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감독 생활은 힘들구나” 최원호 100승 소감에 스며든 고뇌…그때, 이미 ‘못 해먹겠다’ 싶었을까

김진성 기자 2024. 5. 2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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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25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한화-KT의 경기. 한화 최원호 감독이 경기 전 그라운드로 들어서고 있다./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군 감독 생활은 힘들구나.”

한화 이글스 최원호 감독이 구단에 공식적으로 사퇴 의사를 밝힌 건 23일 대전 LG 트윈스전 직후였다. 그리고 구단은 26일 인천 SSG 랜더스전이 우천취소되자 최종적으로 계약해지 의사를 전했다. 이 자리에서 박찬혁 대표이사, 손혁 단장 모두 옷을 벗기로 결의했다. 단, 사태 뒷수습을 휘해 손혁 단장만 남은 상태다.

2024년 4월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KT위즈파크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한화 최원호 감독이 류현진의 투구를 보며 생각에 잠겨있다./마이데일리

구단의 설명은 이러한데, 업계에선 이미 최원호 감독이 4월 말 팀 성적이 떨어질 때부터 사퇴 뉘앙스를 풍겼다고 본다. 여론이 서서히 안 좋게 돌아가기 시작한 시기였고, 모기업은 지나치게 여론을 의식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런 최원호 감독은 3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4-2 승리를 이끌며 개인통산 100승을 달성했다. 2020년 감독대행 시절 39승을 포함한 것이었다. 구단은 그날 광주 숙소에서 조촐하게 100승 세리머니를 했고, 최원호 감독의 소감도 4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서야 들을 수 있었다.

당시 최원호 감독은 취재진에 “대행까지 (전적에)치는 줄 몰랐다. 하다 보니까 100승까지 하게 됐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1군에서의 감독 생활은 생각보다 힘들구나”라고 했다. 감독 생활의 힘듦을 솔직하게 언급한 것이었는데, 여론의 사퇴 압박을 감안할 때 이때부터 부담이 심했음을 간접적으로 토로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또한, 최원호 감독은 “100승도 힘든데 1000승까지 한 분들은 오랜 기간 감독 생활을 하시면서 우여곡절이 있었을 텐데 대단하시다고 새삼 느낀다. 감독 생활을 오래 하신 분들이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도 했다.

종목을 불문하고 스트레스를 안 받는 감독은 없다. 지금 1위를 달리는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이라고 스트레스를 안 받을까. 잘 하면 잘 하는대로, 못 하면 못하는대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특히 KBO리그는 인기가 많은 스포츠라, 대중의 시선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다. 전국구 인기구단 한화라면 말할 것도 없다.

더구나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류현진과 안치홍을 영입하면서, 무조건 5강에 가야 하는 팀이 됐다. 2008년부터 2023년까지 16년간 포스트시즌에 단 1번만 진출한 팀이다. 더구나 류현진이 시즌 초반 경기력을 못 내면서 팀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최원호 감독으로서도 마음대로 안 풀리니 더더욱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최원호 감독은 2023시즌 지휘봉을 잡은 뒤 야수의 포지션, 타순은 되도록 고정하는 게 좋은 것 같다는 지론을 폈다. 그러나 1년도 되지 않아 사실상 자신의 발언을 뒤집었다. 그만큼 눈 앞의 성적 부담이 컸던 것으로 해석된다.

2024년 4월 25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한화-KT의 경기. 한화 최원호 감독이 4회말 천성호의 파울 타구에 대해서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고 있다./마이데일리

이를 두둔할 생각은 없다. 남의 돈 버는 사람이, 하물며 이렇게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사람이 스트레스 없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란, 정말 쉬운 일은 아니다. 단, 이미 100승을 할 때부터 기쁨보다 스트레스를 토로했다는 점에서, 현장에 있던 그 순간 구단과 인연이 오래가지 못할 수 있겠다는 그 직감이 불과 23일만에 맞아떨어진 게 소름 돋을 뿐이다. 야구도 어렵고 인생도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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