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소현의 153전 154기 이끈 ‘10g·라이각 1도의 마법’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4. 5. 2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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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E1 채리티 오픈 우승
웨지, 무거운 샤프트로 교체
아이언, 플랫하게 재조정해
샷 정확도 눈에 띄게 좋아져
어프로치로 줄인 타수 2.59개
첫 출전 대회 1위로 변화 적중
배소현이 지난 26일 E1 채리티 오픈 우승컵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KLPGA
‘피팅의 마법’이다. 지난 몇 달간 웨지샷이 조금씩 짧고 왼쪽으로 감기는 샷이 나와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던 배소현이 사소해 보이는 두 가지 변화를 준 뒤 웃음을 되찾았다. 10g 무거운 샤프트로 교체하고 라이각을 1도씩 더 플랫하게 하자 그토록 기다리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첫 우승이 찾아왔다.

배소현은 지난 26일 경기 여주 페럼클럽에서 열린 KLPGA 투어 E1 채리티 오픈 최종 3라운드에서 이븐파 72타를 쳤다. 합계 9언더파 207타를 기록한 배소현은 단독 2위 박도영을 3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2017년부터 KL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배소현은 154번째 출전 대회에서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최종일 박도영, 박민지 등 쟁쟁한 선수들을 따돌리고 우승컵을 품에 안은 배소현은 세상에서 가장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 대회에 앞서 배소현은 메디힐 한국일보 챔피언십 공동 5위를 제외하고는 만족스러운 성적을 내지 못했다. 올 시즌 드라이버 샷 평균 거리 255.53야드로 프로 데뷔 후 가장 공을 멀리 보내고 있는 배소현이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은 건 웨지샷이다. 최근 48도와 54도, 58도 웨지를 사용할 때마다 3~5야드씩 거리가 적게 나가 홀에 붙이지 못하던 배소현은 고민 끝에 용품 계약사인 타이틀리스트를 지난 20일 찾아갔다.

여러 테스트를 진행한 뒤 배소현이 내린 결정은 샤프트의 무게를 10g씩 올리는 것이었다. NS프로 950 S샤프트를 사용하던 배소현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다이나믹 골프 S200 105로 교체했다.

평소 클럽의 변화를 주지 않는 배소현이 곧바로 샤프트를 바꾼 이유는 오랜 고민이 단 번에 해결돼서다. 샤프트의 무게를 10g씩 높이자 배소현은 웨지샷을 할 때마다 홀 주변에 공을 붙일 수 있게 됐다. 배소현은 우승을 차지한 E1 채리티 오픈에서 어프로치로 줄인 타수 2.59개로 출전 선수 중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아이언 샷과 웨지샷이 날카로웠다.

김창균 타이틀리스트 리더십팀 KLPGA 투어 담당 피터는 “배소현의 스윙 데이터를 함께 분석하며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한 끝에 샤프트를 바꿨다. 웨지의 로프트를 세우는 방법도 있지만 샤프트 무게를 높여 스핀량을 줄이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며 “장타자에게는 특히 웨지가 중요하다. E1 채리티 오픈을 사흘 앞두고 샤프트를 교체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6일 아이언 샷을 한 뒤 공을 보고 있는 배소현. KLPGA
라이각의 변화도 정확하게 적중했다. 최근 아이언 샷을 할 때 가끔씩 왼쪽으로 감기는 실수가 나왔던 배소현은 라이각을 1도씩 더 플랫하게 수정했다. 김 피터는 “라이각 1도의 차이가 엄청나다. 중요해 보이지 않지만 라이각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공의 구질이 달라진다. 배소현은 왼쪽으로 공이 감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헤드 앞쪽인 토 부분을 낮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2022시즌까지만 해도 243.11야드에 불과했던 드라이버 샷 평균 거리가 255.53야드까지 증가한 원동력으로는 임팩트 순간 왼발에 체중을 실어주면서 하는 스윙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꼽았다.

배소현을 지도하는 이시우 스윙코치는 “과거에는 공을 그냥 지나가는 스윙을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임팩트 순간에 모든 힘을 집중시켜 장타를 만들어 내고 있다”며 “무작정 크게 하던 스윙도 지금은 간결해졌다. 힘을 줄 때와 뺄 때를 알게 되면서 드라이버 샷 거리와 방향을 모두 잡게 됐다”고 말했다.

배소현은 계속해서 젊은 선수들과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배소현은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거리가 줄고 성적이 좋지 않아지는 건 아니다. 30대 중반, 후반에도 충분히 잘 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했더니 20대 때보다 현재 몸 상태가 더 좋다.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거리가 중요한 만큼 몸 관리를 철저히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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