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한국형 NASA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이 한창일 때다. 1957년 10월 소련(소비에트연방)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성공하자 미국인들은 충격에 빠졌다. 일명 ‘스푸트니크 쇼크’다. 미국은 바로 비군사 목적의 우주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 개로 나누어져 있던 우주 관련 기관을 통합해 이듬해 7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창설했다.
나사는 1960년대 인간을 달에 착륙시키는 ‘아폴로 계획’을 필두로 우주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 등 지구 바깥쪽 외행성(外行星)이 일자로 늘어서는 ‘행성 정렬’에 맞춰 1977년에는 보이저 1·2호를 쏘아올리며 우주 탐사에도 나섰다. 보이저호에는 <코스모스>를 쓴 칼 세이건의 제안에 따라 지구의 다양한 인사말과 음악 등을 담은 황금 레코드판을 실었다. 그 후 우주 개발 기술이 발전해 위성항법시스템(GPS), 정수기, 화재경보기, 자기공명영상 촬영장치(MRI), 컴퓨터 단층촬영기술(CT) 등이 일상화됐다. 나사는 천문학적 예산 부담 때문에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우주인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실어 나르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민간기업 참여도 넓혀나갔다. 이것이 민간 우주 개발 시대(뉴스페이스)의 발판이 됐다.
‘한국판 나사’를 표방하는 우주항공청이 27일 경남 사천시에 문을 열었다. 윤영빈 우주항공청 초대 청장은 “국가 우주항공 정책 수립, 연구·개발(R&D) 수행과 인력 양성, 산업 진흥, 국제 협력 등 4가지 분야에 집중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우주항공청 연구직은 기본적으로 5년간 고용 계약이고, 길게 일해도 10년간 고용된다. 나사는 사실상 기한·정년이 없는 것과 비교해 연구 인력의 고용안정성 우려가 나온다. ‘우주 선진국’과의 국제협력도 중요하지만, 이를 담당할 부서는 당초 ‘국’에서 ‘과’ 단위로 축소됐다. 스페이스X 같은 혁신·민간 기업 육성 목표도 순풍이 불지 미지수다. 2022년 기준 국내 기업의 우주산업 분야 매출은 3조원이 안 돼 스페이스X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우주로 가는 국내 기업의 토양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첫술에 배가 부르겠는가. 한국 최초의 ‘우주항공 전담기관’으로서의 역할과 성과를 고대한다.
박재현 논설위원 park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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