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CIP 아태 대표 “해상 풍력에 유리한 韓, 정부 도움 있으면 급성장 가능”

타이베이(대만)=김효선 기자 2024. 5. 2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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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친환경에너지 투자운용사 CIP
아시아 내 첫 번째 대규모 해상 풍력 단지 준공

“한국은 해상 풍력 산업에 유리한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공급망을 가지고 있고, 온화한 기후 덕에 사계절 내내 해상 작업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해상 풍력 산업에 가속도가 붙을 것입니다.”

세계 최대 친환경에너지 투자운용사 CIP(Copenhagen Infrastructure Partners)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아시아 내 CIP의 첫 번째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 단지이자, 대만에서 여섯 번째로 가동되는 해상풍력 발전 단지인 창팡-시다오(Changfang-Xidao·CFXD) 프로젝트가 약 7년 만에 결실을 본 것이다. 대만 해안 두 군데에 분산된 발전 단지의 총용량은 약 600메가와트(MW)로, 완전 가동 시 대만 내 약 65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를 가지고 있다.

토마스 위베 폴센 CIP 아시아·태평양(APAC) 대표가 지난 22일 대만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대만=김효선 기자

CIP에서 아시아 시장을 총괄하는 토마스 위베 폴센 아시아·태평양(APAC) 대표는 지난 2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CFXD 해상풍력 발전소 준공식 행사에서 한국의 해상풍력 잠재성을 높게 평가했다. 현재 CIP는 한국의 전남 신안, 울산 지역에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 투자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SK E&S와 공동으로 추진 중인 99MW 규모의 전남해상풍력 1단지는 지난해 착공을 시작해 내년 상업 운전을 앞두고 있다.

토마스 대표는 “한국은 해상 풍력에 유리한 환경을 가지고 있어 정부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만의 경우 해상 풍력 관련 시장이 전혀 없는 상태여서 공급망부터 구축해야 했지만, 한국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공급망을 가지고 있다”라면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한국 내에 자체적으로 구축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현재 CIP는 한국 내 진행되는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외국의 프로젝트에서도 한국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 이번에 준공한 CFXD 해상 풍력 프로젝트에서도 LS전선과 해저케이블 우선공급자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또한 토마스 대표는 한국의 기후 환경도 장점으로 꼽았다. 토마스 대표는 “대만 같은 경우 겨울철에는 바다 환경이 너무 거칠어 해상 작업이 힘들어서 공사 기간이 길었다”면서 “한국은 태풍이나 지진의 영향이 크지 않아 사계절 내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어 한 번 건설이 시작되면 빠르게 완료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아직 한국에서 진행되는 해상 풍력 프로젝트가 대만과 비교해 규모가 작지만, 언제든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장점 대비 성장 속도가 느린 점에 대해 그는 아쉬움을 내비쳤다. 토마스 대표는 “정부의 적극적인 도움이 뒷받침된다면 대만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만은 지난 2011년 일찍이 30여 개의 해상풍력단지를 발표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재생에너지 전략을 세웠다. 대만 정부는 오는 2025년에는 대만 에너지 수요의 20%가 재생에너지로 충당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도 지난 2017년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로 높이겠다는 ‘3020 재생에너지 이행계획’을 발표했지만, 업계에서는 외국 대비 지지부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관련 업계에서는 한국의 비효율적인 행정 절차가 해상풍력 산업의 성장을 지연시키는 요소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해상풍력 사업을 하려면 사업자가 최대 10개 부처에서 집행하는 인허가를 각각 받아야 하는데, 이에 걸리는 시간만 평균 6년 안팎이다. 덴마크는 ‘원스톱숍(One-stop shop)’ 제도로 인해 인허가를 받는 데 걸리는 기간이 평균 34개월밖에 안 걸린다.

전남 해상풍력 발전소 모습. /전라남도 제공

아울러 토마스 대표는 전력구매계약(PPA) 거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대만 반도체 기업 TSMC는 지난 2020년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인 오스테드와 1기가와트(GW)에 육박하는 해상풍력 단지 전력을 통째로 구입하기로 밝힌 바 있다. 아시아 기업이 재생에너지 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신호로 여겨져 관련 업계가 들썩였었다. 그는 “해상 풍력 시장은 기업용 PPA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 크다”면서 “각국 정부가 기업용 PPA를 얼마나 지원하느냐가 해상 풍력에서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PPA가 가격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에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 그는 “CIP가 국내 개발 중인 모든 해상 풍력 프로젝트를 상업화 운전까지 완료하면 총투자액은 30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면서 “이러한 대규모 투자가 성공적으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바탕으로 시장의 예측 가능성 및 해상풍력 발전소의 경제성 면에서 실행 가능성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덴마크 에너지 산업 분야 전문가 5명이 지난 2012년 설립한 CIP는 약 280억 유로(약 41조4700억원)를 모금할 정도로 성장했다. 덴마크 최대 연기금 자금을 기반으로 한 첫 펀드(CI I)가 영국 재생에너지 시장에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60개 이상의 국제기관 투자자와 다자간 기구로부터 생성된 펀드 12개를 운용하고 있다. CIP는 현재 대만 내 총넝(Zhong Neng) 해상풍력 발전단지와 펭미아오(Feng Miao) 해상풍력 발전단지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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