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 서방’ 리투아니아 대통령, 러 침공 공포 속 재선 성공
친 서방 성향의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이 대선에서 최다 득표를 얻으며 연임을 확정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자국도 러시아의 공격 대상이 될 것이란 리투아니아 국민의 정서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선거구 1895곳 중 1894곳의 개표를 마친 결과 나우세다 대통령(무소속)이 74.55%를 득표했다. 결선에서 양자 대결로 맞붙은 잉그리다 시모니테 총리(조국연합)는 23.94%를 얻는 데 그쳤다.
선거 결과가 최종 승인되면 나우세다 대통령이 확보한 지지율은 리투아니아가 1991년 옛 소련에서 분리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나세우다 대통령은 올해 7월부터 다시 5년 임기를 부여받아 집권 2기에 들어간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외교와 국방을 책임지고, 행정부 수반인 총리를 임명한다.
나우세다 대통령은 당선 확정 직후 연설에서 “무엇보다도 모든 리투아니아 국민의 복지 목표를 성취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면서 “리투아니아의 독립과 자유는 마치 깨지기 쉬운 그릇과도 같아서 우리는 이를 귀중히 여기고 보호하며 깨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우세다 대통령은 리투아니아 시민 사이에서 러시아가 자국을 침공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이 같은 발언을 했다. 러시아와 인접한 리투아니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부 끝단에 있다.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북동부에서 대대적인 진격을 가한 이후 리투아니아 시민들은 더욱 큰 공포감을 느끼고 있다.
선거 운동 당시 나우세다 대통령과 시모니테 총리는 모두 리투아니아 국내총생산(GDP) 중 국방비 비중을 3%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인구 280만 명의 리투아니아는 현재 GDP의 2.75%를 국방비로 쓰고 있다.
리투아니아의 한 정치 평론가는 “나우세다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그가 권한을 가진 외교, 안보 정책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나우세다 대통령은 지난 임기 동안 수도 빌뉴스 북부에 있는 파브라제 군사훈련장을 나토군 훈련 장소로 제공하고, 독일군과의 합동훈련을 참관하는 등 친 서방 행보를 보였다.
소련이 붕괴한 이후 독립한 발트 3국 중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는 최근 들어 친 서방 기조를 취하고 있다. 반면 벨라루스는 러시아와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들 3국이 유럽연합(EU)과 나토에 가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때마다 불만을 표시해 왔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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