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지도자라던 최원호 감독도 중도하차…한화 사령탑 잔혹사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13대 사령탑 최원호(51) 감독이 계약 기간을 2년 가까이 남겨둔 상황에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한화는 10, 11, 12, 13대 감독이 모두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팀을 떠나는 침통한 상황을 맞았다.
한화 구단은 27일 "최원호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며 "지난 23일 LG 트윈스와 경기 후 구단에 사퇴 의사를 밝혔고, 26일 구단이 이를 수락했다"고 전했다.
한화는 지난해 5월 11일 카를로스 수베로 전 감독을 경질하고, 당시 퓨처스(2군) 사령탑이었던 최원호 전 감독에게 1군 지휘봉을 맡기며 3년 계약을 했다.
하지만, 최원호 전 감독은 약 1년 동안만 한화 1군을 지휘하고서 유니폼을 벗었다.
2년 연속 5월에 감독이 바뀌는 상황은 이례적이지만, 한화 1군 감독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팀을 떠나는 장면은 꽤 익숙하다.
최원호 전 감독은 지난해 5월 11일 팀이 11승 19패 1무로 9위에 머물 때 지휘봉을 이어받았다. 최 전 감독이 부임한 뒤에도 한화는 반등하지 못하고, 9위(58승 80패 6무·승률 0.420)로 2023시즌을 마쳤다.
올해는 시즌 초 7연승 행진을 달리며 잠시 신바람을 냈지만 27일 현재 한화는 승률 0.420(21승 29패 1무)으로 8위에 머물러 있다.
결국 한화는 감독 교체를 택했다.
앞선 한화 사령탑들도 출발은 달랐지만, 결말은 비슷했다.
2020년 11월 한화와 3년 계약을 한 수베로 전 감독은 2023년 5월 임기를 6개월 남겨둔 채 팀을 떠났다.
한화의 제12대 감독이자 첫 외국인 사령탑이었던 수베로 전 감독은 2020년과 2021년 연속해서 최하위에 그쳤다.
2023시즌 초반에도 한화는 하위권에 머물렀고, 수베로 전 감독을 경질했다.
수베로 전 감독에 앞서서 지휘봉을 잡았던 11대 한화 사령탑 한용덕 전 감독도 3년 계약을 채우지 못했다.
2018년부터 팀을 이끈 한용덕 전 감독은 부임 첫 해 팀을 3위에 올려놨다. 그러나 2019년 9위에 머물고, 2020년 시즌 초 팀이 깊은 연패에 빠지자 '자진 사퇴' 형식으로 사령탑에서 내려왔다.
한용덕 전 감독은 2020년 6월 7일 팀을 떠났고, 최원호 전 감독이 감독대행으로 남은 시즌 114경기를 소화했다.
당시 최원호 감독대행의 성적은 39승 72패 3무(승률 0.351)였다. 2020시즌도, 최원호 감독대행이 팀을 이끈 기간에도 한화는 꼴찌였다.
한화 10대 사령탑 김성근 전 감독도 시즌 중에 팀을 떠났다.
2015년 엄청난 화제 속에 한화 유니폼을 입은 김성근 전 감독은 팀을 '인기 팀'으로 만들었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프런트와 갈등이 심화하면서 2017년 5월에 퇴진했다.
9대 사령탑 김응용 전 감독은 2년 임기를 채우긴 했지만, 팀을 이끈 2시즌(2013∼2014년) 모두 최하위(9위)에 머물렀다.
2010년 부임한 8대 사령탑 한대화 전 감독은 '최약체'로 평가받던 팀을 2011년 공동 6위로 올려놓으며 '야왕 신드롬'을 일으켰지만, 2012년 8월 퇴진했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한화를 이끈 김인식 전 감독이 물러난 뒤 한화에서는 '재계약'에 성공한 감독이 없다.
2010년 이후에는 시즌 중 퇴진한 감독만 5명(한대화·김성근·한용덕·수베로·최원호)이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레전드 지도자(김응용, 김성근), 외부에서 지도자 경험을 쌓은 지도자(한대화),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한용덕), 외국인 감독(수베로)에 이어 '준비된 감독'이라고 한화가 자부하던 최원호 전 감독까지, 다양한 이력의 지도자에게 지휘봉을 맡겼지만 이들과 모두 '불편한 작별'을 했다.
한화 구단은 "최대한 빨리 차기 감독을 선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14대 한화 감독은 계약 기간을 채울 수 있을까.
한화 감독 잔혹사가 14대 감독에게까지 이어지면 한화의 '이기는 야구'는 또 공염불이 된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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