구도균이 정숙의 남편 상석 역을 맡는다. 원로배우 정진각은 이씨 문중 13대 종손 이 노인, 백수련은 그의 부인 심씨를 연기한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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