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미남' 강동원 얼굴만큼 깔끔하게 잘 빠진 '설계자'
아이즈 ize 정수진(칼럼니스트)
살인 사건의 죽음은 세간의 주목을 받지만 우연한 사고로 인한 죽음은 의심받지 않는다. 뉴스에서 접하는 교통사고나 추락사 같은 각종 사고들이 사실 누군가 의뢰한 청부 살인의 조작된 결과물이라면? 영화 '설계자'는 '음모론의 끝판왕'이라 할 만한 흥미진진한 소재로 만든 범죄 드라마다. 청부 살인을 완벽한 사고사로 조작하는 설계자로는 언제나 새로운 캐릭터로 찾아오는 강동원이 분했다.
영일(강동원)은 청부 살인을 사고사로 조작하는 일명, 설계자. 베테랑 재키(이미숙), 변장에 능한 월천(이현욱), 막내 점만(탕준상)으로 구성된 삼광보안의 리더로, 의뢰받은 타겟을 누구의 의심도 사지 않도록 아무 증거 없이 완벽하게 처리하곤 한다. "모든 사고는 조작될 수 있어요." 영화 초반, 영일이 누군가와 대화하며 하는 말이다. 타깃이 된 인물이 어디서 어떻게 멈췄다 어떤 방향으로 틀지 동선을 유도하는 것은 기본이요, 주변 지형지물 활용과 물건의 추락 각도와 빛의 반사 각도 등 우연히 일어나는 것으로 보이는 무수히 많은 변수를 계획해 타깃을 처리하는 과정을 속도감 있게 보여주는 설계 사건을 보면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진다. 관객은 초반부터 강렬하게 이 음모론에 몰입될 수밖에 없다.
매사 냉정하고 건조해 보이는 영일에겐 숨은 상처가 있다. 친동생처럼 아꼈던 팀원 짝눈(이종석)의 죽음. 죽음을 사고사로 조작하는 영일의 눈에 짝눈의 죽음은 분명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고, 그는 거대한 청부 살인 세력인 '청소부'의 짓이라 믿는다. 한 치의 실수 없던 영일이 흐트러지는 것은 세상이 주목하는 유력 인사를 타깃으로 한 설계를 진행하면서부터. 교통사고, 전복사고, 추락사 등 다양한 사고사를 계획하다 언론이 주목하는 검찰총장 후보라는 점을 감안해 설계를 확정짓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예기치 않은 변수가 생기고, 영일은 '청소부'가 자신을 노린 음모를 진행하고 있음을 직감한다.
'설계자'는 음모론을 설계하는 인물이 그 음모론에 빠지면서 혼란과 혼돈을 겪는 과정을 그리며 관객을 흥미를 돋운다. 고천락이 주연을 맡은 홍콩 영화 '엑시던트'를 리메이크하면서 기본 얼개는 그대로 가져왔으나 음모론에 기름을 붓는 '사이버 렉카' 유튜버와 비리의 중심에 있는 유력 인사 주성직(김홍파)을 등장시켜 가짜뉴스와 음모론이 횡행하는 현대사회의 모습을 강조했다. 흥미로운 소재에서 출발한하며 독특한 케이퍼 무비의 성격을 띠던 영화는 '청소부'의 존재를 밝히려는 추리물로 전황하면서 주인공 영일을 진실과 거짓 사이 혼란스럽게 만든다. 이 장르의 변화에 관객 또한 영일과 같은 심정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듯 싶다. 여러 갈래로 해석이 가능할 만큼 다양한 떡밥을 뿌렸기에 결말을 관객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남겨 놓은 점도 호불호의 영역이다.
설계된 죽음의 순간을 드라마틱하게 포착한 미장센이 돋보인다. 고속 카메라 팬텀과 특수 셔터가 장착된 레드 코모도를 활용해 목격한 타깃 주성직의 처리 장면은 단연 일품. 떨어지는 빗줄기와 수많은 플래시 불빛 속에서 사고에 휘말리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극적인데, 강동원이 인터뷰에서 "빛이나 음악을 제대로 즐기려면 극장에서 보는 게 훨씬 더 좋다"라고 강조할 만하다. 원작 '엑시던트'는 꽤나 정적인 느낌이었기에 원작을 본 관객들도 확연한 차별화를 느낄 수 있을 것.
한 작품에 나오는 배우들이 맞나 싶을 만큼 매력 넘치는 배우들의 출연은 '설계자'를 보는 내내 놀라움을 안기는 요소. 원작과 달리 팀원 개개인의 캐릭터를 살렸는데, 월남전에서의 경험을 안고 있는 재키, 여성의 성 정체성을 지향하는 월천, 사회초년생의 풋풋함을 지닌 점만 등 각자의 이야기를 촘촘히 삽입해 영일과의 관계성을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이현욱은 자칫 오버페이스로 흐를 수 있는 월천의 여장 연기를 무리없이 감당했고,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이미숙의 존재감도 또렷하다. 팀원들 외에도 속내를 알 수 없는 의뢰인 주영선 역의 정은채, 모든 사건에 연관이 있는 듯한 의문의 보험 전문가 이치현(이무생), 사건의 숨은 진실을 쫓는 형사 양경진(김신록), 혼돈에 혼돈을 더하는 유튜버 하우저(이동휘) 등 모두가 각각의 자리에서 의문스러운 모습을 강조하며 영화의 몰입도를 높인다.
주연을 맡은 강동원은 소처럼 일하는 배우의 성실성을 또 한 번 보여준다. 특히 시대를 대표하는 미남 배우로 꼽히는 강동원이 날카롭고 차가운 얼굴을 만들고자 몸무게를 더욱 감량한 만큼 역대급 비주얼을 만날 수 있다. 청부 살인을 전체적으로 총괄하는 리더의 특성 때문인지 몇몇 장면에선 같은 영화사 집이 제작한 '감시자들'에 킬러 제임스로 출연한 대표 미남 배우 정우성이 떠오를 만큼 흡사한 각도를 보여주는 점도 재미나다.
'설계자'는 '범죄의 여왕'으로 독특한 블랙코미디 범죄 영화를 선보였던 이요섭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으로도 궁금증을 유발한다. 감독이 '흑미남'으로 표현한 강동원의 또 다른 매력과 참신한 소재와 스토리가 어떻게 어우러졌는지 확인하려면 5월 29일 극장으로 향할 것. 15세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99분으로 간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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