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맞짱” 힘 실어준 민심…리투아니아 대통령, 압도적 표차로 재집권

김나영 기자 2024. 5. 2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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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치러진 리투아니아 대선 결선 투표에서 70% 넘게 득표한 기타나스 나우세다(가운데) 현 대통령이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AP 연합뉴스

리투아니아 대선에서 친유럽·반러시아 노선을 주도해온 기타나스 나우세다(60) 현 대통령이 압도적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26일 치른 대선 결선 투표에서 나우세다는 74.6%의 득표율로 잉그리다 시모니테 현 총리(23.8%)를 큰 표차로 따돌렸다. 앞서 2주 전 1차 투표에서 나우세다는 44%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지만 과반 득표에 실패해 결선 투표로 이어졌다.

나우세다는 이날 밤 승리 연설에서 “리투아니아의 독립과 자유는 연약한 그릇과 같다”며 “우리는 이 그릇을 소중히 여기고 깨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결선 투표에서 그의 득표율은 리투아니아가 1991년 구(舊) 소련에서 독립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가 혼합된 리투아니아에서 대통령은 국가원수로 외교·국방을 담당하며, 총리는 행정 수반으로 내각을 이끈다. 경제학자 출신인 나우세다는 리투아니아 중앙은행과 대형 은행인 SEB은행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으로 일하다 2018년 정치에 입문해 이듬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나우세다는 선거 유세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발생한 안보 위협 문제를 중점적으로 제기하고, 서방 동맹국들과 연대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현 외교 안보 노선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우크라이나에 이어 러시아의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국민적 불안감이 현 대통령에 대한 압도적 지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은 1991년 소련 점령에서 벗어나 주권을 회복한 뒤 유럽연합(EU)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며 강력한 친서방 노선을 걸어왔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에는 국제사회에서 대러시아 제재·고립에 앞장섰다. 하지만 러시아와 그 군사 동맹인 벨라루스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안보 위협에 대한 우려가 점증해왔다. 특히 리투아니아는 러시아 해군 발트함대가 주둔하고 있는 역외 영토 칼리닌그라드와 접경하고 있다.

2년 넘게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동유럽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진 가운데, 나우세다의 연임을 계기로 발트 3국이 더욱 ‘반러 연대’로 똘똘 뭉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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