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선 레이스 곧 시작···“약 20명 후보 등록 전망”
최근 헬기 추락 사고로 대통령이 사망한 이란에서 내달 보궐선거를 앞두고 곧 후보자 등록을 시작한다.
이란 IRNA통신에 따르면 아흐마드 바하디 이란 내무부 장관은 26일(현지시간) 조기 대선 절차를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바히디 장관은 전국 주지사 등에게 보낸 서한에서 3일 이내에 각 지역 선거본부와 집행위원회를 설치하라고 명령했다.
이란 헌법 131조는 대통령 유고 시 최대 50일 이내에 보궐선거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궐선거는 내달 28일 열릴 예정이다.
이란 선거본부는 성명을 내고 오는 30일부터 6월3일까지 닷새간 후보자 등록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후보자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이란 출생 및 이란 국적, 실적과 평판, 이슬람에 대한 헌신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선거운동 기간은 6월12~27일이다.
이번 선거는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지난 19일 헬기 추락 사고로 급작스럽게 사망한 데 따른 것이다.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으로 모하마드 모크베르 수석 부통령이 대통령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차기 대선 후보로 약 20명이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라이시 대통령 장례 등 공식적인 애도 기간이 끝나자마자 후계 경쟁이 촉발됐다며 20여명이 주자로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먼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충성파로 꼽히는 사이드 잘릴리가 이날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했다. 두 차례 대선 후보로 출마한 경력이 있는 그는 4년 전 라이시 대통령을 지지하고 물러난 바 있다. 이란 정계 내 대표적인 강경파로 꼽히는 잘릴리는 외교부에서 주로 경력을 쌓았고, 2007년과 2013년 이란 핵협상 대표를 지냈다.
역시 강경파로 분류되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도 후보도 거론된다. 알리레자 자카니 테헤란 시장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고지도자실이 운영하는 재단 ‘이맘 호메네이의 명령 집행’(EIKO)의 수장인 파비즈 파타도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이란 대기업 모스타자판 재단의 전 대표인 파비즈 파타나, 테헤란 시장과 혁명수비대 장성을 지내고 현재 이란 의회의장인 모하마드 바게르 칼리바프 등도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정통파 정치인들이다.
12년간 의회 의장을 지낸 중도파 알리 라리자니의 입후보도 관심사다. 앞서 그가 이번 대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으나, 그는 어떠한 결정이든 공식 경로로 전달될 것이라며 이를 부인했다. 라리자니는 온건파 하산 로하니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고 있다.
모든 입후보자는 우선 12명으로 구성된 헌법수호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출마 자격이 주어진다. 직전 대선인 2021년엔 7명만이 대선 후보 자격을 얻었고, 이 중 지지율이 낮은 3명은 중도 사퇴했다. 다수가 강경 보수수파였고,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중도·개혁 성향 인물은 제외됐다.
예기치 못하게 치러지게 된 이번 선거로 이란 정치의 분열상이 드러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가디언은 이란 정권이 연속성을 보장하는 것과 공개 경쟁을 허용해 투표율을 높이는 것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혁주의자들이 대부분 의회에서 소외돼, 정통파들과 핵 협상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협상에 반대하는 반서방 시아파 우월주의자인 강경파 ‘파이다리 전선’ 간 분열이 두드러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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