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빙 듀오, ‘역대급 원투펀치’ 향기 풀풀
랜디 존슨(61‧208cm‧좌투우타)과 커트 실링(58‧198cm‧우투우타), 메이저리그 역대 원투펀치를 논할 때 빠지지않고 등장하는 콤비다. 좌투수와 우투수, 농구선수에게도 꿇리지않는 사이즈, 살짝 차이나는 네임밸류 등 닮은 듯 다른 둘이 함께한 기간은 그리 길지않았다. 하지만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유일한 월드시리즈 우승을 합작해내며 레전드 조합으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당시 마무리 투수가 김병현이었던지라 국내에서의 관심도 매우 높았다.
존슨, 실링 원투펀치가 우승을 합작할 만큼 위력을 떨칠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많지않았다. 존슨이야 역대 최고의 좌투수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있지만 실링같은 경우 좋은 투수이기는했으나 그정도까지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존슨은 전성기 기량을 유지하고 있었고 실링은 커리어하이급을 찍으며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냈다고 보는게 맞겠다. 우주의 기운이 애리조나에게 몰린 해였다는 말이 나오는이유다.
존슨은 ‘좌완 파이어볼러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온다’는 말에 딱 어울리는 인물이다. 좌완 쓰리쿼터 파이어볼러가 나올 때마다 그가 언급될 정도로 왼손 강속구 투수의 상징적인 인물로 불린다. 농구선수로 빅맨 포지션에서 뛰어도 손색없을 장신에서 뿌리는 패스트볼은 그를 대표하는 트레이드마크다.
평균구속이 151~155km, 최고 구속은 164km에 달했는데 긴 팔로 사이드스로에 가깝게 던지는 투구폼과 큰 키에서 나오는 공 궤적으로 인한 디셉션 효과로 타이밍 잡기가 더욱 어려웠다는 평가다. 엄청난 익스텐션으로 인해 원래도 빠른 구속 이상으로 체감구속이 빠른 공을 던져댔다.
거기에 더해 체력과 내구성까지 좋으며 직구와 함께 섞어던지는 고속 슬라이더는 역대급 마구로 불린다. 상당수 선수들이 130km 초반대의 슬라이더를 던지는데 반해 존슨의 슬라이더는 무려 140km중반까지 찍히는 등 어지간한 투수들의 직구 구속과 맞먹었다. 각도 또한 좌타자 기준 얼굴 쪽으로 날아들다가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갈 정도로 변화폭이 컸던지라 대놓고 노려도 때려내기 쉽지않았다.
애리조나 시절 실링은 당시 한정으로 존슨 못지않았다. 150km중후반대의 패스트볼은 구속은 물론 돌덩이라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로 묵직하기 그지없었다. 제구에도 물이 올라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을 기가막히게 활용했다. 거기에 마치 폭포수처럼 뚝 떨어지는 스플리터는 타자들의 방망이를 쉼없이 헛돌게 만들었다. 존슨과 실링의 원투펀치는 포스트시즌서 언터처블의 위력을 뽐냈고 결국 팀우승과 함께 공동 MVP까지 수상하기에 이른다.
올시즌 NBA플레이오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있는 댈러스 매버릭스 역시 강력한 원투펀치를 앞세워 파이널 우승에 도전중이다. 팀의 현재와 미래인 루카 돈치치(25‧201cm)가 존슨이라면 1옵션같은 2옵션 카이리 어빙(32‧187.2cm)은 개인 최고의 시즌을 보내며 실링을 연상시키고 있다.
고군분투하던 고독한 에이스 돈치치에 각성한 악동 어빙이 함께해 강팀으로 거듭나고있는 스토리도 농구 팬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와 맞대결을 시작할때만 해도 댈러스의 열세를 예상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댈러스는 공수에서 탄탄한 밸런스를 자랑했고 어느새 시리즈 전적을 3-0까지 벌리며 파이널 진출을 코앞에 두게됐다.
올시즌 미네소타하면 가장 먼저 따라다니는 말은 덴버 너게츠를 잡은 팀이다. 미네소타는 2라운드에서 덴버와 맞붙었고 치열한 7차전 접전 끝에 디펜딩챔피언을 밀어냈다. 양팀의 경기는 이기든 지든 가비지에 가까운 내용이 여러번나왔다. 현 리그 최고의 선수인 니콜라 요키치가 꾸준히 위력을 발휘하는 가운데 팀 동료들이 조금만 받쳐주면 승리를 가져갔다.
반면 그마저도 안될 경우에는 천하의 요키치도 팀 패배를 억지로 막아내지는 못했다. 팀내 2옵션 역할을 하던 자말 머레이가 부상 등으로 컨디션 난조를 겪어 지난시즌 보여줬던 퍼포먼스를 상실했던게 치명적 결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댈러스는 다르다. 어빙이 전방위로 활약해주면서 돈치치의 부담을 크게 덜어주고 있다.
자신이 모든 것을 다해야 되는 것과 그렇지않고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것은 다르다. 머레이의 부진에 요키치는 고독했고 어빙의 존재에 돈치치는 든든하다. 빼어난 핸들러이자 테크니션인 둘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돈치치는 포지션 대비 큰 체격과 힘으로 상대를 밀어붙이면서 특유의 리듬과 다양한 기술을 통해 젊은 농구도사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어빙은 돈치치와 비교해 각종 스킬, 옵션은 간소하지만 역대급 드리블 실력을 앞세워 좀 더 동적인 플레이로 미네소타 수비진을 휘젓고 다닌다. 기본적으로 전천후 듀얼가드인 것은 같지만 풀어나가는 과정이나 플레이스타일이 천양지차인지라 막는 방법 역시 다르게 가져갈 수밖에 없다. 때문에 둘이 함께 기어를 올리게되면 상대팀이 받는 수비압박은 ‘1+1=2’ 그 이상이 된다고 보는게 맞다.
미네소타 에이스 앤서니 에드워즈(23‧193cm)의 활약도가 덴버전에 비해 떨어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않다는 분석이다. 머레이까지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던 덴버와 달리 돈치치, 어빙의 댈러스 앞선은 압박감 자체부터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만약 둘이 파이널 우승까지 합작할 수 있다면 앞서 언급한 존슨, 실링처럼 역사에 남을 원투펀치로 기록될 가능성도 높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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