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감독 생활은 힘들구나” 최원호 100승 소감에 스며든 고뇌…그때, 이미 ‘못 해먹겠다’ 싶었을까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군 감독 생활은 힘들구나.”
한화 이글스 최원호 감독이 구단에 공식적으로 사퇴 의사를 밝힌 건 23일 대전 LG 트윈스전 직후였다. 그리고 구단은 26일 인천 SSG 랜더스전이 우천취소되자 최종적으로 계약해지 의사를 전했다. 이 자리에서 박찬혁 대표이사, 손혁 단장 모두 옷을 벗기로 결의했다. 단, 사태 뒷수습을 휘해 손혁 단장만 남은 상태다.
구단의 설명은 이러한데, 업계에선 이미 최원호 감독이 4월 말 팀 성적이 떨어질 때부터 사퇴 뉘앙스를 풍겼다고 본다. 여론이 서서히 안 좋게 돌아가기 시작한 시기였고, 모기업은 지나치게 여론을 의식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런 최원호 감독은 3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4-2 승리를 이끌며 개인통산 100승을 달성했다. 2020년 감독대행 시절 39승을 포함한 것이었다. 구단은 그날 광주 숙소에서 조촐하게 100승 세리머니를 했고, 최원호 감독의 소감도 4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서야 들을 수 있었다.
당시 최원호 감독은 취재진에 “대행까지 (전적에)치는 줄 몰랐다. 하다 보니까 100승까지 하게 됐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1군에서의 감독 생활은 생각보다 힘들구나”라고 했다. 감독 생활의 힘듦을 솔직하게 언급한 것이었는데, 여론의 사퇴 압박을 감안할 때 이때부터 부담이 심했음을 간접적으로 토로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또한, 최원호 감독은 “100승도 힘든데 1000승까지 한 분들은 오랜 기간 감독 생활을 하시면서 우여곡절이 있었을 텐데 대단하시다고 새삼 느낀다. 감독 생활을 오래 하신 분들이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도 했다.
종목을 불문하고 스트레스를 안 받는 감독은 없다. 지금 1위를 달리는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이라고 스트레스를 안 받을까. 잘 하면 잘 하는대로, 못 하면 못하는대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특히 KBO리그는 인기가 많은 스포츠라, 대중의 시선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다. 전국구 인기구단 한화라면 말할 것도 없다.
더구나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류현진과 안치홍을 영입하면서, 무조건 5강에 가야 하는 팀이 됐다. 2008년부터 2023년까지 16년간 포스트시즌에 단 1번만 진출한 팀이다. 더구나 류현진이 시즌 초반 경기력을 못 내면서 팀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최원호 감독으로서도 마음대로 안 풀리니 더더욱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최원호 감독은 2023시즌 지휘봉을 잡은 뒤 야수의 포지션, 타순은 되도록 고정하는 게 좋은 것 같다는 지론을 폈다. 그러나 1년도 되지 않아 사실상 자신의 발언을 뒤집었다. 그만큼 눈 앞의 성적 부담이 컸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두둔할 생각은 없다. 남의 돈 버는 사람이, 하물며 이렇게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사람이 스트레스 없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란, 정말 쉬운 일은 아니다. 단, 이미 100승을 할 때부터 기쁨보다 스트레스를 토로했다는 점에서, 현장에 있던 그 순간 구단과 인연이 오래가지 못할 수 있겠다는 그 직감이 불과 23일만에 맞아떨어진 게 소름 돋을 뿐이다. 야구도 어렵고 인생도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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