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협력할 것과 차이’ 보인 한·중·일, 동북아 신냉전 풀어야
한·중·일이 27일 서울에서 3자 정상회의를 갖고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3국의 인적 교류를 확대하고, 파리기후협정의 온도 상승 억제 목표 달성을 위해 협력하며, 공급망 위기에 공동 대응하는 것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미래 팬데믹 예방·대비·대응을 위한 공동성명도 별도 채택했다.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공동의 노력은 합의문에 담는 데 실패했다. “우리는 역내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납치자 문제에 대한 입장을 각각 재강조하였다”는 표현으로 대신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총리가 기후위기와 황사, 팬데믹, 공급망 협력과 수출통제 분야 소통, 인공지능(AI) 거버넌스 등에 대한 협력을 약속한 것은 의미가 있다. 이 문제들은 어느 한 나라만의 노력으로 풀기 어려우며, 세계 인구와 생산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한·중·일의 협력이 절실하다. 그동안 협력 필요성이 덜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2012년 5차 회의 이후 3국의 군사안보, 정치적 관계에 영향을 받으며 정상회의가 열렸다 중단됐다 반복된 것이 문제였다. 그런 점에서 3국 정상회의와 외교장관회의를 “중단 없이 정례적으로 개최”하기로 한 다짐이 지켜지기 바란다.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합의가 도출되지 못한 점은 실망스럽다. 2019년 12월 중국 청두 8차 정상회의에서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고 합의한 데서 명백히 후퇴한 것이다. 중국의 입장이 달라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리창 총리는 공동언론발표 때에도 한·일 정상과 달리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러한 퇴보는 미·중 경쟁 속에 한·미·일 협력 등 신냉전적 구도가 심화되고, 북한이 사실상 핵무장을 완성한 현실과 관계있다. 중국은 점점 더 한반도 문제를 미·중관계의 종속 변수로 보는 듯하다. 한국에는 좋지 않은 신호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 핵 비확산 체제 유지에 책임이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이번에 파악한 중국의 의중 등을 바탕으로 향후 외교안보 정책을 짜게 될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면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지켜나갈 현실적 방안을 미·중과 계속 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점점 강화되어온 동북아 신냉전 구도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으며, 여기엔 한·중·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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