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판정 너무 힘들어··· 주심도 피치컴 쓰자” ‘사인 훔치기’ 논란 주인공의 이색 아이디어

심진용 기자 2024. 5. 2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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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소타 카를로스 코레아. 게티이미지



주심의 볼·스트라이크 판정 문제는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오랜 고민거리다. 아무리 정확하게 판정을 하려 해도 사람인 이상 실수가 나오기 마련이다. 승부처 주심의 판정 하나가 경기 결과를 뒤바꿔 놓는 사례도 허다하다.

미네소타 내야수 카를로스 코레아(30)는 최근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내놨다. 투·포수가 사용하는 사인교환기 ‘피치컴(PitchCom)’을 주심도 같이 쓰자는 것이다. 투수가 어떤 위치로 어떤 공을 던질지 주심이 미리 알 수 있다면 판정 정확도가 훨씬 올라가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코레아는 AP통신에 “요즘은 포수 프레이밍 때문에 주심이 제대로 판정하기가 정말 어렵다”면서 “하지만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질지 미리 알고, 어디에서 어디로 공이 향할지 미리 알 수 있다면 훨씬 더 정확한 판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레아는 “주심 판정 때문에 정말 힘들 때도 많지만, 그들이 처한 조건이 정말 가혹하다는 생각도 든다”며 “그래서 때로는 잘못된 판정이 나와도 그냥 넘어간다”고 덧붙였다.

스포츠통계 전문매체 트루미디어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시즌부터 올 시즌까지 주심의 볼·스트라이크 판정 정확도는 92.7%다. 일견 훌륭한 숫자 같지만, 사실 대부분 공은 누가 봐도 볼·스트라이크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공이다. 문제는 존 경계선에 걸치는 애매한 공이다. 투수로선 회심의 1구, 타자로선 어렵사리 골라낸 1구가 어떻게 판정이 되느냐에 따라 승부처 흐름이 바뀐다. 주심의 판정 논란도 이런 공에서 나온다.

미네소타 포수 라이언 제퍼스가 피치컴으로 투수에게 사인을 보내고 있다.(왼쪽사진) 토론토 투수 조던 로마노가 피치컴 장치를 확인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트루미디어데이터에 따르면 존 경계선에 걸치는 공에 대한 주심의 판정 정확도는 불과 58.5%다. 투 스트라이크 이후 들어온 경계선 공에 대한 판정 정확도는 45.9%로 더 낮다. 이른바 ‘하이 레버리지’ 상황, 투 스트라이크 이후 경계선 공의 경우 43.2%까지 떨어진다. 주심 판정이 중요해지는 상황일수록 오히려 판정 정확도는 더 낮아지는 셈이다.

코레아의 아이디어는 적지 않은 호응을 얻었다. 시애틀 선발 투수 브라이스 밀러는 디어슬레틱에 “스플리터가 들어온다는 걸 주심이 안다면 낮은 쪽에 더 집중하지 않겠느냐. 주심 판정에 훨씬 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팀 구원 투수 게이브 스피어는 “생각도 못 한 데 멋진 아이디어”라고 했다.

우려도 있다. 피치컴은 오디오 장치다. 주심만 들어야 할 배터리 사인 신호가 타자의 귀에까지 들릴 수 있다. 주심의 무의식적인 반응이 타자에게 귀중한 정보가 될 가능성도 있다. 시애틀 베테랑 포수 미치 가버는 “스플리터가 들어온다고 하면 주심이 낮은 공을 보려고 몸을 약간 웅크릴 수 있다. 반대로 높은 직구가 들어온다면 평소보다 자세를 더 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눈 밝은 타자라면 충분히 감지할 수 있는 힌트다.

디어슬레틱은 익명의 MLB 관계자를 인용해 “리그 차원에서 코레아의 아이디어도 검토했지만, 실행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가버가 우려한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MLB는 이미 2017년 휴스턴을 중심으로 불거진 ‘사인 훔치기’ 스캔들로 크게 홍역을 앓았다. 사인 훔치기 가능성이 혹여 있을지 모를 아이디어를 채택하는데 거부감이 클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코레아 역시 휴스턴 출신으로 사인 훔치기 논란의 한가운데 섰던 선수다.

휴스턴 시절 카를로스 코레아. 게티이미지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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