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델라의 ‘아프리카민족회의’ 30년 독주 흔들…남아공 총선 D-2

박병수 기자 2024. 5. 2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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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30년 독주체제가 흔들리나.

'흑인 저항운동의 영웅'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이끌었던 아프리카민족회의는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흑백 분리 차별) 정책이 공식 종식된 뒤 열린 같은 해 4월 첫 총선에서 승리한 뒤 지금까지 6차례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휩쓸며 30년 동안 집권해 왔다.

지난 25일 공개된 남아공 사회조사기관(SRF) 여론조사를 보면 아프리카민족회의의 지지율이 42.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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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가운데)이 25일(현지시각) 총선을 앞두고 열린 아프리카민족회의(ANC)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소웨토/UPI 연합뉴스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30년 독주체제가 흔들리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29일 열릴 총선이 코앞에 다가오면서 전국이 선거 분위기로 들썩거리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는 1994년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집권 이후 처음으로 과반 의석을 얻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아공은 총선에서 뽑힌 의원들이 의회에서 14일 이내에 대통령을 뽑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통상 의회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의 대표가 대통령에 뽑히기 때문에, 이번 선거는 대선도 겸하고 있는 셈이다.

‘흑인 저항운동의 영웅’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이끌었던 아프리카민족회의는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흑백 분리 차별) 정책이 공식 종식된 뒤 열린 같은 해 4월 첫 총선에서 승리한 뒤 지금까지 6차례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휩쓸며 30년 동안 집권해 왔다. 직전 2019년 총선에서도 57.5%를 얻어 전체 400석 가운데 230석을 차지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아프리카민족회의가 승리하면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이 5년 임기 대통령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아프리카민족회의가 지지율은 지난해 창당 이래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지더니, 올해 들어선 줄곧 40%대에 머물고 있다.

지난 25일 공개된 남아공 사회조사기관(SRF) 여론조사를 보면 아프리카민족회의의 지지율이 42.2%였다. 이어 존 스틴헤이즌 대표의 민주동맹(DA)이 24.4%, 제이콥 주마 전 대통령이 아프리카민족회의를 탈당해 만든 ‘움콘토 위시즈웨’(MK)가 13.2%, 줄리어스 말레마 대표의 경제자유전사(EFF)가 9.3%로 뒤따랐다. 아프리카민족회의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총선 뒤 다른 정당과의 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남아공의 존 스틴헤이즌 민주동맹(DA) 대표(왼쪽에서 두번째)가 26일(현지시각) 총선을 앞두고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당 행사에 가족들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아프리카민족회의의 추락 원인으로는 잇따른 실정과 부패 의혹, 경제난 등이 꼽힌다. 전임 제이콥 주마 대통령은 재임 기간(2009~2018)에 부패 의혹이 제기되어 임기를 얼마 안 남겨놓고 하야해야 했으며, 퇴임 뒤에는 부패 혐의가 인정되어 수감되기도 했다. 라마포사 대통령도 2022년 개인 농장에서 뭉칫돈이 발견되어 논란이 됐다. 반면 국민은 심각한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다. 국민 10명 중 4명이 실업 상태에 있으며, 빈부 격차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대 간 인식의 변화와 차이도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아프리카민족회의와의 정서적 연대감이 옅어지고 있다. 기성세대엔 과거 아파르트헤이트 철폐를 위해 아프리카민족회의와 함께 싸웠던 기억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들에겐 여전히 아프리카민족회의가 “우리 당”이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태어나 아파르트헤이트를 겪지 않고 자란 젊은 세대에겐 그런 정서적 공감이 없다. 오히려 아프리카민족회의 집권 30년 동안 잇따른 부패와 실정에 실망감이 크다. 1994년생 딸을 두고 있는 한 흑인 여성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1994년 첫 자유선거 때 마치 내가 대통령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당시의 벅찬 감성을 회고했다. 그는 “딸이 좌파 정당인 경제자유전사를 지지하고 있어 속상하다”며 “딸에게 ‘네가 대학에 다닐 수 있는 건 다 아프리카민족회의 덕분’이라고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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