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빌딩 종료 선언했는데...'1위 비상→10위 추락' 천당과 지옥 오간 '최원호 호' 결국 닻 내렸다
[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이기는 야구'를 선언했던 '최원호 호'가 결국 1년 남짓한 항해 끝에 닻을 내렸다.
한화는 27일 "박찬혁 대표이사와 최원호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고 공식발표했다. 지난해 5월 11일 3년 총액 14억 원의 계약을 맺고 한화 사령탑에 오른 최원호 감독은 382일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어느덧 4명 연속 중도하차다. 2017년 5월 김성근 감독 경질부터 2020년 6월 한용덕 감독, 지난해 5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에 이어 최원호 감독까지 4명의 감독이 전반기를 넘기지 못하고 감독직을 내려놨다.
한화는 지난해 '육성 전문가' 수베로 감독을 시즌 중 전격 경질하고 최원호 감독을 선임했다. 당시 한화 구단은 "4시즌째 구단에 몸담으며 선수단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있는 점, 젊은 선수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낸 지도력, 퓨처스 팀에서 보여준 이기는 야구에 초점을 맞춰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팀 운영 등을 높이 평가했다"고 최원호 감독 선임 이유를 밝혔다.
당시 11승 1무 19패(승률 0.367)로 9위를 달리고 있던 한화는 최원호 감독 부임 이후에도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남은 시즌 47승 5무 61패(승률 0.435)를 기록한 한화는 2023년 최종 9위(58승 6무 80패, 승률 0.420)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해 최원호 감독은 부임 당시 "구단에서 내년(2024년)에는 시즌 초반부터 이기는 야구를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 올해 어느 정도는 이길 수 있는 셋업을 해야 한다는 주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화 구단은 '이기는 야구'를 위해 지난 겨울 FA 내야수 안치홍을 4+2년 총액 72억 원에 영입하며 최원호 감독에게 힘을 실어줬다.
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에서 깜짝 복귀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과 8년 170억 원의 계약을 맺으며 '윈나우(Win now)'를 향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한화는 지난 3월 19일 '2024시즌 언베일링쇼'에서 '디퍼런스 어스(DIFFERENT US)'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공개하며 각오를 다졌다. 이날 슬로건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은 문구는 리빌딩 과정이 담긴 영상의 마무리 부분에서 나온 '리빌딩 이즈 오버(REBUILDING IS OVER)'였다. 한화는 공식적으로 리빌딩을 끝내고 '이기는 야구'를 하겠다고 팬들 앞에서 자신만만하게 공언했다.
2024시즌 초반 한화의 '리빌딩 종료' 선언은 현실이 되는 듯했다. 7연승을 포함해 초반 10경기에서 8승 2패(승률 0.800)로 승승장구하며 1위를 달렸다. 독수리의 비상이 드디어 시작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후 한화는 거짓말처럼 추락했다. 조금씩 내리막을 타던 한화는 마지막으로 1위를 기록했던 4월 4일로부터 정확히 한 달이 지난 5월 4일 승률이 반토막 나며 9위(14승 21패 승률 0.400)까지 내려왔다.
브레이크 없는 추락은 계속됐다. 결국 지난 23일 LG 트윈스전에서 4-8로 패한 한화는 19승 1무 29패로 시즌 첫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후 한화는 SSG 랜더스를 상대로 2연승을 거두며 8위(21승 1무 29패, 승률 0.420)로 꼴찌 탈출에 성공했다.
한화 구단은 "최원호 감독은 지난 23일 LG 트윈스와 경기 후 구단에 사퇴 의사를 밝혔고, 26일 구단이 이를 수락해 자진사퇴가 결정됐다"고 밝혔다. 바로 한화가 10위로 떨어진 그날이다. 시즌 초반 단독 1위의 기쁨을 맛봤던 '최원호 호'는 두 달이 채 되지 않는 시점에 바닥으로 가라앉았고, 사령탑은 자진 사퇴를 결심했다.
한화는" 박찬혁 대표이사도 현장과 프런트 모두가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동반 사퇴하기로 했다"며 "최원호 감독의 공석은 정경배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메울 계획이며, 구단은 빠른 시일 내에 차기 감독을 선임해 조속히 팀을 수습하고 시즌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기는 야구'를 선언하고 야심차게 출발했던 '최원호 호'는 얼마 가지 않아 항해를 멈췄다. 과연 어떤 감독이 한화의 '독이 든 성배'를 들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뉴스1, 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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