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편집국장 돌연 해임… 노조 "해임사유 궁색"
원활한 매각 및 구조조정 위해 교체했단 의심도
스포츠서울이 임명한 지 1년도 안 된 편집국장을 돌연 해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매출 및 기사 페이지뷰(PV) 하락과 조직 기강 해이의 책임을 국장에 묻겠다는 것인데, 전국언론노조 스포츠서울지부는 “갖은 꼬투리를 잡아 직위를 해제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스포츠서울지부에 따르면 사측은 23일자로 조현정 편집국장의 직위를 해제하고 콘텐츠기획실로 발령을 냈다. 주된 해임 사유는 조직 기강 해이와 매출 및 기사 PV 하락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들이 12시 전에 점심을 먹으러 나가고 일요일 오전 9시 출근을 지키지 않는 등 조직 기강이 해이해졌고, 매출과 기사 PV가 하락했으며 소수의 기자가 국장 교체를 강력히 원했다는 것이다.
스포츠서울지부는 그러나 21일 성명을 내고 “사측이 주장한 해임 사유는 궁색하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지부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수시로 일을 해야 하는 기자 업무 특성을 무시한 채 (회사가) 아침 9시 출근, 저녁 6시 퇴근에만 목을 매는 형국”이라며 “매출과 기사 PV 하락을 문제 삼았지만 편집국 매출은 전년 대비 25% 늘었고 PV 또한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편집국장은 지난해 LG트윈스가 우승할 당시 특별판을 제작해 스포츠서울의 위상을 높였는가 하면 LG트윈스 화보 발간으로 수익도 올렸다”며 “출장비 10원 한 푼 못 준다는 경영진의 강짜에도 아이디어를 짜내 아시안게임, 아시안컵 등 굵직한 국제경기 취재를 진두지휘해 PV를 높였다. 도대체 무엇이 편집국장을 경질할 만한 중대한 결격사유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스포츠서울은 지난달부터 지속적으로 편집국장 경질을 시도했다. 조현정 국장은 “회사가 4월1일부터 저를 불러서 사정이 어려우니 편집국장을 교체해 분위기 쇄신을 하겠다, 조직을 젊게 가져갈 테니 후배들을 위해 길을 터달라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며 “말을 듣지 않으니 조직 기강, PV 등의 얘기를 하며 저를 괴롭혔다. 또 막상 국장 후보로는 저보다 더 나이가 많은, 정년퇴직을 앞둔 선배를 내세웠는데 이해도 되지 않고 황당했다”고 말했다.
새 국장을 임명하려는 시도는 세 차례 있었다. 스포츠서울은 4월 말 새 국장 후보를 지명했는데, 임명동의 투표를 시행하기 전 지명자가 사퇴하며 투표 자체가 무산됐다. 약 2주 후엔 같은 후보를 또 다시 지명해 임명동의 투표가 진행됐으나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하며 새 국장을 임명하는 데 실패했다. 결국 해당 지명자를 임명동의 투표가 필요 없는 편집국장 직무대행으로 세우며 조 국장이 보직 해임됐다.
스포츠서울지부는 경영진이 2021년 노사가 맺은 상생협약을 깡그리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협약엔 편집국장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거나 중대한 결격사유가 있을 때만 직무대행을 세울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스포츠서울지부는 “이는 편집국장을 함부로 내릴 수 없다는 뜻”이라며 “노조는 사측과 수차례 면담과 공문을 통해 편집국장 경질의 부당성을 지적했지만 결국 소귀에 경 읽기였다. 사측이 협약을 무시한 채 편집국장 경질을 강행했으니 노조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황철훈 언론노조 스포츠서울지부장은 “일차적으로 조 국장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진정을 넣을 거고, 노조는 사측이 사소하게 위반했던 단체협약을 정리해 단체협약 위반으로 고발할 계획”이라며 “사실 저희가 월급, 출장비에 연말정산 환급금까지 제대로 받지 못한 상황이다. 법적 대응을 통해 사측의 불법행위를 하나씩 밝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츠서울 물적 분할 공시…고연차 기자 구조조정 목적 의심도
내부에선 이번 편집국장 교체가 스포츠서울 매각 및 구조조정과 관련이 있다는 의심도 제기되고 있다. 스포츠서울은 최근 회사를 물적 분할하겠다고 공시했는데, 회사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고연차 기자를 수월하게 구조조정하기 위해 편집국장을 교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포츠서울은 7일 ‘주식회사 스포츠서울’에서 신문사업부를 분할해 ‘스포츠서울신문 주식회사’를 신설하는 내용의 물적 분할 보고서를 공시한 바 있다.
스포츠서울 한 기자는 “자회사(스포츠서울신문 주식회사)에 핵심 사업을 두고 모회사(주식회사 스포츠서울)는 껍데기만 남는 구조로, 자회사를 쉽게 매각하기 위해 이번 물적 분할을 실시하는 것”이라며 “이전에 매각 협상이 진행됐을 때 직원 수를 몇 명으로 줄이라는 가이드라인이 있었다. 그걸 맞추기 위해 일정 인원은 자회사로 보내고, 나머지 연봉 많은 사람들은 모회사에 남기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일 자로 조직개편을 하면서 회사가 콘텐츠기획실과 심의실을 만들었는데, 콘텐츠기획실에 연차 많은 기자들을 몰아넣었다”며 “물적 분할이 되면 모회사에 굿모닝서울사업본부가 생기면서 그 아래 콘텐츠기획실이 들어갈 것이다. 자회사가 팔리면 모회사는 자연스레 폐업 수순을 밟을 것이고, 모회사에 속한 기자들은 손 안 대고 정리해고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자협회보는 편집국장 경질과 관련한 스포츠서울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와 문자로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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