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모든걸 쏟은 무대, 10만팬 황홀
3시간 동안 30곡 라이브 공연
큰절 하며 "분에 넘치는 기적"
백발노인 업어 좌석에 모시는
안전요원 등 관객배려 돋보여
"이다음에 제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요?"
임영웅이 데뷔 8년 만의 '스타디움 입성'을 감격해하며 이런 소회를 밝히자, 객석을 꽉 채운 팬덤 '영웅시대'가 곧장 외쳤다. "아무거나 다 해!" 심지어 임영웅의 요청으로 공연장 내부 관객이 조용히 하는 중에, 벽 너머에서도 환호성이 들려왔다. 치열한 티케팅 때문에 표를 구하지 못한 이들이 공연장 밖에서 실황 소리를 듣고 있었다.
임영웅은 25~26일 현재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꼽히는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아임 히어로-더 스타디움' 콘서트를 열었다. 하루에 5만, 총 10만 관객이 들었다. 솔로 가수로 이 공연장을 꽉 채운 건 2013년 싸이, 2017년 지드래곤에 이은 기록이다.
그는 취재진을 초대한 이틀 차 공연 중 "첫날 무대에 올라왔을 때 울컥해서 울음을 참느라 혼났다"고 털어놨다. 이날도 종종 하늘색 응원봉 불빛으로 꽉 찬 객석을 감격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1년 넘게 준비한 공연인데 두 번만 하고 끝난다는 게 너무나 아쉬운데요. 제 모든 걸 갈아넣어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이곳보다 더 큰 공연장에서 해도 가득 찰지는 모르겠지만, '영웅시대'의 한계가 어디일지, 앞으로 더 큰 꿈을 펼쳐 보겠습니다."
임영웅은 객석을 향해 큰절을 올리고 "기적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분에 넘치는 시간이었다"며 "종착역이 아니라 앞으로 펼쳐질 영웅시대와의 또 다른 시작이라고 약속드린다"고도 말했다. 공연 준비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도 8월 공개한다.
그 말대로 공연은 볼거리로 가득했다. 커다란 직사각형 모양의 구장 정중앙 무대를 중심으로, 동서남북 네 면의 돌출무대가 각각 객석 바로 앞에 설치됐다. 돌출무대는 커다란 육상트랙처럼 연결됐는데, 임영웅은 이 길을 따라 노래하면서 공연장을 몇 바퀴는 돌았다. 대형 행사 개·폐막식을 방불케 하는 총 158명 규모 댄서들 퍼포먼스에, 레이저 쇼와 불꽃놀이까지 화려하게 밤하늘을 수놓았다. 오후부터 내린 비로 '우중전'이었지만 임영웅은 오히려 "하늘이 저를 위해 특수효과를 준 것 같다" "이 큰 공연장에서 비 오는 날 언제 공연을 해보겠냐"며 즐겼다.
관객층도 할머니와 손자, 엄마와 딸, 부부 등 다채로웠다. 트로트란 장르에 갇히지 않은 폭넓은 소화력 덕분이다. 그는 3시간 동안 총 30곡을 쏟아내면서 팝, 록, 발라드, 힙합, 댄스 등을 다양하게 선곡했다. 특유의 서정적인 음색은 라이브 밴드, 피아노, 색소폰 등 여러 악기와도 잘 어우러졌다.
춤도 열심히 췄다. 팝 장르인 '무지개' '런던 보이'를 시작으로 트로트 '소나기' '따라따라' 등에도 댄서들과 함께 안무를 맞췄다. '사랑은 늘 도망가' '사랑역' 등의 곡은 열기구를 탄 채로 노래해 동화 같은 그림을 만들었다. 공연 후반부에 어둠이 내려앉은 후 굵은 빗발 속에 '아버지'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불러 짙은 감성을 보여줬다. '아파트' '남행열차' 등 흥겨운 트로트 메들리로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힙합곡 '두 오어 다이' '아비앙또' '히어로' 등에도 객석은 열광했다. 마지막 곡은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부른 '인생찬가'였다.
공연장 안팎에 철저히 팬들을 배려한 환경을 조성해 미담도 이어졌다. 첫날 공연 전 백발의 관객을 등에 업고 자리까지 데려다준 안내요원의 선행이 소셜미디어에 퍼지기도 했다. 공연장과 별도로 에어컨·소파를 구비한 넓은 천막 공간에서 더위와 비를 피할 수 있게 했고, 넓은 공연장의 동선은 지하철역에서부터 곳곳에 색색 안내선과 안내요원을 배치해 혼선을 줄였다.
축구 경기가 수시로 열리는 FC서울의 홈구장인 만큼 잔디 보호를 위한 조치도 이목을 끌었다. 플로어에 좌석을 깔지 않고 비워둔 채 특수 보호 천을 설치한 것이다. 게다가 보통 하루 전에는 무대 장치를 완비해두는 다른 공연들과 달리, 공연 시작 직전에야 중앙 무대를 올렸다. 첫날 공연 후 무대를 철수했다가 이튿날 다시 설치하기까지 했다. 잔디에 가해지는 압박을 최소화하기 위해 택한 '실시간 시공'이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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