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1명 뽑는다더니…날벼락 맞은 수험생들” 명지대 상대로 소송냈다
바둑학과 남치형·다니엘라 트링스(Daniela Trinks) 교수, 재학생 대표 김한결 학생회장, 한국바둑고 고3 학생 및 검정고시 출신자 등이 명지대를 상대로 개정학칙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사단법인 대학교육협의회를 상대로는 한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 변경승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법무법인 지평 대리인을 통해 법원에 제출했다.
명지대는 2022년 12월 바둑학과의 폐과를 포함하는 명지대와 명지전문대의 통합안을 교육부에 제출했다. 당시 바둑학과 학생회는 물론 바둑계 다수의 관계자들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우려를 표했다. 명지대 평의회에서도 ‘실제 통합이 이루어져 전체 정원이 늘어나거나 하는 경우 바둑학과를 가장 우선적으로 복귀한다’는 조건으로 통합안을 의결함으로써 바둑학과 폐과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후 5개월 뒤인 2023년 4월 명지대 입학페이지에는 2025학년도에 바둑학과 신입생 21명(현재와 동일)을 선발한다는 입시계획안이 올라왔다. 대입 선발이 있기 1년 10개월 전 계획을 공시해 입시생들의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한 고등교육법 시행령 규정을 따른 것이다.
한국바둑고 3학년을 비롯해 검정고시 출신자, 바둑학과 입학 재도전을 준비하던 학생들은 입시계획안을 신뢰하며 입학 준비를 했다.
하지만 올해 3월 25일 명지대 교무위원회는 바둑학과의 2025학년도 신입생 선발이 제외된 학칙을 의결하고 개정된 학칙을 4월 2일 게시했다. 명지대는 대학교육협의회에 입학전형시행계획의 변경 승인을 요청하고, 4월 30일 승인을 받자 곧바로 변경된 2025년도 입시계획안 및 2025학년도의 입학요강을 게시했다.
입시 준비 중이던 수험생 등 충격에 빠진 이들은 “9월이면 수시모집이 시작됨을 감안할 때 이는 실제 시험을 불과 4개월여 남겨둔 상태에서 입시생들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것으로, 고등교육법도 특별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런 식의 학칙개정을 금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명지대는 이번 학칙개정이 고등교육법 시행령의 예외조항 중 ‘구조조정’에 해당하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여기서 말하는 구조조정은 명지대와 명지전문대의 통합을 전제로 한 것이고, 아직 통합이 교육부의 승인을 얻지 못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 만약 통합이 아닌 다른 구조조정이 이유라면, 바둑학과의 폐과에 대한 검토는 통합을 전제로 이루어진 것인 만큼 이번 학칙개정 시에는 별도의 검토나 학과 구성원들과의 상의 및 의견수렴 등이 없었으므로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고3 수험생, 재수생 및 교수, 재학생 등 소송을 제기한 원고 측은 대학교육협의회의 입학전형계획 변경의 승인과 관련해서도 과연 실질적인 검토가 있었는지 의문을 갖고 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이 정한 바대로, 1년 10개월 이전에 공시한 입학계획이 수정없이 올라왔을 때에는 특별한 검토 없이 승인을 할 수 있겠지만, 단순히 정원이 늘거나 줄어드는 정도가 아닌, 학과 하나가 없어지는 수준으로 변경되었을 때에는 그 타당성을 검토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대학교육협의회에서 이런 검토가 이루어졌다고 보기에는 신청에서 승인까지의 시간이 너무 짧았고, 이해당사자들에게 그러한 정황이 전혀 고지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바둑학과는 전 세계에서 명지대가 유일하다. 당연히 바둑학과의 존재는 한국 바둑계로서도 매우 소중하다. 실제로 바둑학과의 폐과를 막기 위해 바둑계의 인사들이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현 세계 1인자인 신진서 9단, 현 여자 세계 1인자 최정 9단을 비롯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감독 및 선수 38명 전원, 바둑학과 출신 프로기사 30여 명, 그리고 여러 바둑계 종사자들과 바둑학과 입시를 준비했던 학생들이다.
2013년 전라남도교육청은 주암 종합고등학교를 학과개편해 바둑과를 전공하는 한국바둑고등학교로 개교했다. 이 학교는 현재 특수목적고로 지정됐다. 2018년에는 바둑특성화 중학교인 한국바둑중학교가 신설됐다. 한국바둑중학교는 매년 20명, 한국바둑고등학교는 30명을 모집하고 있으며, 모든 학생들은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모든 교육비는 무상이다. 이처럼 바둑교육이 고등, 중학교로까지 확장될 수 있었던 데에는 명지대 바둑학과의 존재가 가장 큰 역할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소송을 제기한 이들은 “바둑은 지난 30여 년 동안 대한민국이 세계 최강국으로 자리매김한 분야이다. 현재 전세계에 전파되어 80개에 가까운 국가에서 바둑협회가 설립되어 있으며,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명지대 바둑학과로 유학 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전세계 바둑의 씽크탱크 역할을 해온 바둑학과가 사라진다면 국내외적으로 커다란 손실이라 아니할 수 없다”며 바둑학과가 폐지되지 않도록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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