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따라 만들래? ‘제2의 곰표밀맥주・생레몬하이볼’ 나오는 이유 [푸드360]

‘풀오픈탭’ 생레몬하이볼 유사 제품 출시 눈앞
누가 원조인가…과거 상표권 분쟁들 알아보니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CU에서 판매 중인 생레몬하이볼과 유사한 형태의 하이볼이 이마트24를 통해 나온다. 통조림처럼 캔을 따는 ‘풀오픈탭’ 콘셉트와 주재료가 같다. 지난해 골표밀맥주에 이어 ‘따라하기 논란’의 재점화 가능성이 감지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주류 제조사인 카브루는 이마트24를 통해 신제품 ‘리얼 레몬 하이볼 생(生)’를 출시할 계획이다. 출시 한 달 이후 판매량 150만 캔을 돌파, ‘품절 대란’을 일으키고 있는 CU·부루구루 생레몬하이볼과 유사한 제품이다. 제조사는 일본 아사히맥주사의 ‘미래의 레몬사와’를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식품업계에서 ‘대박(히트)’ 상품을 따라 출시하는 건 새로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농심의 먹태깡이 화제를 모으자 롯데웰푸드 ‘오잉 노가리칩 청양마요맛’, 유앤아이트레이드 ‘먹태이토 청양마요맛’, CU ‘헤이루 청양마요맛 새우칩’ 등 청양 마요를 소재로 한 유사 상품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 입장에서는 기존 연구개발 대비 적은 금액으로 안정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식품 트렌드가 과거보다 빠른 주기로 바뀌고 있는 것도 ‘모방’을 부추기는 배경으로 꼽힌다.

원조 제품에서 착안한 카피 상품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새로운 제품이 나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측면이 있지만, 경쟁을 심화시킨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선두(원조) 상품이 생기면서 시장이 새로 형성되고 커지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서 “소비자가 관련 노하우나 품질 차이를 알기 때문에 더 나은 제품이 나오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농심의 먹태깡(왼쪽)과 롯데웰푸드의 오잉 노가리칩 청양마요맛. [각 사 제공]

원조 상품의 희소성이 올라가지만, 레시피 등을 침해당했다며 판매 금지를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5월 주류 제조사인 세븐브로이는 대한제분이 ‘곰표밀맥주’의 제조사를 제주맥주로 바꿔 ‘대표밀맥주’를 출시하려 하자, 기존 제품의 재고 소진 이후에 판매하도록 판매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세븐브로이는 같은 해 8월, 법원 판단이 늦어지자 이를 취하했다.

법원의 상표권 분쟁에서 원조 상품이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소송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유행이 지나거나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실제 2014년 삼양식품은 경쟁사인 팔도가 ‘불닭볶음면’을 베낀 ‘불낚볶음면’을 출시했다며 판매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2017년 빙그레는 ‘바나나맛 우유’와 용기 디자인이 유사한 바나나맛 젤리를 판매한 식품회사들에 제기한 소송에서 이겼다.

식품시장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해외 제품을 모방한 사례도 많았다. 외국 식품회사와 법적 분쟁까지 간 대표적인 사례는 빼빼로가 있다. 롯데제과(현 롯데웰푸드)의 빼빼로는 1983년 국내 출시됐는데 1966년 출시된 일본의 에자키 글리코사의 ‘포키’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본격적으로 문제가 된 건 미국 시장에서다. 에자키 글리코사는 롯데제과의 빼빼로 미국 판매가 불편했고, 1993년부터 1995년 사이 판매를 중단하라는 경고장을 보냈다. 결국 글리코사는 2015년 롯데 측에 상표권 침해 소송을 걸어 6년 이상 공방을 이어갔지만, 미국 법원은 롯데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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