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돋보기] 인구 집중·부의 편중, 부동산 양극화 심화
‘압구정 아파트 잇단 신고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8개월 연속 증가’, 강남 부촌에서는 천장을 알 수 없는 신고가가 나오고, 인구 감소 위기를 겪는 지방은 할인 분양을 해도 팔리지 않는다. 두 개의 극단적인 양상이나 집단으로 나뉘고 서로 점점 더 멀어지는 현상, 즉 양극화가 부동산 시장에서도 심화하고 있다. 정규분포를 그리며, 중위치 또는 최빈치의 의미를 갖는 대푯값인 평균의 의미가 퇴색하고, 두 그룹 간 격차는 점점 벌어진다. 돈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시장의 논리가 더 공고해지고,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부(富)의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있다.
부동산 가격의 양극화
전국적으로 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수도권 내에서는 경기권과 서울, 서울 내에서는 강북과 강남 간 가격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자료로 분석해 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3.3㎡당 분양가 차이가 코로나19가 시작된 시점(2020년 2월)에는 약 770만원이었으나 최근(2024년 2월) 기준으로는 약 970만원으로 더 벌어졌다. 올해 청약 성적 역시, 1순위 경쟁률 기준으로 서울은 100 대 1을 넘었지만, 지방의 경우 일대일 미만이 절반을 넘는다.
빌딩의 경우 역시 다르지 않다. 서울 주요 오피스 권역의 빌딩은 꾸준한 임대료 상승 추세 속에 연면적 3.3㎡당 3000만원 선을 상회하고 있지만, 주요 지방 광역시 도심 오피스 빌딩은 1000만원 선을 밑돌면서 공실 증가로 점점 하향 추세를 그리고 있다. 이제는 신축 건축비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최근 외래 관광객 급증에 따라 화려하게 부활한 호텔도 등급별 온도 차는 뚜렷하다. 호텔 수익성의 핵심 지표인 객실 평균 단가를 비교해 보면,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말에는 5성급과 3성급 호텔의 차이가 10만~15만원이었지만, 2023년 말 기준으로 그 차이가 20만원 이상으로 확대됐다.
부동산 규모의 양극화
물건을 판매하는 매장용(리테일) 부동산은 거점 대형몰과 소규모 프랜차이즈 소매점(편의점·다이소·올리브영 등)으로 양극화하고 있다. 온라인 시장의 가속화로 오프라인 시장점유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이들은 온라인 대비 물건 구매 편의성과 효율성을 무기로 경기 침체기에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거점 대형몰의 경우에는 볼거리, 먹거리, 즐길 거리를 한 공간에서 제공함으로써 시간 절감형 원스톱 쇼핑을 가능하게 한다. 동네 상권의 편의점에서는 집에서 지척인 접근성을 무기로 내세운다. 생활필수품을 빠르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요즘 편의점은 주류, 제과, 신선식품, 의약품, 화장품, 의류 등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있다. 소규모 백화점식으로 기존 동네 점포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물건을 보관하는 물류센터(창고) 부동산도 풀필먼트 대형 물류센터와 소형 다크스토어(도심지 내 온라인 배송용 상품 보관 오프라인 매장)로 양극화하고 있다. 빠른 배송과 물류비용 절감을 위해 자동화 설비와 첨단 기술을 도입하면서 초대형 물류센터가 대세가 되고 있고, 최종 소비자와 접근성을 높인 라스트 마일 단계의 다크스토어도 물류 전진기지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편의점 같은 소규모 프랜차이즈 소매점도 매장 공간 일부를 다크스토어로 활용하면서 배송 서비스를 병행하는 추세다.
집은 어떨까. 강남권 아파트의 대형화 추세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한강변 초고가 아파트는 앞으로도 대형화, 고층화로 고밀도 개발이 진행되며, 자산가의 희소성 욕망을 채울 것이다. 이에 반해, 대중적인 아파트 크기는 1~2인 가구 증가와 함께 급등한 공사비에 대응하기 위해 점점 소형화 추세다. 급등한 공사비 부담에 더해 분양성이 약한 지방의 경우는 소형화, 저층화로 저밀도 개발이 늘어날 여지도 있다.
부동산 양극화 원인은
첫째, 인구 집중 현상이다. 사람이 모이고 돈이 모이는 수도권, 특히 서울은 양질의 직장이 많고, 양호한 교통 인프라와 학군, 병원이 밀집해 인구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 총인구는 감소 추세에 있으나 특정 지역은 인구 집중에 따른 수급 불균형으로 투자 매력이 높다. 인재가 모이니 집값이나 빌딩값이 인재더 벌고 있다. 자산가들은 더 크게, 더 고급스럽게 부의 저장 수단으로 사치재인 고가 주택을 선호하고, 최상위 등급 호텔을 아낌없이 소비한다. 반면, 욕구 대비 충분한 자본이없는 일반인은 주거비 절감을 위해 주택 크기를 줄이면서, 가끔 기념일에 부자들이 이용하는 럭셔리 호텔 소비로 위안을 삼게 된다.
마지막으로, 시성비 추구 현상이다. 동서고금 무수한 현인들이 ‘시간은 돈이다’라고 시간의 가성비인 시성비를 언급했다. 최대한 시간은 줄이고, 효율은 높이려는 사회적 현상은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짧은 시간에 대형몰에서 오감을 느끼면서 쇼핑하고 가까운 편의점에서 생활 편익을 한 번에 누리는 행태 모두 시성비를 추구하는 현상에 기인한다. 더 빠른 배송을 가능케 하는 대형 물류센터 시스템이나 소비자 최접점의 다크스토어 역시 ‘분초(分秒) 사회’ 의 한 단면이다.
부동산 양극화 계속될까
향후 장기적인 안목에서 예상 가능한 요인을 뽑으라면 인구 감소, 경제 저성장, 인플레이션 고착화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인구 감소로 지방 소멸 위기 속에 돈이 몰리는 수도권에 인재 집중이 심화하고, 경제 저성장 속에 극소수 부유층에 자본이 더 축적되며,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공급망 교란이 야기할 고물가를 시성비 추구로 시간이라도 줄여보려 할 것이다. 이제는 뉴노멀이 될 부동산 양극화 흐름 속에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면서 내 집 마련이든, 투자든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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