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도, 울음도, 실수도 다 괜찮아∼”
그림책 편집자와 작가 추천
아이 감정 헤아려줘 위로돼
긍정적인 대처 방법 알려줘
아이와 부모 함께 공감하길
아이의 조그만 마음에도 그늘은 드리운다. 때로는 불안하고, 때로는 외롭고, 때로는 화가 끓어오른다. 적절한 언어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해 더욱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럴 때는 아이의 부정적인 감정을 있는 그대로 헤아려주는 그림책 한 권이 생각보다 더 강력한 위로가 될 수도 있다. 그림책 편집자와 그림책 작가들이 직접 ‘아이의 마음을 위로하는 그림책’을 주제로 추천 도서 한 권씩을 꼽았다.
실수가 많을 수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실수’
의도와 다르게 그려진 점, 균형이 맞지 않는 동그라미…. 실수로 망쳐진 듯한 그림에 새로운 발상과 표현이 더해진다. 실패로 끝날 듯했던 그림은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으면서 더 멋진 작품으로 완성되어 간다. ‘아름다운 실수’(코리나 루켄 지음·나는별)는 그림의 세계를 통해서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하는지에 따라 실수는 새로운 씨앗이 될 수도 있음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그림책 ‘잔소리의 최후’ ‘벅스 ABC’의 난주 작가는 “실수는 순간이다. 하지만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돌이킬 수 없을 때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실수를 두려워하고 완벽해지려고 안달복달한다. 하지만 우리는 결코 완벽하지 않다. 실수하기 마련이고, 이때가 중요하다. 실수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더 나아갈 수도 있고, 그 자리에 멈춰 포기할 수도 있다. ‘아름다운 실수’는 실수를 인정하고 극복하도록 용기와 위로를 주는 책”이라는 말로 책을 추천하면서 “인도 속담에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준다’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어린이 독자들도 실수를 긍정적으로 극복해 가시길 바란다”라는 응원의 말을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아름다운 실수’는 아이가 실수에 자책하기보다는 씩씩하고 긍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큰 판형에 배치된 정체된 글과 시원한 여백, 잘못 그린 듯 의도된 어설픈 붓 터치의 그림들이 그 자체로 보는 즐거움도 함께 선사한다. 실수로 좌절하는 아이뿐 아니라, 완벽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자책감을 느끼는 부모가 함께 봐도 좋을 책이다.
추천인_ 난주 그림책 작가
울어도 괜찮아, 아이의 눈물을 알아주는 책
‘왜 우니?’
울음은 가장 즉각적이고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 중 하나다. 그림책 ‘왜 우니?’(소복이 지음·사계절)는 눈물에 얽힌 스물다섯 가지 이야기를 통해서 우는 마음을 바라보고 다독여준다. 누구나 한 번쯤 겪을 법한 일상에 가까운 소재와 친근한 캐릭터를 통해 아이와 부모 모두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
그림책 ‘숲으로 간 사람들’ 저자이자 알록 출판사를 운영하는 안지혜 작가는 “아기여서 울고, 엄마여서 울고, 기뻐서 울고, 슬퍼서 울고, 친구들이 나 없이도 재미있게 놀아서 울고, 해가 너무 아름다워서 운다. 마음에 없는 말을 해서 울고, 마음에 있는 말을 해서 우는 아이러니까지. 저마다 우는 이유도 상황도 가지가지다. ‘왜 우니?’에는 스물다섯 가지 눈물 터지는 사연이 아기자기한 그림에 담겨 있다. 다양한 이유로 우는 이들을 보며 어린이는 눈물과 울음에 담긴 다채로운 감정을 이해하게 된다. ‘울지마, 강해져’라고 말하는 사회에서 ‘왜 우니?’라고 물어봐 주는 것만으로 위로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책이다”라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추천인_ 안지혜 그림책 편집자
주눅들고 자신감 잃은 마음을 북돋고 싶을 때는
‘흰 고양이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와 검은 고양이는 언제나 함께 다니면서 장난을 치고, 저무는 해를 바라보거나 다른 고양이와 다투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이들의 관심과 칭찬은 흰 고양이게만 쏟아지고, 검은 고양이는 점점 자신감을 잃고 소외감을 느낀다. 결국 검은 고양이는 홀로 길을 나서고, 둘 사이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과연 두 고양이는 어떻게 될까?
기쿠치 치키의 ‘흰 고양이 검은 고양이’(기쿠치 치키 지음·네버랜드)는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두 고양이를 통해서 다름과 존중의 가치를 전하는 그림책이다. ‘선물’ ‘해골 씨의 새 집’ 등을 쓰고 그린 홍지혜 그림책 작가는 “아이들이 느낄 수 있는 소외감을 잘 표현한 책”이라며 이 책을 추천한다. 그의 말처럼 아이들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다른 아이와 비교를 당하기도 하고, 스스로 비교하기도 하면서 자신감을 잃고 소외감을 느끼는 경험을 한 번쯤은 하게 된다.
이때 ‘흰 고양이 검은 고양이’는 위축된 아이의 마음을 격려하고 세심하게 어루만져줄 것이다. 무엇보다도 검은 고양이를 위로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곁에 있는 친구나 부모의 존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저자인 기쿠치 치키는 데뷔작인 ‘흰 고양이 검은 고양이’로 2013년 BIB 황금사과상을 받기도 했다.
추천인_ 홍지혜 그림책 작가
나쁜 일은 나에게만 일어난다고 느끼는 아이에게
‘불행이 나만 피해갈 리 없지’
나쁜 일은 도미노처럼 일어난다. 아이의 일상이라고 해서 어른과 크게 다를 리 없다. 마음과 다른 행동으로 엄마아빠에게 혼이 나고, 유치원이나 학교에서는 친구와 다투고, 아끼던 물건을 잃어버리고, 속상한 와중에 넘어져서 무릎이 까지고…. 나쁜 일이 하루 종일, 혹은 몇 날 며칠 이어지면 “왜 나만 이래?”라는 억울함과 속상함이 아이의 마음을 휘젓게 될지도 모른다.
‘불행이 나만 피해갈 리 없지’(정미진 글·김소라 그림·엣눈북스)는 “이상하게 온 지구가 나만 괴롭히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읽으면 도움이 될 그림책이다. 그림책 속 주인공은 불길한 꿈을 꾸고 일어난다. 그리고 문밖으로 한 발짝 내딛는 순간부터, 꿈에서처럼 크고 작은 불행들이 주인공을 연쇄적으로 찾아온다. 새똥은 꼭 내 머리 위로 떨어지고, 길가의 껌은 다름 아닌 내 신발에 붙고, 가려던 카페는 하필 휴무일이다. 하지만 우울하고 불행하기만 할 것 같은 주인공의 하루를 찬찬히 따라가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그 끝에서 새로운 삶의 진실과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그림책 ‘있잖아, 누구씨’로 많은 사랑을 받은 글 작가 정미진, 그림 작가 김소라 콤비가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 작품으로 잔잔하고 진솔하게 아이와 어른의 마음을 울린다.
‘불행이 나만 피해갈 리 없지’를 추천한 쥬쥬베북스 윤여준 대표는 “책 속의 주인공은 피해 가지 못한 불행이 가득했던 날의 끝자락에서, 나만 피해갈 리 없는 또 다른 것을 파르르 만나게 된다. 담백한 그림과 글이 위로를 주는 그림책”이라며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주인공을 따라다니는 귀여운 고양이를 아이와 함께 관찰해보는 것도 이 책을 보는 또 하나의 재미다.
추천인_ 쥬쥬베북스 윤여준 대표
상실감과 외로움에 움츠러든 아이에게
‘여우와 별’
작고 겁이 많은 여우를 언제부터인가 별이 환하게 비춰준다. 여우는 별을 의지해 딱정벌레를 마음껏 사냥하고, 쏜살같이 달려 토끼를 쫓는다. 차가운 빗방울 속에서도 신나게 춤을 춘다. 여우는 별과 함께라면 이제 무엇도 두렵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별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린다. 여우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여우와 별’(코랄리 빅포드 스미스 지음·사계절)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여우가 용기를 내어 별을 찾아나서는 여정을 그림 모험담이다. 상실을 직면하고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과정을 통해 새롭게 채워지는 마음을 독특하고 정교한 일러스트레이션을 통해 담아냈다.
그림책 ‘잠자리 편지’의 한기현 작가는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나를 환하게 밝혀주는 존재들이 있다. 어느 날 단짝이었던 친구가 이사를 가고 전학을 가게 된다면 아마도 책 속 여우처럼 쓸쓸함과 외로움에 움츠려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누군가와 함께했던 시간과 소중한 추억은 사라지지 않았고, 여전히 내 안에서 밝게 빛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더불어 언젠가 나도 곁에 있는 누군가에게 빛나는 별과 같은 존재가 되었음을 알게 되는 날도 오리라 생각한다”라는 말과 함께 “갑자기 별이 사라지더라도 아이들이 어둠을 뚫고 용기 있게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라며 ‘여우와 별’을 추천했다.
추천인_ 한기현 그림책 작가
박은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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