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공연에 난장판 된 대학가… 수백미터 장사진에 텐트치고 노숙까지
“어제 밤 10시부터 길에서 18시간을 넘게 기다렸어요. 좋아하는 연예인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힘들기보단 설레는 마음이에요.”
지난 22일 오후 4시쯤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에서 만난 재학생 이모(22·여)씨는 캠퍼스 내 노상에 돗자리를 펴고 앉은 채 공연이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축제 첫 날을 맞아 교내에는 공연을 기다리는 인파 수천명이 500m 가량 줄지어 있었다. 이들은 돗자리와 양산을 펼친 채 간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거나, 누워서 잠을 자기도 했다.
최근 봄 축제를 맞아 유명 연예인을 섭외한 대학 캠퍼스에는 아이돌 콘서트장에 버금가는 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다. 공연을 보기 위해 전날 새벽부터 재학생 수백명이 장사진을 치거나 텐트를 치고 밤샘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 대학에선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에 대비해 ‘구급차 상주 공지’ ‘압착 사고 발생 시 행동 요령’ 등을 공지하기도 했다.
공연이 시작되자 더욱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안전요원들은 “멈추지 마세요” “앞으로 가세요”라고 안내하며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다. 술에 취한 채 관람석에 들어가거나 계단 난간, 흙 비탈길에 서서 위험한 모습으로 공연을 관람하는 이들도 많았다. 재학생 김모(22·남)씨는 “축제 때마다 많은 인파로 불편을 겪고 있다”며 “부상 우려가 있어 다른 통행로를 찾아 우회하기도 한다”고 했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의 상황도 비슷했다. 수백 미터가 넘는 대기줄을 보곤 “안 되겠다”며 돌아가는 이들도 있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6시간 넘게 줄을 섰다는 신입생 문모(19·남)씨는 “오늘 수업까지 일부러 빠져가며 줄을 서고 있다. 새내기 첫 축제를 즐기고 싶은 마음에 땡볕을 견디고 있다”고 했다. 폴란드 국적의 유학생 지올로 율리아 마리아(24)는 “한국 대학 축제가 워낙 이색적이라고 해 놀러 왔는데 놀라운 광경”이라며 “유럽 대학과는 완전 분위기가 다르다. 이렇게 미친 인파가 몰리는 건 한국 대학만의 분위기인 것 같다”고 했다.
재학생이 아닌 일반인을 상대로 배부되는 입장권을 소셜미디어에서 암표로 거래하는 경우도 있었다. 출연자 명단을 공지한 서울의 한 대학 소셜미디어에 “딸이 공연을 너무 보고 싶어하는데 표를 구할 수 없나”라는 댓글이 달리자 “암표를 구해야 한다” “메시지를 달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고려대 축제 ‘입실렌티’를 주최한 고려대 응원단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현재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신분증 양도를 포함한 티켓 불법 거래 시도가 확인되고 있다”며 “작년에도 암표 판매상 18인을 적발해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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