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극우 청년들, 가자 구호품 트럭 조직적 약탈

노지원 기자 2024. 5. 2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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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서안 지구를 통과해 가자 지구로 향하는 인도 지원 트럭을 겨냥한 이스라엘 극우 성향 시위대의 폭력 행위가 도를 넘는 수준에 이르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극우 성향의 젊은 이스라엘인 무리가 서안 지구 타르쿠미야 검문소를 통과해 가자 지구로 들어가려는 구호품 호송대의 뒤를 쫓고, 검문소를 설치해 막아서는가 하면, 운전자가 아랍인이면 폭력을 행사하고 차량에 불까지 지르는 등의 극단적 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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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흐 공습으로 구호품 통로 막히고
서안지구 검문소 개방하자 폭력 대응
이스라엘 군·경 정보로 활동 의혹도
이스라엘 사회운동가이자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사피르 슬루즈커 암란이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13일(현지시각) 오후 서안지구 타르쿠미야 검문소 현지 상황 영상. 영상에서 이스라엘인 시위대는 트럭에 실려있는 구호품을 바닥에 내동댕이 치고 발로 밟아 훼손시켰다. 엑스 갈무리

팔레스타인 서안 지구를 통과해 가자 지구로 향하는 인도 지원 트럭을 겨냥한 이스라엘 극우 성향 시위대의 폭력 행위가 도를 넘는 수준에 이르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극우 성향의 젊은 이스라엘인 무리가 서안 지구 타르쿠미야 검문소를 통과해 가자 지구로 들어가려는 구호품 호송대의 뒤를 쫓고, 검문소를 설치해 막아서는가 하면, 운전자가 아랍인이면 폭력을 행사하고 차량에 불까지 지르는 등의 극단적 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사회운동가이자 변호사인 사피르 슬루즈커 암란이 지난 13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공개한 영상에서도 키파(유대인 남성 전통 모자)를 쓴 젊은이들이 트럭에 실린 각종 구호품을 바닥에 내동댕이 치고 발로 밟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발단은 지난 7일 가자 최남단 도시 라파흐에 대한 이스라엘방위군(IDF)의 지상 공격이다. 이스라엘군은 작전을 시작하면서 연료, 식량, 의약품 등 구호품의 반입 통로로 기능했던 가자 남쪽 국경을 전면 봉쇄했다. 이 때문에 각종 인도 지원이 막혔고, 이미 열악했던 가자 지구의 인도적 상황은 재앙적 수준에 달했다.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빗발치자 이스라엘 당국은 13일 결국 서안 지구의 타르쿠미야 검문소를 개방했지만 새 검문소가 열리자마자 극우 시위대가 구호품 트럭을 약탈하기 시작했다. 그 뒤로도 비슷한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시위대가 운전자를 폭행하고 물품을 훼손한 뒤에야 공격을 당한 트럭이 상업용으로 밝혀진 경우도 있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서안 지구 현지 상황을 보도하면서 이런 폭력 행위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계획적으로 조직되고 있다고 고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극우 활동가들은 온라인으로 누구나 접근이 가능한 왓츠앱 대화방 등을 통해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면서 구호품 트럭을 추적하고 공격대를 조직했다. 이들은 어떤 차량이 가자로 구호품을 실어나르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조사를 하고 현지 지지자들을 동원해 차량을 막았다. ‘우리는 잊지 않는다’라는 이름의 극우 단체는 심지어 자신들이 이스라엘 군과 경찰한테 “내부 정보를 받아 움직인다”고 직접 증언하기도 했다. 현지 군과 경찰이 이를 적극적으로 저지하지 않는다는 점도 큰 문제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7일 오전 현장을 취재한 결과, 20여명의 극우 시위자들이 타르쿠미야에 임시 장애물을 설치했고 군과 경찰이 이를 목격했지만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의 활동은 ‘차브(Tzav) 9’이라는 극우 단체와도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폭력과 약탈행위에 대한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가 대외적으로는 자신들이 가자 지구로 구호품을 공급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극우 단체의 폭력 행위를 방관하고 있는 셈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도 구호 차량에 대한 공격을 규탄하고 연루된 이들에 대한 제재 부과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아직 제재를 받은 이는 없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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