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정의로운 전환’ 파업 벌이는 발전 비정규직…“물러설 곳 없어”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은 기후위기에 대응해 특정 지역이나 업종에서 급속한 산업구조 전환이 일어날 때, 과정과 결과가 모두에게 정의로워야 한다는 개념이다. 노동자와 지역사회가 전환 책임을 일방적으로 떠안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를 담은 개념이다.
현실은 어떨까. 정부는 10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라 2036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총 28기를 점진적으로 폐쇄하기로 했다. 노동계는 당장 내년 12월부터 발전소가 연쇄적으로 문을 닫으면서 1만4000명가량의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에 노출될 것으로 추산한다. ‘약한 고리’인 석탄화력발전소 2차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벌써부터 일자리를 잃고 있다. 하청 노동자들 사이에선 “정의로운 전환에 ‘정의’는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발전HPS지부가 오는 28~29일 원청사인 한국남부발전 본사가 있는 부산에서 경고파업에 돌입한다. 석탄화력발전소 연쇄 폐쇄에 따른 고용보장과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는 국내 첫 파업이다. 한국플랜트서비스(HPS)는 경상정비 업무를 남부발전으로부터 위탁받은 1차 하청업체로, 하동·부산·영월 등에 사업장을 두고 있다. 박규석 발전HPS지부장은 27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겐 죄가 없다. 계속 일하게 해달라는 게 우리의 요구”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어떻게 사상 첫 ‘정의로운 전환’ 요구 파업을 준비하게 됐나.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17일까지 17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했다. 노조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가 예정돼 있는 만큼 고용보장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원청사인 남부발전과 이야기하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후 중앙노동위원회 쟁의조정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 22일 쟁위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했고 파업이 가결됐다. 우리 조합원들이 일하고 있는 하동화력발전소 1호기가 당장 2026년에 폐쇄된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절박함이 파업으로 이어졌다.”
- 한국플랜트서비스 노동자들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전이라도 하청업체 교체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들었다.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고 김용균씨 사고 이후 노사·전문가 협의체가 꾸려졌다. 이 협의체는 2021년 2월 발전5사 경상정비 분야 고용안정을 위해 경상정비 업체가 바뀌어도 고용승계를 원칙으로 하고, 경상정비 계약기간을 3년에서 6년으로 늘리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합의에 참여한 하청업체들이 이 합의를 지키지 않고 경쟁입찰 공고를 내려고 한다.”
- 파업은 어떤 식으로 진행하나.
“발전소는 파업 시 최소한의 인력을 유지해야 하는 필수공익사업장이다. 필수유지율 약 55%를 지키면서 파업을 진행한다. 파업 이틀째인 29일엔 조합원뿐 아니라 다른 발전 비정규직 노조, 환경단체 등도 결합할 예정이다.”
- 파업 핵심 요구사항은 무엇인가.
“정부는 LNG 복합화력발전소를 지어 고용승계를 한다고 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이다. LNG 복합화력발전소는 석탄화력발전소에 비해 필요한 인력 규모가 작다. 정부는 공공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발전 비정규직들은 그간 원청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열악한 처우를 감내해왔다. 우리에겐 죄가 없다. 국가가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피해를 보는 노동자를 책임져야 한다.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계속 일하고 싶다.”
https://weekly.khan.co.kr/khnm.html?www&mode=view&art_id=202202111757101&dept=115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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