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대응 '참사'…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은 상황 [취재파일]

한지연 기자 2024. 5. 2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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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상황이냐면 지난 16일 대부분 언론사들이 정부가 낸 보도자료 의도와는 다르게 기사를 썼는데도 당시 정부가 즉각적으로 대응을 전혀 안 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모호하게 작성된 보도자료와 브리핑 과정에서의 충실하지 못한 설명, 부정확한 기사(정부 입장에서는)에 대해 즉각 대응하지 않는 태도 등이 결합돼 KC 인증이 없는 80개 품목이 다음 달부터 당장 해외직구가 차단되는 것으로 알려졌고, 국민적 반발을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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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관계자 통화내용]
 
-아까 전화드렸던 SBS 한지연 기자인데요.
=아 네네.
-지금 모든 언론사가 그렇게 과장님 말씀해 주시는 거 다르게 쓰더라고요.
KC 인증 없는 80종에 대한 국내 반입 차단 조치다음달 중으로 시행된다
이렇게 썼더라고요. 네 이게 틀렸다는 거죠?
= 그게 그래서 제가 아까도 계속 말씀드리기 어려웠던 부분이긴 한데...
그러니까 이게 위해 제품인 경우에는 다음 달부터라도 관세법에 의해서 차단되는...
- 그러니까요. 그러니까요. 그러니까 제가 말을 묻는 거는
KC 인증 없는 어린이용품과 전기생활용품 생활 화학제품 80종에 대한
국내 반입 차단 조치는 다음달 중으로 시행된다. 이건 틀렸다는 거잖아요?

= 그렇죠. 그게 이제 이제 그거 아까 말씀드렸듯이 법 개정이 되어야.
- 그러니까요. 그런데 다 딴 데서는 그렇게 썼는데 왜 그럴까요?
= 사실 제가 뭐라 말씀드리기 어려운 사항이네요.


이게 무슨 상황이냐면…
지난 16일 대부분 언론사들이 정부가 낸 보도자료 의도와는 다르게 기사를 썼는데도 당시 정부가 즉각적으로 대응을 전혀 안 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후 정부는 국민의 거센 반발이 일자 그제야 다음 날인 17일 밤 10시가 넘어서 “안전 인증 없는 80개 품목 해외 직구 당장 금지 아니"라고 발표했습니다. 그 이후 타임라인을 보면 19일에는 해외직구 금지를 사실상 철회했고, 20일에는 대통령실에서 해외직구 대책 혼선에 대해 사과를 했습니다. 그러자 정치권에서도 해외직구 이슈는 반박과 재반박을 이어가며 비화하는 모습입니다. 이런 좀 시끄러운 상황에(?) 제 지난 16일 목요일 취재수첩을 공개해볼까 합니다.


지난 16일, 해외직구 관련 첫 정부 정책 자료가 나왔습니다. '국민 안전'을 해치는 해외직구 제품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시원하게 제목을 뽑았는데, 내용은 그리 시원하지 못했습니다. 원래 정부의 의도는 이랬습니다.
 
[다음 달부터 80개 제품에 대해 해외직구 위해 제품 차단
법 개정 후 80개 제품에 대해 'KC인증' 없는 제품 차단]

일단 보도자료를 살펴보면요. 보도자료는 먼저, 2페이지에서 [첫째, 국민 안전·건강 위해성이 큰 해외직구 제품은 안전 인증(KC인증)이 없는 경우 해외직구가 금지된다.]고 단정적으로 씁니다. 그러면서 어린이 제품과 전기용품, 생활화학제품 등이 이에 해당하는 제품이라고 설명한 뒤,


이후 네 페이지에 걸쳐 ‘가품 차단 및 개인정보 보호 강화’나 ‘기업 경쟁력 제고’, ‘면세 및 통관 시스템 개선’ 등과 같은 좀 결이 다른 얘기를 합니다. 그리고 6페이지, 5.향후 추진계획에 가서 별다른 설명 없이 [정부는 위해제품 관리 강화 및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화 등 법률 개 정이 필요한 사항들은 연내 신속히 개정을 추진한다.]고만 하고, [법률 개정 전까지는 관세법에 근거한 위해제품 반입차단을 실시할 예정이다. 6월 중 시행한다.]라고 밝힙니다.

국내 대리인 지정 관련해서 해외직구와의 관련성과 법률개정의 필요성 등 개연성을 충분한 설명 없이 저렇게만 명시해 놓으니 앞에 해외직구를 막는다는 얘기와 뒤에 법률개정 얘기가 잘 연결될 리 만무하겠죠? 제가 전화취재에서 알 수 있었던, 알리와 테무 같은 경우, 국내 법인이 없기 때문에 국내 대리인 지정을 해서 의무를 지울 수 있는 상황을 좀 설명해주었다면 좀 더 친절한 보도자료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담당자와 총 세 차례 통화를 했습니다. 맨 처음엔 KC인증을 받지 않은 걸 어떻게 걸러낸다는 건지 물어보기 위해서였는데, 그러면서 다음 달 당장 시행하는 게 KC인증 없는 직구용품이 아니라는 걸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음은 통화내용]
- KC 인증이 없으면 직구 금지되는 품목은 어떻게 막는 건지요?
= 예. 이게 저희가 관련 법을 개정해가지고 통관 단계에서 차단하겠다는 겁니다.
- 법 개정이 7월인가요?
= 법 개정은 언제... 올해 안에 최선을 다해서 하겠다, 신속하게 하겠다는 입장이고
(네) 상당 기간 소요가 될 겁니다. 그건 저희가 알 수가 없고

국회를 통해서 하는 거기 때문에.
- 그럼 6월부터 하는 건요?
= 그거는 법 개정 전에 통관 차단을 얘기하는 겁니다.
관세법을 근거로 해서 유해 제품의 반입을 차단하겠다.
-통관 단계에서 잡아내는 거를 6월부터 하겠다는 거잖아요?
= 예. 그거는 유해 제품에 한해서.
- 그렇죠 유해 제품에 한해서.
= KC 미인증 제품 전체를 하는 게 아니라 (네) 유해 제품에 한해서
반입을 차단하겠다는 겁니다.

그리고 또 한번, 이례적으로 기사를 쓰고 기사를 그대로 읽어주는 방식으로 팩트체크를 했습니다. 이렇게 확인 절차를 거치고도 조금은 혼란스러워서 다른 정부기관에 크로스체크를 해보았는데 조금 황당했습니다.
 
▶[다른 정부기관과의 통화내용]

- 여보세요. 저 SBS 한지연 기자인데요. 
KC 인증 관련해가지 타사들이 통신이나 이런 데 보면은
KC 인증 없는 어린이용품 등 80종에 대해서 다음 달 중으로 시행된다고 했거든요.
= 예 아마 보도자료에 그렇게 돼 있을 겁니다.
- 근데 ○○부에서 설명하기에는
 KC 인증은 법 개정 이후다라고 자꾸 얘기를 설명을 해 주시는데 
그래서 이렇게 적는 게 틀렸다. 원칙적으로는. 뭐가 맞아요?
= 제가 보도자료를 정확히 못 봐가지고 

○○부... ○○부 혹시 어느 분하고 통화를 하고 오신 건가요?
-○○부 ○○○ 님이요.
= ○○○ 님이요. 네네 알겠습니다. 저 담당 저기 한번 물어보고요. 연락드리겠습니다.

물론 다시 전화 와서 맞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처음 상황을 왜 이렇게 구구절절 썼냐면, 정부의 대응 문제를 짚어보기 위해서 그랬습니다. 모호하게 작성된 보도자료와 브리핑 과정에서의 충실하지 못한 설명, 부정확한 기사(정부 입장에서는)에 대해 즉각 대응하지 않는 태도 등이 결합돼 KC 인증이 없는 80개 품목이 다음 달부터 당장 해외직구가 차단되는 것으로 알려졌고, 국민적 반발을 불렀습니다. 정부부처 TF 형태로 해외직구 대책이 마련되다 보니, 책임 있게 대응하는 부처가 보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한 정책이 국민의 마음을 사기 위해서는 실효성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이런 허술한 정부의 대처가 국민의 혼란과 실망, 분노를 낳은 것이 아닐까요?

한지연 기자 jyh@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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