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을 오늘처럼”…시민 함께한 종합예술공연 제28회 수원민족예술제 ‘기억’ 성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과거의 기억을 간직하고 이를 공유하는 힘도 필요하다. 짙고 푸른 지난 날의 ‘기억의 정원에 핀 꽃’을 반추하고 ‘돌아오지 못한’ 이름을 낭독하며 ‘해원의 소리’로 ‘오늘 우리’가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지난 26일 (사)수원민예총은 수원시 권선구 수원문화원 빛누리아트홀에서 ‘제28회 수원민족예술제’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태현 경기민예총 이사장, 김향미 평화나비 공동대표, 황인성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 김봉식 수원문화원장, 오영균 수원문화재단 대표, 오현규 수원예총 회장 등이 참석했다.
민족예술제는 매해 수원민예총이 주최·주관하고 수원시가 후원하는 문화공연이다. 수원민예총의 문학·사진·시각매체·음악·풍물굿·춤 등 6개 위원회가 시민 앞에 여러 장르의 종합 예술을 펼친다.
이날 예술제는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시민이 예술인과 한 곳에 모여 시 낭독과 전통춤, 풍물놀이와 발레 등 문학·음악·춤의 종합예술로 승화한 과거의 기억을 공유하고 내일의 희망을 다짐하는 자리로 열렸다.
올해의 화두는 ‘기억’이었다. 수원민예총은 ▲세월호 10주기 ▲수원 소녀상 10주년 ▲임면수 선생 탄생 150주년의 특별한 해를 맞이해 우리 사회가 기억해야 할 ‘그날’을 예술로 엮어냈다.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평화의 소녀상이 철거될 위기에 놓인 가운데 ‘수원평화의 소녀상’은 지난 2014년 3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의 인권과 명예 회복을 바라며 수원시민의 자발적 성금으로 건립됐다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또한 필동 임면수 선생은 수원의 민족교육을 위해 삼일학교 건립 및 경제독립을 위한 국채보상운동을 이끌고 독립군을 양성한 인물이다.
오후 1시부터 시작된 이날 행사는 전시, 체험부스, 공연의 세가지 형태로 진행됐다. 먼저 1층과 2층 실내에서는 서수원의 과거를 향유할 수 있는 골목사진과 ‘소망’이라는 주제가 담긴 설치미술, 시화전 등이 열렸다.
비가 오는 가운데 3시부터 시작된 체험부스에는 각양각색의 시민들로 북적였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방문한 어린 시민들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나만의 책을 만들고, 손수건에 그림을 그리며 빨갛고 노란 색색의 한지를 엮어 서리화를 만들기도 했다.
오후 5시 사전공연과 개막식으로 시작된 공연은 총 3부의 무대로 구성됐다. 제1장 ‘짙고 푸른날’에서는 세월호 참사 10주년을 기억하고 모두가 함께 행복하고 안전한 삶에 대한 기원을 담은 시낭독과 전통춤, 밴드 음악과 합창이 이어졌다. 세월호 당시 사랑하는 제자를 잃었다는 한 음악위원회 멤버의 이야기와 그 뒤에 이어진 ‘제주도 푸른밤’ 연주에 관객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어 수원 지역의 독립운동가들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제2장 ‘다시 여자로 살아보고 싶어요’에서는 일본군 위안부이자 인권 운동가로 활동했던 용담 안점순 선생, 수원시내 독립 운동의 불씨를 담긴 기생 김향화 등 여인들의 이야기가 승무와 발레 등 춤과 시낭독으로 이어졌다.
마지막 3장 ‘기억 그리고 오늘’은 소고와 북, 반주단이 함께하는 풍물놀이와 ‘아름다운 나라’ 합창이 대미를 장식했다. 객석의 시민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며 이날 체험부스에서 직접 만들었던 서리화를 흔들거나 박수를 치며 각자의 방식으로 그날의 기억을 함께했다.
이창세 수원민예총 지부장은 “빛누리 아트홀 개관기념 주간의 대미를 장식할 수 있어 무엇보다 기쁘다”며 “우리 사회가 아픔의 기억은 잊지 말고 가슴에 안고, 또한 희망찬 내일을 향해 멋지게 살아갈 수 있도록 스물여덟살 청춘을 맞이한 민예총이 시민과 문화예술로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경 기자 greennforest2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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