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침체 끄떡없어요"… LX인터 니켈광산 '신바람 증산'
배터리 핵심원료 니켈 채굴
바다 인접해 즉시 선적 가능
채굴비용 낮춰 수익성 확보
시장 침체에도 영업익 흑자
시추 확대·추가 인수도 추진
지난 21일 찾은 LX인터내셔널의 인도네시아 AKP 광산. 인천공항에서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까지 7시간, 이어 18시간 대기한 끝에 술라웨시섬 큰다리까지 3시간의 추가 비행 이후 다음날 차로 갈아타고 몸이 용수철처럼 튀는 비포장도로를 달려 5시간 등 이틀 만에 도착한 이곳은 온통 '붉은빛' 천지였다. 짙은 녹음이 우거진 산 한편에는 계단식으로 속살을 드러낸 검붉은 니켈 원광이 시야를 가득 채웠고, 채굴을 마친 능선에는 산림 복원을 위해 심어놓은 어린나무가 줄지어 서 있었다.
술라웨시섬 동남쪽 모로왈리 산업단지 인근에 자리 잡은 AKP 광산은 LX인터내셔널이 전기차 시대를 맞이하는 전초기지다. 인도네시아는 니켈 매장량 세계 1위국이고, 인도네시아 니켈 매장량의 90%가 술라웨시섬 인근에 집중돼 있다.
AKP 광산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도 흑자를 기록할 만큼 알짜 광산으로 손꼽힌다. 니켈은 국내 배터리업계 주력인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의 핵심 원료다. 니켈 함유량이 많을수록 2차전지 성능이 개선돼 앞으로 수요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니켈 현물가격은 지난해 1분기 t당 평균 2만6079달러에서 올해 1분기 평균 1만6589달러로 1년 새 36% 하락했다. 전기차 수요가 주춤하면서 공급과잉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가격 추이는 저점을 찍고 반등하는 모습이다. 지난 4월 1만8173달러로 상승했고, 이달 23일 기준 1만9800달러로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AKP 광산은 조만간 인도네시아 법에 따라 구체적인 1분기 손익을 공개할 예정인데, 니켈 가격이 가장 낮았던 올해 1분기에도 흑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AKP 광산의 니켈 원광은 돌이 30% 미만으로 섞인 흙이다. 벌목 후 유기 토양을 걷어낸 뒤 니켈 함량이 높은 흙을 퍼 담아 채광한다. 아래로 파 내려갈수록 돌의 비중이 높아지는데, 30% 이상이 되면 상품성이 없어 유기 토양을 덮은 후 나무를 심고 환경을 복구한다. 니켈 비중 1.5% 원광이 주력 상품이며 최근에는 함량이 1.1%인 저품위 원광도 팔렸다. 지난해까지 4000번 시추를 통해 니켈 비중 1.6%를 기준으로 3600만t의 가채광량을 검증받았다. 가채광량은 기술·경제적으로 채광이 가능한 매장량을 의미한다.
올해부터 3년간 탐사 지역을 넓혀 3050번의 추가 시추를 진행할 예정이다. 앞으로 가채광량 증가가 기대되며 탐사를 개시한 지 3개월여 지난 현재도 일부 성과가 확인됐다.
홍장표 AKP 최고운영책임자 이사는 "고품위 원광을 일컫는 사프로라이트의 기준이 함량 2%에서 약 10년간 0.5%포인트 하락했다"면서 "광물 산업에서 일반적인 흐름이며 추가 시추와 별개로 상품성 있는 매장량을 늘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추가 탐사와 저품위 니켈 판매 등을 고려해 앞으로 2년마다 가채광량을 최신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LX인터내셔널은 가채광량 확대와 함께 올해 150만t으로 예정된 생산량을 2028년까지 370만t으로 147% 높인다는 각오다.
AKP 광산의 동쪽 끝은 바닷가다. 광산을 찾은 날도 7500~1만t을 선적할 수 있는 바지선이 항만을 드나들고 항만 앞 저광장에 쌓인 니켈 원광 사이를 대형 트럭이 부지런히 오가고 있었다. 항구 접근성이 우수해 운송비가 저렴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LX인터내셔널은 AKP 광산의 우수한 입지를 추가 투자 후 수익화할 계획이다. 언덕은 깎고 구불한 도로는 직선의 대체 도로를 만든다. 동서 길이 10㎞짜리 AKP 광산 내 도로의 이동 속도를 2배로 향상할 계획이다. 주변 광산에서 항만까지의 니켈 원광 운송비가 t당 4달러인데, AKP 광산의 새 인프라스트럭처를 이용하면 이를 1달러로 줄일 수 있어 사업성이 기대된다. 홍 이사는 "인프라 투자가 완료되면 상당한 임대수익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AKP 광산을 인수한 것은 LX인터내셔널의 우수 역량을 인정받은 성과이기도 하다. LX인터내셔널은 2007년 MPP 석탄광 개발을 통해 인도네시아 광산 사업을 본격 시작했다.
LX인터내셔널은 인도네시아에서 니켈 광산 추가 인수를 노리고 있다. 이상무 LX인터내셔널 인니광물사업총괄 상무는 "탐사 인력이 수많은 현장을 방문하고 있는 만큼 좋은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술라웨시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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