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들 "의대생 늘리면 교수는? 하늘에서 떨어지나"(종합)
"30개 의대, 의대생 증원에 1조2000억 필요"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의대 교수들이 의대 증원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 확보 등 미비로 부실 의학 교육을 양성할 수 있다며 의대 증원과 배분 처분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의대 증원을 유보해 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김종일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장은 2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지하 1층에서 열린 '의협·전의교협 의학교육 파국 저지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30개 의대의 10% 이상 증원은 의학 교육에 치명적"이라면서 "증원 규모가 중간 정도 되는 한 사립대에서는 장비 구매, 교육시설 증축 등을 위해 향후 6년간 403억 원이 필요하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의대별로 배정된 증원에 따라 시설과 인력이 얼마나 필요한 지 살펴보면 30개 의대를 기준으로 대략 1조2000 억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면서 "의대들은 정부에 예산 지원을 건의했다"고 말했다.
현재 기초의학 교수, 대학원생 현황, 정교수의 비율, 향후 5년 이내 정년퇴직 예정 교수, 최근 3년 이내 임용 현황 등을 종합해 볼 때 향후 의대생들을 가르칠 해부학·생리학 등 기초의학 교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회장은 "모 대학의 경우 52명의 신임 교수가 필요하고, 기초의학 교수는 12명이 필요하다고 한다"면서 "의대 한 곳만 해도 기초의학 교수 12명이 필요한데, 30개 대학 전체에서 어디서 구하겠느냐. 다른 교수의 말을 인용하면 하늘에서 떨어지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특히 '임상연계 교육', '임상기초 통합적 이해', '높은 의학 교육 이해도'를 위 의사자격(MD)이 있는 기초의학 교수가 필요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면서 "이 현상은 비수도권 국립대에서 가장 심각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필수의료 뿐 아니라 기초의학 교수도 점점 씨가 마르고 있는 와중에 의대생들이 학교에 복귀하지 않아 졸업생까지 배출되지 않으면 더욱 씨가 마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회장은 의대생 교육 여건이 갖춰져 있진 않은 상태에서 교육자로서 기존 의대 정원의 2배 가량에 달하는 급격한 의대 증원에 찬성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수없이 호소해도 소 귀에 경읽기"라면서 "의학 교육 자체가 불가능한데, 저질 교육이 될게 눈에 보이는데, 저질 의사가 양산될 것을 알고 있는데 어떻게 증원에 찬성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실제 가르칠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가르치란 말이냐"면서 "가건물·천막·인터넷 수업과 그룹수업 폐지, 실기 시험 폐지, 해부실습 동영상 대체, 모의환자 폐지, 병원실습 가상환자 대체가 예상되고, 병원에 실습생이 앉을 자리는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또 "신축 건물은 부지도 확보되지 않았고, 2배의 카데바(해부용 시신)를 확보할 방법도 없다"고 했다.
김 회장은 "지금이라도 정부는 무계획적, 즉흥적, 비현실적 급속 증원 계획을 철회하기를 요청 드린다"면서 "사법부는 부실 의사가 양산되지 않도록 현명한 판단을 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 드린다"고 촉구했다.
의대 2000명 증원과 증원분을 배정하는 과정에서 "절차상 위법성이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오세옥 부산대의대 교수협의회장은 "정부는 18개 의대는 실사하지 않았고, 실사한 의대 14곳 마저도 비전문가로 구성된 전담팀이 30분~3시간 내 허술하게 실사했다"고 지적했다. 보통 의학 교육 평가 인증은 의대 인증 평가 교육을 철저히 받은 전문가들이 적어도 사흘 이상 해당 대학에 상주하면서 평가한다.
또 보건의료에 관한 인력, 시설, 물자, 지식 및 기술 등 보건의료자원의 관리는 보건의료발전계획에 속한다. 그러나 2000년에 제정된 이 법안에 의거한 보건의료발전계획은 지난 24년간 단 한 차례도 수립된 바 없다. '보건의료 기본법 제3장 제15조'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의 협의와 제20조에 따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보건의료발전계획을 5년마다 수립해야 한다’고 돼 있다.
오 회장은 "정부는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수립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보건의료발전계획이 5년마다 발표되면 이런 혼란스러운 사태는 없었을 것인데,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위법 행위"라고 말했다. 또 "교육 여건에 따라 학생을 증원하라는 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키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2025학년도 대학입시요강 발표를 대법원 재항고 1건 및 서울고등법원 항고 3건에 대한 결정 전까지 유보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서울고등법원이 지난 16일 의대 증원과 배분 처분을 멈춰달라는 전공의·의대생·의대교수 등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의료계는 지난 17일 대법원에 즉시 재항고했다.
의대 증원 관련 소송을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지난 23일 "교육부 장관이 30일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 사항을 발표하겠다고 공언했으므로 29일까지 대법원의 최종 결정을 받아야 한다"면서 대법원에 '절차 진행에 관한 긴급 요청서'를 제출했다.
이 변호사는 "정부는 법원에 접수된지 일주일이 지난 재항고장은 물론 재항고 이유서도 전혀 송달받지 않고 있다"면서 "가장 전형적으로 재판을 시간 끌기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번 주 입시요강이 발표되면 수험생들에 기성사실이 발생돼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30일이 지나면 무조건 각하를 내릴 것을 노리는 것"이라면서 "대법원 심리가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 시간 끌기로 대법원의 판단을 받지 않겠다는 것은 중요한 의료개혁을 추진하는 정부의 정정당당한 태도가 아니다"고 말했다.
또 "대법원에서 이번주 내 최종 판단을 내릴 수 있느냐 여부는 대법원의 재량에 달려있다"고 했다.
전국 32개 대학 의대생 1만3000명이 서울고등법원에 제기한 즉시항고 3개 사건들도 아직 진행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지난 17일 전국 32개 대학 의대생 1만3000명의 즉시항고 3개 사건 담당 재판부(행정 4-1부·8-1부)에 '신속한 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의료계가 낸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건이 기각될 경우 본안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 변호사는 "저도 정부도 지난 3개월 간 관련 자료 제출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기 때문에 본안 소송으로 가더라도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면서 "올해가 가기 전에 1심 본안 판결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지난 16일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소심에 대한 법원의 결정문에도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해 줄인 것처럼 2026학년도부터 대학과 협의해 대학의 의견을 반영해 조절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면서 "본안 소송을 빨리 진행해 2026학년도부터 4년간 매년 2000명 증원이 실체적, 절차적으로 적법한지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30일 현재 고3이 치르는 의대 1509명 증원분이 반영된 2025학년도 대입 전형 시행계획 변경 사항을 확정·공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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