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달라진 우리’가 돼야 했던 한화…최원호 감독은 왜 지휘봉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나
한화는 지난해 5월11일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직전 2년간 팀을 리빌딩 해온 수베로 감독은 계약 마지막 해 ‘성적 부진’을 이유로 해임됐다. 리빌딩을 위한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는데도, 구단이 목표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는 이유다. 그렇게 퓨처스(2군) 사령탑이었던 최원호 감독이 내부 승격을 통해 1군 지휘봉을 잡았다. 최 감독의 임무는 ‘이기는 야구’였다.
지난 시즌 최 감독 체제 아래 한화는 정규리그 9위를 기록했다. 4년 연속 꼴찌라는 불명예는 면했다. 그러나 한화는 감독을 교체하면서까지 바랐던 이기는 야구를 제대로 구현하진 못했다. 한화는 올 시즌 개막 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성대한 출정식을 열었다. 비시즌 류현진과 자유계약선수(FA) 안치홍을 영입하며 자신감을 얻은 한화는 팬 4500명과 함께 ‘리빌딩 이즈 오버’(Rebuilding is over)를 선언했다.
아울러 한화는 ‘디퍼런트 어스’(Different us)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다. 더는 만년 꼴찌 팀이 아니라는 자신감이었다. 실제로도 그런 듯했다. 한화는 개막 10경기에서 8승2패라는 ‘역대급’ 성적을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4월 들어 삐걱대기 시작했다.
류현진과 안치홍 등 고액 연봉 선수들이 기대 이하 성적을 거두며 부진했다. 지난해 필승조 활약을 했던 김범수, 박상원 등 불펜도 제 몫을 하지 못했다. 한화는 4월 23경기에서 6승17패로 수직 낙하했다. 잘 나가던 팀이 순식간에 추락하자 비난의 화살은 성적에 대한 책임이 있는 감독에게 돌아갔다.
5월에는 외국인 투수 2명이 연달아 부상하는 등 악재가 겹쳤다. 선발진 붕괴로 5월에도 쉽사리 반등하지 못했다. 지난 23일 대전 LG전에서 패한 뒤에는 잠시 꼴찌까지 찍었다. 구단에 따르면 최 감독은 23일 경기 뒤 사퇴 의사를 밝혔다. 손혁 한화 단장은 스포츠경향과 통화에서 “지난달 잦은 연패에 빠질 때도 사퇴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며 “팀이 최하위로 떨어지다 보니까 사퇴 의사를 밝힌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구단은 27일 최 감독과의 결별을 공식화했다.
한화는 올 시즌 현재 51경기 21승1무29패(0.420)로 리그 8위에 올라있다. 아직 93경기가 남았고, 5위 NC와는 5.5경기 차로 ‘가을야구’ 진출도 불가능하지 않다. 최근 6경기에선 5승1패로 반등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나 자신만만하게 출정식을 열며 장담했던 호성적엔 미치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홈 경기 연속 매진 신기록을 만든 팬들의 불만도 커졌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 됐다. 그렇게 최 감독은 3년 임기 중 1년 만에 지휘봉을 내려놨다.
한화는 구단의 전력을 과신했다. 리빌딩의 시간을 보장하지 않은 채 수베로 감독부터 경질했고, 류현진 등 외부 수혈로 선수단의 체질이 확 바뀔 거로 오판했다. 반드시 ‘달라진 우리’가 돼야 했던 한화는 임기 절반 이상 남긴 최원호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지 못했다. 그렇게 최 감독은 자진 사퇴란 형식을 빌려 쫓기듯 나갔다. 한화는 이번에도 과신과 오판에서 비롯된 실패를 감독 교체로 덮게 됐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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