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군 수뇌부에 숙청 칼바람…"우크라전 승리 자신감 반영"

박광온 기자 2024. 5. 27.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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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이바노프 전 국방차관 뇌물 혐의 체포
군 수뇌부 체포에 쇼이구 전 국방장관도 경질
"국민, 부패 온상 군 쇄신 열망에 부패 척결"
"대중 사기 높이고 정치 장악력 높이려는 시도"


[베이징=AP/뉴시스] 최근 뇌물수수 혐의로 러시아군 참모차장 등 고위 간부들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낙관론 속에서 부패 가득한 국방부에 대한 숙청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사진은 푸틴 대통령이 지난 16일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2024.05.16.

[서울=뉴시스] 박광온 기자 = 최근 뇌물수수 혐의로 러시아군 참모차장 등 고위 간부들이 잇따라 체포되고 있는 가운데,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낙관론 속에서 부패 가득한 국방부에 대한 숙청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각) 푸틴 대통령이 최근 무능과 부패의 온상으로 지목됐던 군 수뇌부에 대한 교체·체포를 단행하는 것엔 전쟁을 주도한다는 자신감과 부패 척결을 갈망하는 대중에 대한 정치적 장악력을 높이려는 심산이 깔려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군 수뇌부에 몰아친 숙청 칼바람

우선 러시아 국방부 숙청 칼바람은 지난달 티무르 이바노프 전 국방차관을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한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이후 지난 12일엔 12년 동안 국방장관을 맡았던 세르게이 쇼이구를 전격 경질하고 제1부총리였던 안드레이 벨로우소프를 국방장관 자리에 앉혔다.

장관 교체 이후 이틀 만인 지난 14일엔 국방부 인사국장이자 쇼이구 전 장관의 측근인 유리 쿠즈네초프 중장이 뇌물 혐의로 구금됐다. 아울러 러시아 공세의 최고 사령관이었던 이반 포포프 소장과 러시아군 참모총장인 바딤 샤마린 중장도 뇌물 수수 혐의로 체포됐다.

"연이은 숙청은 우크라전 승기 잡았단 푸틴의 자신감 반영"

이처럼 최근 러시아 국방부 고위 관료들에 대한 교체와 부패 혐의 체포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 차에 접어든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승기를 잡았다는 자신감을 반영한다고 NYT는 보도했다.

NY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의 최근 움직임은 그가 5번째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면서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장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군사 전문가이자 카네기 국제평화기금의 선임 연구원인 마이클 코프만은 NYT에 "그들은 군 지도부 일부를 처벌할 만큼 군 내부 상황이 충분히 안정적이라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미국의 자금과 보급품이 우크라이나로 공급되는 게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탄약 및 병력 부족을 겪고 있는 사이에 러시아군은 하르키우 주변과 돈바스 지역의 영토를 빠르게 점령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서부 전투단은 적극적인 작전의 결과로 하르키우 지역의 베레스토베 마을을 해방했다"고 발표했다. 이 마을은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 지역과 가깝다.

또 러시아 군은 지난 22일 도네츠크 지역의 클리시이우카를 재점령했고, 지난 23일엔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에 미사일을 타격하기도 했다.

NYT는 "미국의 보급품 공급 지연은 우크라이나가 더 많은, 더 젊은 군인들을 군대에 투입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심각한 군인 부족을 겪고 있으며, 군대에 투입되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훈련을 제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패 온상 군 쇄신에 대한 국민 열망↑…"정치 장악력 높이기 위한 심산"

아울러 쇼이구 전 국방장관 아래서 10여년 동안 국방부 내 부패 문제가 지적을 받은 가운데, 대중들은 이를 쇄신하길 바라왔다.

이에 지난 7일 5번째 임기를 시작한 푸틴 대통령이 부패를 척결함으로써 군 병력 및 일반 대중들의 호응을 얻고, 이를 통해 정치적 장악력을 높이려 한다는 것이 NYT의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NYT에 "10여 년 동안 쇼이구 전 국방장관 휘하에서 국방부의 (부패) 문제는 곪아갔고, 대중은 쇄신을 갈망했다"고 전했다.

특히 쇼이구 뒤를 이어 국방장관 자리에 오른 벨로우소프는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국방부 고위 관리들을 체포함으로써, 뒷길로 빠졌던 돈을 일반 병사들에 대한 지원으로 사용할 것이라고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NYT는 "부패 혐의 국방부 고위 관리 체포는 일반 병사들에게 더 큰 재정적, 사회적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이뤄졌다"며 "이는 군사들의 사기 높이고 대중들에 대한 정치적 장악력을 높이려는 명백한 시도"라고 평했다.

다만 크렘린궁은 군 수뇌부에 대한 교체와 체포는 '숙청'이 아니라 '부패와의 싸움'의 하나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 23일 브리핑을 통해 "부패와의 싸움은 캠페인이 아니라 지속적인 작업"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light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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