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구조 희망…“파푸아뉴기니 산사태 2000명 이상 매몰”
파푸아뉴기니 산사태로 매몰된 인구가 2000명 이상인 것으로 추산됐다. 현장 접근이 어려워 구조가 지연되는 탓에 앞으로 인명 피해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7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파푸아뉴기니 국가재난센터는 유엔에 보낸 서한에서 이번 산사태로 “2000명 이상이 매몰됐다”고 밝히면서 국제사회에 공식적으로 구조 지원을 요청했다. 이는 앞서 유엔 국제이주기구(IOM)가 추정한 매몰 규모 670명 대비 3배 가까이 많은 수다. AP는 파푸아뉴기니 정부가 매몰 규모를 어떤 근거로 이같이 추산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24일 파푸아뉴기니 엥가 지역에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피해 지역의 가옥 250여 채는 버려진 상태며 이재민 약 1250명이 임시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일부 피해 지역에서 산사태로 인한 잔해는 최대 8m에 이른다.
재해 발생 후 시간이 흐르며 인명 피해 규모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조 활동이 진행됐으나 이날 현재 수습한 시신은 6구에 불과하다고 IOM은 밝혔다. 피해 지역 인구가 상대적으로 젊어서 사망자 대부분이 15세 이하 아동이리란 우려가 나온다. 매몰된 시설에는 초등학교, 중소기업, 노점상, 게스트하우스, 주유소 등이 포함됐다. 한 구호단체 관계자는 “이 지역 주택 대부분이 풀과 나무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작은 산사태조차 견디지 못한다”고 전했다.
피해 현장은 구호 작업이 여의치 않다. 외진 산간 마을로 접근할 수단이 헬리콥터뿐인 데다, 엥가 지역으로 가는 유일한 도로에 접근하기가 어려워 굴착기 같은 중장비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이에 주민들은 흙 속에 묻힌 시신을 찾기 위해 막대기, 삽, 농업용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고 IOM은 전했다.
악조건 탓에 구호 희망도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 IOM 파푸아뉴기니 대표부는 “산사태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으며 바위가 굴러떨어지고 있다. 지반이 갈라지고 지하수가 흐르고 있어 이 일대는 모두에게 극히 위험하다”고 성명에서 밝혔다. 또한 IOM은 “구조팀은 생존자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했다. 주민들이 이를 받아들이고 있어서 슬픔과 애도가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 생존자는 “죽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큰 바위가 우리를 짓밟고 지나가진 않았다. 거의 8시간 동안 갇혀 있다가 구조됐기 때문에 생명을 구해주신 신께 감사드린다”고 NBC뉴스에 밝혔다.
이웃 국가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리처드 말스 호주 국방부 장관은 “파푸아뉴기니와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논의하고 있다. 우리는 공수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수색 및 구조 측면에서도 장비가 있다”고 NBC에 밝혔다.
파푸아뉴기니 인구는 약 1170만명이다. 약 850개 고유 언어가 사용돼 언어학적으로 가장 다양한 국가로 꼽힌다. 최근 부족 간 폭력 사태가 일어나 치안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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