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한 어빙, 문제아에서 우승청부사로?

김종수 2024. 5. 27.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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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저 둘이 잘 맞을까?’ 지난해 2월 카이리 어빙(32‧187.2cm)이 댈러스 매버릭스로 트레이드되었을 때 많은 이들 사이에서 흘러나온 말이다. 당시 어빙은 리그 최고의 골칫덩이, 문제아중 한명이었다. 댈러스에는 확고부동한 간판스타 루카 돈치치(25‧201cm)가 있지만 어빙에 비해 나이는 한참 어렸다.


그런 돈치치에게 어빙이 2옵션으로서 뒤를 받쳐주고 팀을 위해 꾸준하게 함께 할 수 있겠냐는 평가에는 물음표가 따라붙는 분위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트레이드 때만해도 어빙은 통제불능캐릭터에 팀 분위기를 해치는 사용법 까다로운 빌런 느낌이 강했다. 기량적인 부분에서야 마음먹고 경기에만 집중하면 어지간한 에이스 부럽지않은 최강 2옵션이었지만 현실은 또 다를수있었다.


말은 댈러스의 도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지난 전적이 너무 화려했다. 여러팀을 오가면서 그는 단 한번도 평탄하게 지내지않았다. 데뷔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 입단했을 당시에는 "르브론과 다르게 나는 절대 이 팀을 떠나지 않겠다"며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을 것이다는 발언을 했지만 르브론 제임스와 함께 파이널 우승을 합작한후 1옵션을 원한다며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만약 당시 어빙이 떠나지않았다면 클리블랜드는 우승 전력을 유지한채 1~2번의 파이널 우승을 추가했을지도 모를일이다. 이후 보스턴 셀틱스에서는 “셀틱스에서 영구결번을 받는 선수가 되고싶으며 내년 여름에 연장계약을 준비중이다”는 말을 남겼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에이스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컨디션 난조 등으로 경기력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 그럴수 있다 이해하더라도 라커룸 리더를 욕심낸 것에 비해 리더십 자체는 형편없었다. 동료들은 그를 신뢰하지않았고 오히려 팀 분위기만 흐려놓았다. 그리고는 브루클린 네츠로 도망치듯 옮겨가버렸다. 이때도 말은 번지르르 했다.


“다른 곳에 갈 생각은 없으며 좋은 동료들과 함께 팀을 리드할 생각이다”고 말했는데 역시나 말은 지켜지지 않았다. 사실 어빙만 분탕질을 치지않았어도 브루클린은 1번 정도는 파이널 우승을 차지했을 공산이 크다. 함께한 동료들이 무려 케빈 듀란트, 제임스 하든이었기 때문이다. 마이애미 히트시절 르브론 제임스,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보시를 연상시키는 라인업이었다.


어빙의 기행과 악동짓은 이때 절정에 달했다. 백신 접종 거부를 비롯 경기장 밖에서 여러가지 논란을 일으키며 팀 분위기를 흐렸고 본인 또한 소속 선수로 있으면서 절반 정도의 경기를 빠졌다. 팀성적은 이름값에 비해 형편없었고 결국 제임스 하든이 트레이드되고 벤 시몬스가 들어오게되는 원인을 제공했다.


어빙 본인 또한 연장계약 옵션이 맘에 안 든다며 트레이드 요청을 했는데 팀을 그렇게 엉망진창으로 망쳐놓고 옵션에 대한 부분에 불만을 터트린 것은 일반적인 뻔뻔함을 훨씬 상회하는 모습이었다. 사고회로가 궁금하다는 의견까지 있었을 정도다. 결국 그런 과정을 거쳐 댈러스에 오게되었던지라 양치기 소년 취급을 받던 것은 어찌보면 너무도 당연했다.


어빙은 댈러스에 온후 또 다시 팬들을 놀라게하고 있다. 여전히 ‘아직까지는’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고는 있으나 별다른 잡음없이 시즌을 잘 보내고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시즌같은 경우 플레이오프에서까지 활약하며 댈러스의 상승세에 제대로 힘을 보태고 있다. 돈치치와의 사이도 상당히 좋으며 보스턴 시절과 달리 라커룸에서의 리더 역할도 어느 정도 해내고있는 모습이다.


어빙이 농구에만 집중하자 그 효과는 여러가지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간 댈러스는 돈치치 원맨팀에 가까웠다. 돈치치가 리그에서 손꼽히는 슈퍼에이스중 한명임은 분명하지만 혼자 북치고 장구쳐서는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특급 핸들러 어빙이 득점은 물론 리딩까지 도와주니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다. 댈러스는 돈치치만 막으면 경기력이 뚝 떨어지는 팀이 아니게됐다.


거기에 데릭 존스 주니어(27‧198cm), 대니얼 개퍼드(26‧208cm), 데릭 라이블리 2세(20‧216cm), P.J. 워싱턴(26‧201cm) 등 젊고 재능있는 선수들이 높은 에너지레벨을 앞세워 궂은일, 수비 등에서 힘을 내주자 밸런스가 확 좋아졌다는 평가다. 실제로 현재 멤버들이 제대로 가동되기 시작한 정규시즌 막판 무렵부터는 공격 이상으로 수비에서의 업그레이드도 상당하다.


이를 입증하듯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우승후보중 하나로 격상한 미네소타 팀버울브스를 맞아 3-0으로 시리즈를 리드해가고 있다. 예상치못한 결과다. 컨퍼런스 파이널까지 올라온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댈러스는 분명 강팀이지만 미네소타는 무려 디펜딩챔피언 덴버 네게츠를 누르고 올라온 팀이다.


그런 팀을 상대로 3-0이라는 스코어를 내며 대망의 파이널 진출까지 1승만을 남겨놓게됐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돈치치 한명만 막으면 끝나는 팀이 아니게 된 것이 크다. 어빙은 중요한 순간에 강한 클러치 본능까지 뽐내며 볼륨과 효율면에서 어지간한 1옵션 못지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아에서 우승청부사로 변해가고있는 어빙이 댈러스의 파이널 우승까지 견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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