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의 컬래버노믹스 <30>] 버핏과 멍거처럼 협업하라
5월 4일(현지시각)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가 열렸다. 행사가 시작되자마자 지난해 99세로 세상을 떠난 찰리 멍거 전 부회장을 추모하는 30분짜리 추모 영상이 상영됐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4만 명의 주주에게 기립 박수를 요청했고 찰리 멍거가 버크셔 해서웨이의 ‘설계자(Architect)였다’고 칭송했다.
찰리 멍거는 누구인가. 그는 1924년 오마하에서 태어났다. 버핏보다 여섯 살 많다. 1959년 지인이 초청한 저녁 식사 자리에서 버핏을 처음 만났고 교류해 오다 1978년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버핏의 동업자이며 멘토이고, 친구이며 평생 동지였다. 멍거가 없었으면 오늘날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없었고 버핏의 성공도 없었을 것이다. 두 사람은 가장 완벽한 협업을 통해 위대한 성취를 이루었다.
버핏과 멍거는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은’ 인물이다. 이게 위대한 협업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이다. “멍거는 지독한 ‘No 맨’ 이다. 그는 거침없이 반대 의견을 낸다.” 거대한 부(富) 나 권력을 지닌 사람 곁에는 ‘No’라고 말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비위 맞추기에 급급한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다. 버핏은 돈만 많은 게 아니다. ‘투자의 귀재’ ‘오마하의 현인(賢人)’ 소리를 듣는 인물 아닌가. 누가 감히 그 앞에서 ‘No’라고 말할 수 있겠나. 그러나 멍거는 수없이 반대 의견을 냈고, 관철시켰다.
버핏은 코카콜라, 햄버거, 보험 같은 전통 기업에 투자하는 걸 선호했지만 멍거는 전기차 등 신기술 사업의 성장세를 중시했다. 결국 수많은 논란 끝에 가장 우량한 재래 업종 기업과 떠오르는 신흥 첨단 업종에 투자하여 거대한 수익을 올렸다. ‘같은 목표, 다른 강점’ 의 결합이 협업의 핵심이다. 수익 창출이라는 목표는 동일하고 생각과 전문성은 서로 달라야 최상의 협업이 이루어진다.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관점과 생각이 다르면 충돌과 마찰이 일어나기 쉽다. 서로 다투다 비난하고 헤어지기 십상이다. 버핏과 멍거는 강한 신뢰감이 있었다. 상대방이 반대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이익 창출을 위해서다. 이걸 아니까 아무리 반대 의견이 나와도 경청하고 수용하는 것이다.
두 사람은 사업 이야기만 하는 사이가 아니라 ‘영혼의 파트너’였다. 역사, 철학, 인류 공영, 안전한 세상 등 공익적 담론을 주고받으며 서로 배우는 ‘학습 동지’였다. 함께 학습하고, 서로 배우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의 모범이었다. 돈에만 몰두하면 돈은 도망가는 게 철칙이다. 돈을 넘어선 학습과 성찰이 있어야 돈이 들어온다. 두 사람 모두 현인의 경지에 오른 인물이다. 사람들은 멍거를 ‘버핏의 오른팔’이라고 부르지만, 멍거는 총명함이나 그릇 면에서 버핏 못지않은 위대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인자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버핏 같은 뛰어난 인물이라면 나는 기꺼이 제2 바이올린 주자가 되겠다.” 이것이 두 사람 간 ‘듀엣 플레이’가 성공한 큰 요인이다.
버핏과 멍거는 가장 위대한 협업 사례를 남겼다. 이들이 남긴 교훈을 정리해 본다.
첫째, 서로 다른 강점을 지녀야 한다. 협업은 유사성보다 상보성이 더 중요하다.
둘째, 돈보다 철학을 공유하라. 인생관이 같아야 변화의 파도를 이겨낼 수 있다. 두 사람은 ‘영혼의 파트너’다.
셋째, 서로 배우며 성장한다. 서로 배우면서 교학상장 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다.
넷째, 강한 신뢰와 상호 존중이다. 서로 의심하면 강점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다섯째, 공익적 유대감이 있어야 한다. 자식에게 부를 물려주기 위해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더 좋은 세상을 위해 돈을 번다는 인식을 공유한다.
여섯째, 실패했을 때 더욱 신뢰한다. 투자 실패 시에도 상대방 탓을 하지 않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한다.
가장 위대한 현인도 협업해야 성공한다. 자본주의의 현인 버핏과 수백억원까지 하는 그 유명한 ‘점심 식사’를 함께하는 건 꿈같은 이야기다. 대신 버핏과 멍거의 성공 사례를 잘 살펴보면 최고의 협업 전략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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